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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가시/한일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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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597회 작성일 10-05-19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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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가시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한일신 연둣빛 푸름에서 연초록으로 바뀌는 5월 중순이면 장미와 아카시아향이 나를 부른다. 창문으로 솔솔 풍겨오는 아카시아 향을 따라 길을 나섰다. 골목길에 접어들자 담장밖으로 고개를 빠끔히 내밀고 있는 몇 송이 장미꽃이 나를 유혹했다. 주위를 한 번 살피며 한 송이 꺾으려고 깨금발을 딛고 덤비다가 나는 그만 손가락을 가시에 찔리고 말았다. 조금 찔린 것 같은데 너무 따갑고 아팠다. 피가 빨갛게 고인 손가락을 보며 그래, 그토록 눈부시게 아름다운 꽃을 피우려면 자신을 지키기 위해 날카로운 가시라도 품고 있어야겠지 생각했다. 가시는 꽃과 나무만 있는 게 아니다. 내 삶에도 수많은 가시가 있어 스스로 그 가시에 찔려 피를 흘리기도 하고 때로는 다른 사람도 아프게 했으리라. 생각 없이 던진 한마디 말과 한 줄의 글이 가시가 되기도 하고, 가난한 환경이 가시가 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남자 형제들 사이에서 혼자 여자로 사는 일이 가시가 되어 나를 무척 괴롭혔다. 한 번 심어지면 쉽사리 뽑아지지 않는 탱자나무 가시처럼 뽑아내려고 몸부림치면 칠수록 더 아프게 박히는 것 같았다. 내가 여학교 다닐 때, 넉넉지 않은 형편이라 부모님은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농사일에 전념하셨다. 그러기에 나는 집안 살림을 거의 도맡다시피 했다. 일요일도 나가지 못하고 집안일에 얽매이다 보면 괜히 남자형제들과 비교하며 마음 저변에는 늘 불만의 가시가 도사리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고통이 있었기에 내가 인내할 줄 알고 또 행복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는지 모른다. 후반기 인생을 조용히 수필공부를 하고 자연의 신비에 감사하며 나 자신과 이웃을 사랑할 수 있으니 말이다. 살다 보니 가시는 나만 가진 게 아닌 것 같다. 내가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알고 보면 가시 하나쯤은 다 가지고 있는 듯하다. 어떤 사람은 너무 아름답고 부유하며 재능이 많아서 웃자란 벼 이삭처럼 삶을 망가뜨리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되니 말이다. 그들이야 말로 내가 가진 가시보다 더 큰 가시를 안고 사는 게 아닌가.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어찌 보면 능력이 많은 사람이 모자란 사람보다 더 큰 가시를 갖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장미와 아카시아는 가시가 있어 그 화려함과 향기를 자랑할 수 있고, 밤하늘의 별은 어둠이 있어 빛을 발할 수 있지 않던가. 그렇다면 한 사람이 성숙한 인격자가 되어 흔들리지 않는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것도 필시 자기 안에 아픔과 고통의 가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나는 그동안 세상을 겉모습만 보고 살아왔기 때문에 때때로 내 삶을 증오하며 혐오하기도 했었다. 프랑스 소설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에서 이렇게 썼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별이 저렇게 아름다운 것도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어둠이 있기 때문이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네 눈에 보이는 것은 인간의 껍질뿐이다. 가장 소중한 것은 네 눈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눈으로 보지 말고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리라. 그러려면 내면적인 성숙함과 선함을 생각하며 사람들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이다. 내 안의 크고 작은 가시들이 나를 겸허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하면 이는 분명 하늘이 내게 주신 선물임이 분명하다. 이제 내 안의 가시ㅏ 더 이상 뽑혀지기를 바랄 게 아니라 장미나 아카시아 가시처럼 내 삶의 일부로 알고 함께 살아가야겠다. (201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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