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치의 푸념/장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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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치의 푸념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장지연
노래를 못 부르는 사람은 ‘음치’, 길눈이 어두우면 ‘길치’ 그리고 방향감각 제로인 사람은 ‘방향치’라 한다. 다행이 음치는 면했지만, 심각한 길치인 건 남편만이 알고 있는 비밀이다. 몇 번 갔던 길도 긴가민가해서 헤매기 일쑤며, 서울 자녀들 집에도 수없이 다녔건만, 혼자서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우리 집이 어딜까? 집으로 가는 방향조차 생각나지 않을 때가 있다. 몇 년 전 남편과 농장을 다녀오다 동네에 있는 목욕탕에서 내렸다. 목욕을 하고 나오니 사방이 캄캄했다. 그땐 목욕탕 건물만 덩그렇게 있고 드문드문 주택이 들어서고 있을 때였다. 앞으로 가도 아니고, 옆으로 가도 집으로 가는 길이 아닌 것 같았다. 다시 목욕탕에서 시작하여 한참을 헤매다보니 도깨비한테 홀린 것 같아 더럭 겁이 났다. 그때 저 멀리 자동차 불빛이 보여 무조건 달려갔다. 큰길에 서서보니 희미한 불빛 속에 산더미처럼 시커먼 물체가 보였다. 와~우리 아파트였다. 일그러진 얼굴이 쫙 펴지면서 앞만 보고 달렸다.
나는 가끔 미아가 된다. 왜 그럴까? 길을 유심히 보지 않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걷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운전을 한다니 아예 장롱면허증이라고 하였다. 그런 길치에게 쨍하고 볕들 날이 돌아왔다. ‘내비게이션’이 나왔기 때문이다. 나처럼 길눈이 어두운 사람에게는 내비게이션이 효자노릇을 한다.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찍으면 가고자 하는 곳을 어떻게 가야하는지 알려주니 고맙기 그지없다. 전방 삼백 미터에 급 커브길이 있으니 조심하십시오. 지금 이 길은 정체 구간이니 우회 하십시오. 시속 80킬로미터 구간입니다. 속도를 줄이세요. 멀티기능을 탑재하여 운전자의 편의를 도와주고 있어, 사고와 딱지 뗄 염려도 없어 마음 편히 운전대를 잡고 달린다.
그렇다면 인생에도 내비게이션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삶의 여정에서도 내가 꿈꾸는 곳으로 인도해줄 나만의 내비게이션이 있다면, 나는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지, 가고자 하는 곳을 어떻게 가야하는지, 올곧은 길로 인도할 게 아닌가. 지금까지 크고 작은 궤도이탈이나 실패를 겪으면서 살아왔다. 곧게 올 수도 있었는데 거듭된 실수와 시행착오로 돌고 돌아왔음을 뒤늦게 알고서, 후회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인생의 내비게이션이 있다면 안내멘트는 어떻게 나올까? 이 길로 직진하면 고난과 어려움이 있겠으니 지금 유턴하십시오. 1년 후에는 건강에 이상이 있겠으니 육류섭취를 줄이고 생선과 야채로 식단을 바꾸세요. 10년이 지나면 고목나무에 꽃구경하기 어려울 테니, 욕심 부리지 말고 조금씩 내려놓고 즐겁게 사십시오. 하하하~인간은 숙명으로 태어나 운명적으로 산다는 생각이 언뜻 스친다.
그래, 기계문명 속에서 길들여진 로봇으로 살 것인가? 달랑 지도 하나와 나침반을 들고서 미지의 세계로 쉬엄쉬엄 걸어갈 것인가? 원래 내 모습인 길치가 그리운 여름날 오후, 햇살이 창틈으로 비집고 기어들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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