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문학의 힘/서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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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문학의 힘
-전북도민해변문예대학 참가기-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서상옥
해원의 깃발, 그 푸른 바다가 그리워 새벽잠을 설친 채 서해안을 감돌아 솔섬을 안고 있는 변산학생해양수련원을 찾았다. 전북문인협회가 마련한 2010전북도민해변문예대학에 참여한 것이다. 꽉 짜인 일정에 맞춰 등록을 하고 주황색 유니폼을 선물로 받아 환하게 갈아입고 강당으로 들어갔다. 찌는 듯한 칠월의 폭염 속에서도 문인들의 열기는 한층 더 뜨겁게 달아 오르는 듯했다. 전북문인협회 이동희 회장의 환영사에 이어 내빈 소개와 해변문예대학 김학 이사장의 인사말씀이 있었다.
일정표에 따라 김건중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의 강의가 있었다. 우리 문협의 큰 과제로 문단경영에 대한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하고 여러가지 해결방법을 제시하였다. 한국문단은 1만 명이 넘는 가족이라고 한다. 이제는 보다 좋은 창작 여건을 만들기 위해 문인의 권익과 사회공익에 이바지하는 문단경영이 필요한 때라고 주장하는 논지였다. 문인복지와 문단제도개선 문제를 10여 개 항으로 나누어 세부적으로 설명하여 문인들의 공감대를 이루었다. 다음에 오늘의 히로인인 세계적인 고은 시인의 강의가 이어졌다.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문학의 힘을, 생활의 진정성과 문학의 즐거움을 고양시켜주는 강의가 정말 황금같이 느껴졌다.
내려올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이 시는 고은 시인이 쓴 〈순간의 꽃〉이다. 마치 중국 최고(最古)의 시경(詩經)을 접하는 듯한 감격을 감출 수 없었다. 세상만사를 바라보는 시인의 안목이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 참으로 의미가 깊고 고매한 시다. 지은이의 달관된 인생관과 관조적인 영혼이 이 짧은 시에 담겨 독자로 하여금 갖가지 의미를 깨닫게 한다, 그야말로 삶의 의미를 언어예술을 통해 잘 표현한 시(詩)가 아닌가!
시인 고은(高銀)은 1933년에 군산에서 태어났다. 군산중학교에 수석으로 합격했으나 중퇴하고 말았다. 그의 학력은 그 것뿐이다. 6.25 전란 후 정신착란을 일으켜 방황하다가 불가(佛家)에 들어가 탁발을 하는 등 많은 기행(奇行)을 남겼다.1962년 환속했는데 그동안에 불교 총무원 간부를 비롯해서 전등사 주지, 해인사 주지 대리 등을 지냈다. 1974년부터 민족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자유실천문인협회 초대 간사로 한국인권운동에 참여하였다. 한 때 민족문학 작가회 의장을 지내기도 했다. 또한 김지하 구출 운동에 참여 했으며 김대중 내란 음모에 연루되어 투옥되기도 했었다.
그분의 문학세계를 보면 조지훈의 추천에 의해 〈폐결핵〉으로 등단하였고, 미당 서정주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등단하여 명실공히 문단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초창기는 인생의 허무를 읊은 시를 많이 써 오다가 사회 비판의식이 강한 시를 써 민중적 정서를 바탕으로 역사적 참여의식을 승화시키는 작품을 써 왔다. 그분은 은관문학상을 비롯해서 한국문학상, 만해문학상, 불교문학대상 등 많은 상을 받았다. 현재는 세계를 누비는 시인이다. 그의 작품 <만인보(萬人譜)>는 작품 내용에 만인이 거론되는 작품으로 30권에 4.000여 편에 달하는 장편대하 시로 유명하다. 노벨문학상 후보자로 누차 올랐으니 더 무얼 말하랴! 그는 민중시인이요, 민족시인이며, 애국시인이다.
시인 고은 선생은 ‘처음의 문학’에서 나의 시가 걸어온 길을 주제로 열강을 하였다. 술이 없으면 시가 없고, 시가 없으면 사랑도 인생도 없다. 나는 시를 쓰지 않으면 폐인에 가까운 존재가 된다. 그러다가도 시 한 편이 나오면 눈이 번쩍거리면서 뭔가 살아야겠다는 용기가 솟아난다고 한다. 술 한 잔에 얼큰하게 취한 듯이 몸짓까지 곁들여 흥취가 넘치는 강의였다. 1930년대부터 빛을 낸 전북문맥을 더듬어 주었다. 시조 시인의 거목인 가람 이병기 선생의 작품성과 그 제자들의 문학활동, 소설가 채만식에 이어 서정주, 신석정, 백양촌, 김해강 등 전북을 빛낸 문인들의 활동상을 열거하였다.
시인은 오직 시와 더불어 이야기 하고 시와 함께 세상을 엿볼 줄 알아야한다. 시는 이론에 있지 않고 가슴 속에 있다. 가슴 속에 들어 있는 시를 꺼내어 함께 나누고자 하는 황홀한 그리움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문적이고 과학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시인이라면 모름지기 울음이 속 깊이 들어 있어야 한다고 한다. 우리는 새가 운다고 하지 않는가! 시인이라면 모름지기 속 깊이 울음이 들어 있어야 한다고 외친다. 울음은 인간의 흐트러진 삶을 정화시켜 준다고 한다. 독재자 스탈린의 딸이 슬퍼하고 연민해 하는 것을 후루시초프는 그 회상록에서 ‘숲속에 가서 실컷 울고 오면 훨씬 나을 텐데 울어야 할 숲조차 없구나’하고 애탄하는데 크게 공감한다고 한다. 처참한 비애를 겪었을 때의 울음, 그 울음이 새로운 삶을 일깨워 준다는 시적인 정서를 강론으로 펼쳤다.
그는 등단작품 ‘폐결핵’을 통해 시詩는 현실과 허구의 직조라 한다. 자신이 걸어온 인생의 굴절과 변모를 밝히면서 시문학은 이론보다 가슴으로 느끼는 영혼의 이야기를 엮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마지막으로 연애를 해 보았느냐는 우문에 이 세상에 사랑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하는 말로 강의를 마무리했다. 오래토록 가슴 저미는 내용이 울음으로 남아있는 듯했다. 정말 멋진 그에게 세계적인 노벨문학상이 안기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201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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