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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는 길목에서/김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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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544회 작성일 10-08-02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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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전주안골복지회관 수필.창작반 김명희 가을은 우리에게 어떤 빛깔로 오는 것일까. 또 어떤 느낌으로 오는 것일까. 손으로 잡아보고 만져보고 싶다. 꿈결 따라 무지개를 타고 저 만치 서 있는 가을 글밭으로 가서 봄에는 글밭에 씨앗을 심고 새싹을 가꾸며, 여름에는 김을 매고 거름을 주어 충실하게 자란 무공해 곡식을 거두고 싶다. 농산믈을 구입해서 먹는 이로 하여금,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고 싶은 농부의 작은 희망처럼, 나는 가을 글밭을 풍요롭게 거두고 싶다. 농부의 진심어린 땀방울과 농부의 눈물겨운 소망처럼. 가을을 전해주는 배달부가 문 밖에서 문을 똑똑 두드린다. 가을 소식을 전하러 온 입추란 놈이 우리 눈앞에 딱 버티고 서 있다. 한창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온 산과 들에는 무성한 신록으로 가득 찬 싱싱함과 젊음의 태양이 이글거리고. 바닷물이 넘실거리는 해변으로 달려가고 싶다. “해변으로 가요, 해변으로 가~요, 별들이 쏟아지는…….” 젊음을 노래하는 것은 여름만이 지니는 낭만이다. 막바지의 더위인가. 오늘 전주의 기온은 섲ㅂ씨 34.9도라고 한다. 살인적인 더위다. 무덥고 후텁지근한 한 여름의 끝자락을 붙들고 울어대는 매미 소리가 유난히 시끄럽디. 여름과 가을의 갈림길에서 7년 동안이나 땅 속에서 굼벵이로 살다가 7일 동안 산다는 매미의 일생(一生)을 보노라면, 그들의 생(生)도, 여름 한낮을 시끄럽게 울어 대는 이유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매미들이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한가로이 노래만 부르는 게으름뱅이로 여기기 쉽다. 매미의 일생은 동화책에 나오는 개미와 베짱이의 일생을 그린 이야기와 비슷하다. 또 부지런함과 게으름을 표현한 것은 우리 인간의 삶을 비유한 것이려니 싶다. 매미는 그들에게 주어진 삶을 소중하게 받아 들여 단 1초 1분이라도 촌음을 아껴 쓰려고 노력하는지도 모른다. 짝을 찾아야 하고 친구도 사귀어야 하며 알도 낳아서 자기의 종족보존을 해야 한다. 그러기에 소리 내어 울며 자기의 역량을 호소하는지도 모른다. 가을의 문턱은 그렇게 접어들어 가고 있다, 길거리에는 드높은 파~란 하늘아래 코스모스가 바람결에 흔들리며 청조한 꽃을 피워 잔뜩 수줍음을 머금은 소녀의 얼굴처럼 피어난다. 붉은 고추는 내 고향마을 농가들의 앞마당에서 가을을 알리려고 신고식을 치른다. 그 마당 한 켠에는 참깨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알몸으로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해수욕장으로 착각했나 보다. 어디서 모여드는지 고추잠자리는 가을축제 공연의 막을 올린다. 장독대 옆에 서 있는 대추나무는 알알이 태양을 듬뿍 받아 주렁주렁 영글어 사람들을 유혹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감은 빨갛게 홍시가 되는가 하면, 갖가지 과일들은 농부들의 얼굴에 가득 미소를 담는다. 올 추석에는 예쁘게 빚은 송편처럼, 맛있는 수필을 빚고 싶다. 서서히 쌀쌀해지는 기후로 인해 어느새 들녘은 황금물결이 출렁이는 잔잔한 파도와 같다. 곧이어 병풍처럼 둘러싸인 산마루에는 싱싱했던 초록물감이 바래져 가며 무대의 주인공들이 옷을 갈아입느라 야단법석일 것이다. 언제 갈아입었는지 한꺼번에 오색찬란한 무대복에 사람들은 찬사를 보낼 것이다. 우주의 조화는 참으로 신비스럽다. 가을이 오면 누구에게라도 편지를 쓰고 싶다. 그리고 서점에 가서 시집도 한 권 사고 싶다. 옛 시인의 노래도 흥얼거리며 낙엽이 뒹구는 오솔길을 거닐고 싶다. 그 옛날 시집을 끼고 걷던 그 가을의 낭만이 가득한 그 길을 다시 걷고 싶다. 낙엽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시몬! 나뭇잎이 떨어진 숲으로 가자. 낙엽은 돌과 이끼와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프랑스 시인이자 소설가, 평론가인 레미드 구르몽(1858~1915)의 시를 읊던 18세 소녀처럼 이 시를 좋아했던 나는 가을이 오면 다시 이 시를 읊어 보고 싶다. 아득한 옛날 친구들의 소식도 알고 싶다. 며칠 전에 나는 오랫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어 왔던 세 살 위인 작은 집 막내 고모님을 내가 가장 가깝게 지내며 살았던 그 분께 안부 전화를 드렸다. 무척 반가워하셨다. "이게 얼마만이야!" 무척이나 반겼다. 앞으로 시간 나는 대로 자주 연락을 해야겠다. 작년 가을의 국화 향기를 맡으며 거닐던, 익산 가을 국화 축제는 가을의 절정을 이룬다고나 할까. 늦가을 비는 비애에 젖어 고독을 즐기는 외로운 사람들에게 슬픔으로 빠져 들게 한다. 뒷산에서 들려오는 부엉이의 구슬픈 울음소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처량하게 호소하는 것처럼 내 귓전에 머문다. 세찬바람 소리와 함께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소리는 아늑한 산골짝 작은집의 적막이 흐르는 것 같다. 희미한 옛 생각이 떠오른다. 내 나이는 어느새 이순의 중반으로 치닫는다. 가을의 맛은 해마다 다르고, 느낌과 생각도 달라진다. 괜히 나이가 드는 것이 아닌가 보다. 나이에 따라 모든 게 자기의 시각과 관념에 따라 달라지는 탓일까. 머무르고 싶은 순간의 일들이 잊히지 않는다. “너 그리 살아 행복하느냐?” “인생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대답하고 싶다. 사람이란 기분전환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어떤 할머니는 손자와 함께 살면서 날마다 멋진 옷을 입고 다니는데도 한결 같이 화를 잘 낸다고 한다. 보다 못해 이웃 사람들이 정신과에 가서 상담을 받아 보라니까, 그 할머니는 난 미치지 않았다며 기분이 안 좋은 상태로 40년을 살아 왔다고 한다. 40일만 기분이 안 좋아도 우리의 머릿속을 필터로 여러 가지 잡념을 걸러 내야 한다고 한다. 기분이 이처럼 소중하다고 한다. 운동과 친구와 음악이 기분전환을 한다고 어느 심리학자는 말했다. 서로 등을 보이며 살지 말자. 아무리 여생을 알려주는 시계가 있다지만 측정일 뿐, 아무도 모르는 불확실성 속에서 고즈넉한 가을향기에 흠뻑 젖어 아름다운 선율이 흐르는 음악과 따끈한 차 한 잔으로 이들의 마음을 녹여 줄 수 있다면 좋겠다. (201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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