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아전인수/정장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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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아전인수(世上事 我田引水)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정장영
세상을 오래 살다 보니 세상사는 자기 앞에 큰 감 놓기 경쟁이 틀림없다. 삶에서 부닥치는 모든 일들을 자기 입장에서 해결하려 했다.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불평하고 자기의 뜻을 관철하려고 온갖 수단을 다 동원했다. 자기 생각대로 해결되면 스스로 만족하고, 그렇지 않으면 어쩐지 손해를 본 것 같았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바라보기보다 남 보기에 공정하게 처리되면 어쩐지 바보스럽게 생각했다. 이는 모두 사리사욕이 마음속 깊이 자리 잡아 균형감각을 잃어버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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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소비자, 생산자, 서비스업 등 많은 영역이 공존하고 입지에 따라 선의의 경쟁을 하며 이익을 창출해 낸다. 직업가운데 합리적이고 공정한 직업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가장 이기적인 직업(변론 변호사, 정당 대변인, 보‧혁 언론기자 등)이 있는가 하면 가장 공정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직업(판사, 경매사, 중개인 등)도 있다. 그러나 대개의 직업인과 대중은 입지에 따르고 사생활은 일정한 규범이 없는 것 같다. 상황에 따라 마음이 변하는 게 십상팔구(十常八九)다.
누구나 자녀를 둔 부모들은 스스로의 행실과 아들, 딸, 사위, 며느리를 두고도 칠면조처럼 때에 따라 사고방식이 바뀌는 말들을 흔히 쓴다. 그게 모두 웃을 일일까?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웃을 일이면 크게 한 번 웃어 봄직하다.
*남의 아들이 웅변대회 나가서 상을 받으면 누구에게나 주는 상을 어쩌다 받은 것이고, 내 아들이 상을 받으면 실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남이 자식을 관대하게 키우면 문제아 만드는 것이고, 내가 자식을 관대하게 키우면 기를 살려 주는 것이다.
*남의 아이가 대학 입시에 낙방하면 실력이 없으니 당연한 일이고, 내 아이가 낙방하면 워낙 경쟁률이 치열했기 때문이다.
*남의 자식이 어른한테 대드는 것은 버릇없이 키운 탓이고, 내 자식이 어른한테 대드는 것은 자기주장이 뚜렷해서이다.
*내 아이가 어디 가서 맞고 오면 쫓아가서 때린 아이를 혼내주고, 내 아이가 어디 가서 때리고 오면 아이들 싸움이라고 접어둔다.
*남이 내 아이를 나무라는 것은 이성을 잃은 행동이고, 내가 남의 아이를 꾸짖는 것은 어른의 도리로 타이르는 것이다.
*남의 아이가 눈치 빠르면 약삭빨라서이고, 내 아이가 눈치 빠르면 영리하기 때문이다.
*남의 딸이 애인이 많으면 행실이 가벼워서이고, 내 딸이 애인이 많으면 인기가 좋아서다.
*남의 딸이 말이 많으면 수다스러운 것이고, 내 딸이 말이 많으면 붙임성이 있는 것이다.
*사위가 처가에 자주 오는 일은 당연한 일이고, 내 아들이 처가에 자주 가는 일은 줏대 없는 일이다.
*며느리에게는 시집을 왔으니 이집 풍속을 따라야 한다, 딸에게는 시집가더라도 자기 생활을 가져야 한다.
*며느리가 친정 부모에게 드리는 용돈은 남편 몰래 빼돌린 것이고, 딸이 친정 부모한테 드리는 용돈은 길러준데 대한 보답이다.
*며느리가 부부싸움을 하면 여자가 참아야한다 하고, 딸이 부부싸움을 하면 아무리 남편이라도 따질 건 따져야한다.
*며느리는 남편에게 쥐어 살아야 하고, 딸은 남편을 휘어잡고 살아야 한다.
*남이 학교를 자주 찾는 것은 치맛바람 때문이고, 내가 학교를 자주 찾는 것은 높은 교육열 때문이다.
*남이 아이를 셋 두면 무식한 거고, 내가 아이를 셋 두면 다복한 것이다.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생각에 따라 누구나 긍정적인 말인 것 같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耳懸鈴 鼻懸鈴)”라 나름대로 합리화되어 옳은 말 같으니 누가 욕할 일일까? 세상사는 참으로 모두가 아전인수 격이 아니겠는가?
(2010. 6 .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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