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늑한 전주/김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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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늑한 전주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김길남
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는 김제에서 살다 전주로 이사 온 지 20년이 가까워졌다. 농촌이 좋아 계속 고향에서 살리라 마음먹었지만 직장이 전주여서 출근하기 좋으라고 이사를 오게 되었다. 아무 때나 들려도 마음 편한 곳이 전주였기에 타향에 왔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더구나 친구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 어울려 살기가 좋았다.
전주는 지형이 아늑하다. 산이 둘레를 감싸고 전주천이 흘러 평온하고 조용하다. 전국을 둘러보아도 전주만한 터가 그리 흔하지 않다. 거기에다 인심이 좋고 먹을거리가 풍부하며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니 그 멋에 더욱 살맛이 난다. 전주시는 한류를 되살려 볼거리로 가꾸는데 힘을 쏟고 있다. 그 결과 한옥, 한지, 한약, 한식, 판소리 등이 전국적으로 알려져 구경하러 오는 손님이 늘고 있다. 즐거운 일이다.
한 달에 한 번씩 동문들이 모여 전주를 감싸고 있는 산을 차례로 돈다. 10여 년 전에는 차를 불러 전국의 명산을 누볐으나 점점 나이가 들고 차량대절의 어려움도 있어 이제는 가까운 산에만 간다. 모악산에서 시작하여 시계 방향으로 천잠산, 황방산, 건지산, 기린봉, 남고산, 학산 순으로 오른다.
모악산은 어머니 품 같은 산이다. 모악산에 들어가면 포근함을 느낀다. 또 기를 많이 받아 힘들여 다녀와도 피곤하지 않다. 오르는 길이 32개나 되지만 교통이 편리한 중인리에서 오른다. 바로 숲속으로 들어가니 좋다. 비단길이라고 이름 붙인 등산로에는 의자가 많이 놓여 있다. 가다 쉬다 하며 천천히 오르면 힘도 들지 않는다. 나는 400번 정도 올랐는데 한 선배는 5,000번을 오른 기록을 남겼다. 자랑스러운 분이다. 정상에서 호남평야를 내려다보는 맛은 무어라 표현해야 좋을지 모른다. 사방이 툭 트여 전라북도에 있는 산은 다 보이는 것 같다. 전국에서 많은 등산객들이 찾아오는 산이다. 전주대학교 입구에서 시작하여 천잠산과 황방산에 오른다. 도청이 있는 서부 신시가지를 내려다보고 전주의 미래를 꿈꾸어 본다. 법조타운과 혁신도시가 들어서면 근처가 매우 달라지게 될 산이다. 맑은 공기를 마신 다음 내려와 서곡에서 콩나물국밥 한 그릇을 먹고 헤어진다. 덕진 연못에서 연꽃을 감상하고 건지산으로 간다. 피톤치드가 뿜어져 나오는 삼나무 숲에서 조경단을 바라보며 조선왕조의 역사를 되새겨 본다. 동물원까지 돌고 내려와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옆의 ‘원두막’에서 반주를 곁들여 청국장백반으로 빈속을 채우고 나온다. 전북지방병무청에서 시작하여 기린봉에 올라 기린토월을 상상하며 시가지를 굽어보고 많이 변했다며 옛이야기를 나눈다. 견훤대왕의 왕궁터를 돌아 기왓장을 기웃거리며 중바위에서 쉰다. 유항검과 그 가족묘가 있는 천주교 성지를 돌아 한벽당으로 내려온다. 오모가리탕이 우리를 기다린다. 남고산에 오르려면 약수터에서 만나 물부터 먼저 마시고 오른다. 칼날 같은 능선도 지나 억경대에 서면 전망이 아주 좋다. 시내 어느 곳이고 보이지 않는 곳이 없다. 시내를 모두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견훤성을 돌아 관성묘를 참배하고 삼국지를 회상하며 내려온다. 오목대의 일가잔치에서 이성계의 하여가가 나오자 정몽주가 도망쳐 나와 불렀다는 단심가가 새겨진 망경대도 이 안에 있다. 학산은 평화동에 있다. 학이 날개를 편 모양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평화공원에서 만나 정상에 선 다음 보광재에서 바람을 쐰다. 보광정이란 정자를 새로 지어 운치가 있다. 졸졸 흐르는 시내를 따라 내려오면 흑석정이 있다. 빙 둘러 앉아 쉬며 가지고 온 가양주를 나누어 마시고 시내로 접어든다. 남부시장에 있는 정들집이 단골집이다. 새로 장만한 반찬과 찌개가 입맛을 돋운다. 이렇게 한 바퀴 돌고나면 반년이 훌쩍 지나간다.
나에게는 등산만큼 건강에 좋은 것이 없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웃고 즐기니 몸에 좋을 수밖에 없다. 시내버스를 타고 나가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는 산이 가까이 있다는 것이 고맙다. 이런 산이 있는 것에 감사한다. 고향에 살 적에는 산에 가려면 어려움이 많았다. 차를 타고 오래 달려야 하므로 부지런을 떨어야 산에 갈 수 있었다.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된다. 문밖만 나서면 아름다운 산이니 누가 집에 처박혀 있을 것인가. 둘레산을 오를 때마다 즐거움이 넘친다. 전주에 사는 기쁨을 만끽하며 오늘도 완산칠봉에 오른다.
( 2010. 7. 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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