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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 더, 하루만 더/한일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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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834회 작성일 10-08-11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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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 더, 하루만 더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한일신 앗! 하는 순간 오른쪽 발이 미끄러지면서 왼손으로 땅을 짚었다. 옷을 털고 일어섰으나 머리가 멍하면서 가슴이 꽉 조이더니 손목이 몹시 아팠다. 금세 팔이 부어오르며 손가락을 통 움직일 수가 없었다. 집수리를 하면서 페인트와 도배가 끝나자 한시름 놓고 아침산책을 하다 일어난 일이었다. L정형외과로 갔다. 의사선생님은 X-Ray를 보더니 손목골절이란다. 뼈를 맞춘다고 진땀나는 고통의 순간이 지나고 반 깁스를 했다. 일주일 뒤에 다시 와서 통 깁스를 해야 한다며 7주쯤 치료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갑자기 환자가 되어 팔걸이를 목에 걸고 돌아와 오늘 예약한 집수리 마무리작업인 장판을 깔았다. 작업이 끝나고 돈을 지급하려는데 당장 돈조차 셀 수가 없자 참으로 답답했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넘기고 다칠 일이지……. 어제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큰 짐들은 거의 정리가 되었지만, 아직도 앞뒤 베란다를 가득 메운 잡다한 것들은 내 손을 기다리고 있어서 이것저것 할 일도 많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일상 속에서 한쪽 팔이 묶이니 전신이 묶인 것처럼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왼팔이라 다행이라고 위안을 해보지만 불편하여 다친 게 한없이 짜증스러웠다. 병원에서는 날마다 오라지만, 사흘 만에 병원에 갔다. 의사선생님은 보는 둥 마는 둥 한마디 말도 없다. 다만 간호사가 주사실로 안내하더니 붕대를 교체하려고 풀었다. 나는 얼른 간호사에게 3일이나 갇혀 있던 팔을 물로라도 좀 닦아서 붕대를 감아달라고 했지만 안 된다며 그냥 감아버렸다. 오늘따라 이런 의사선생님과 간호사의 처사가 몹시 야속하고 섭섭하게 느껴졌다, 일주일이 지나 통 깁스를 하려고 다시 병원으로 갔다. 나는 의사선생님께 간지러운 고통을 호소하며 절대 조심할 테니 반 깁스한 채로 있게 해달라고 사정해 보았지만 안 된단다. 해서 눈치를 살피며 팔을 좀 닦아서 깁스해 주면 안 되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 보았지만, 이번에도 역시 안 된다며 그냥 초록색 석고붕대로 칭칭 감아버렸다. 그 위에다 '8/24'라고 큼지막하게 써놓았다. 붕대 밖으로 빠져나온 손가락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온몸에 힘이 쑥 빠지며 왠지 모를 서러움에 눈물이 핑 돌았다. 올 여름방학 때는 집수리를 끝내고 떨어진 체력을 보충해 보리라 마음먹었는데, 느닷없는 팔목부상으로 깁스한 채로 삼복더위를 맞을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하지만, 먼 곳으로 항해하는 배가 풍파를 만나지 않고 갈 수 없듯이, 이 고통은 내가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 생각하자. 평생 장애를 갖고 사는 사람도 있는데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괴로움은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되려니 싶어 안심이다. 몸이 아프면 마음조차 나약해지는 건지. 이번 일로 나를 아끼는 사람들의 걱정과 염려 속에 살면서도 의료진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왜 그리도 그리웠는지 모른다. 환자가 된 지금, 새삼 건강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낀다. 그래서 언젠가 다가올 내생의 끝 날에도 ‘하루만 더, 하루만 더…….’ 하며 매달리지 않고 자유롭고 편안한 마음으로 떠날 수 있었으면 한다. (201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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