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호텔의 온천체험/박귀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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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호텔의 온천체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박귀덕
일본 홋카이도[北海島]의 6월은 야산에 아카시아 꽃이 활짝 피어있었다. 숲은 우거졌으나 적송은 볼 수 없고 가끔 보이는 자작나무가 정겨웠다. 병풍처럼 둘러쳐진 숲속의 노천탕은 돌 틈새로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유황냄새가 코끝을 간질였다. 나는 하나의 조각처럼 물속에 몸을 담그니 마음까지 포근해졌다. 그곳이 낯설지 않고 고향의 숲속처럼 아늑했다. 어느새 허겁지겁 내 뒤를 쫒아온 나이가 온천에 깊숙이 젖어 들었다. 소망을 하나 담아 맑은 물에 띄우며, 나는 마음에 남아 있는 무거운 짐들을 모두 흐르는 물에 띄워 보내고 싶다.
온천은 시설이나 규모보다 물이 좋아야 한다. 물의 성분과 효능을 알고, 필요한 성분의 물을 찾아 적당한 온도에서 온천을 해야 좋다. 이곳 원천수는 유황과 나트륨을 함유하고 있어 피부병과 신경통, 근육통, 피로회복에 좋다고 한다. 100도 정도의 뜨거운 물을 식혀서 온천수로 사용한다. 이른 아침 각탕의 물의 온도를 체크하며 다니는 여직원이 남탕에도 스스럼없이 들어가 오히려 남자들이 당황했다고 한다.
온천욕은 짧게 자주하는 것이 좋다는 말을 듣고 하루에 세 번씩이나 온천욕을 즐겼다. 오후 5시쯤 호텔에 들어가 그 곳에서 제공되는 유카타로 갈아입고 수건 한 장 머리에 이고 온천탕으로 갔다. 말유로 만든 샴푸, 린스, 바디샴푸가 있고, 각질제거제 옆엔 진흙 팩처럼 생긴 물비누가 놓여있었다. 우리는 서로 등을 밀어 주며 각질을 제거했다. 까뭇까뭇했던 피부가 뽀얀해지는 느낌이 들어 신바람이 났다.
캄캄한 밤중에 노천탕을 찾았다. 물줄기가 폭포소리를 내며 쏟아졌다. 저린 손과 발에 물을 맞으니 시원했다. 물소리가 있으니 창을 하라고 했다. 그 분위기는 창보다 흥타령이 제격이지 싶었다.
"청계수 맑은 물은 음~~ 무엇을 그리 못 잊는지 울며 느끼며 흐르건만 무심타 청산이여 잡을 줄 제 모르고 구름은 산으로 돌고 청계만 도느냐"
무심히 흐르는 것이 어디 물 뿐이랴, 주름진 얼굴 속엔 잡을 수 없는 세월이 덧없이 흘러가고 있는 걸 어쩌랴. 창밖엔 국화꽃이 피고, 국화 밑에 빚어 놓은 술 익어 향기 흩어지는 밤에, 벗님 오자 달이 돋는 정취는 아니어도 좋다. 거문고 청치는 아이가 없으면 어떠랴. 초여름 밤의 노천탕은 노랫가락에 흠뻑 젖어 흐르는 물에 가락을 풀어 놓으니 밤의 흥취가 아련하다.
열쇠를 잠글 수 있는 옷장을 이용하려면 일본 동전이 필요했다. 동전이 없어 바구니에 옷을 담아 놓으니 자기 바구니 찾기가 보물찾기처럼 어렵다. 바구니 모양도 같고, 모두가 유카타를 입었으니 속옷 만 달랐다. 일행 중 한 사람은 속옷이 없어졌으나 종업원과 말이 통하지 않으니 가이드가 와서 해결해야 했다. 다른 곳을 여행할 땐 환전을 하지 않고도 불편을 못 느꼈다. 우리 돈을 받는 중국, 카드만 있으면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유럽 등에 비해, 일본은 환전을 하지 않으면 아이스크림 하나 사 먹을 수가 없어 불편했다.
온천은 24시간 영업을 했다. 그런데 잠을 자고 나니 어느새 남탕과 여탕이 바뀌었다. 어젯밤 노천탕의 운치는 참 좋았는데, 아침의 노천탕은 벽으로 남⋅여를 구분해 놓았다. 노천탕의 운치를 고르게 체험 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 같았다.
숲속호텔은 풍광이 좋고 온천시설과 물이 청량했다. 객실은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다다미에 낮은 탁자가 놓여 있었다. 탁자엔 메모지와 다식(모찌 2개) 접시가 있고, 그 밑에 보온병과 찬합 속에 더운 물만 부으면 마실 수 있는 컵과 녹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유카타를 입고 앉아 차도 마시고, 밥을 먹으러 식당에도 가고, 온천탕에도 들어갔다. 침대에 누워 생각하니 이것이 일본전통문화 체험이었다.
아침과 저녁의 뷔페식은 굽고 삶은 대게, 털게, 참치와 연어, 가리비, 대하 등이 풍부하고, 소고기 스테이크도 부드럽고 맛이 좋았다. 야채와 과일은 우리나라 호텔의 뷔페식보다는 못하고, 기억에 남는 것은 청국장(낫토)이었다. 냄새가 있어 먹기가 거북했으나 변비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참고 먹었더니 그게 도움이 되었던지 변비 걱정은 없었다. 섬이라서 싱싱한 생선을 많이 먹을 수 있어 행복했다. 여행이 끝나고 나니 체중이 2㎏이나 불었다.
유럽여행은 호텔에서 잠을 자고 나올 때 팁을 놓고 나온다. 그러나 일본호텔은 팁이 없었다. 그렇다고 직원들이 불친절하지도 않았다. 객실에 앉아서 포터가 가져다주는 가방을 받지는 못했지만, 어디서 마주치더라도 상냥하게 인사를 했다. 어느 구석에도 담배꽁초 하나 떨어져 있지 않고 청결한 게 인상적이었다.
일본은 시대의 흐름에 밀린 오타루운하를 매장해 버리지 않고, 그 많은 창고시설들을 오르골전시장으로 탈바꿈시켜 상권을 되찾았다. 소수민족(아누이족)의 한을 세월 속에 흘려보내지 않고, 그물로 걷어 올려놓고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간헐천을 이용할 수 있도록 온천을 개발하고, 노인들의 심리상태와 생리현상을 연구하고 배려하여 외국인들에게 이국적인 문화체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라벤다꽃을 가꾸어 세계 3대 꽃축제를 만든 일본은 노력하는 노인복지국가였다. 우리나라 내 고장의 화심온천, 죽림온천, 지리산온천의 그 좋은 물을 활용할 수 있는 관광선진국이 되려면 어떤 연구가 필요할까? 일본은 노인관광을 연구한 나라답게 숲속의 호텔시설이 편리하고, 온천시설이 좋았으며, 싱싱한 생선이 풍부하여 음식 맛이 좋아 여행하기 참 좋은 곳이었다.
(2010.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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