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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들이여, 고이 잠드소서/김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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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585회 작성일 10-05-05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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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들이여, 고이 잠드소서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야간반 김길남 누가 짐작이나 했을까, 그렇게 큰 배가 순식간에 부서질 줄을……. 하루 종일 바다를 지키고 잠자리에 들 무렵이었다. 뜻하지 않은 폭발로 순식간에 천안함은 지옥으로 변했다. 두 동강이 난 뒤쪽에 있던 장병들 46명은 손 쓸 새도 없이 물속에 잠겨버렸다. 다행히 앞부분에 탔던 58명의 수병들은 바다로 뛰어들어 목숨을 건졌다. 남편과 아빠를 여읜 가족과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은 얼마나 쓰라릴까. 김동진 중사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효자였다. 봉급을 받으면 모두 집에 송금하고 용돈만 조금 쓰는 착실한 아들이었다. 박보람 중사도 가족을 위해 받는 보수는 적금을 들어 4월 27일이 만기였다. 부모님은 천안함 침몰 소식을 듣고 쫓아와 내 아들은 살아 있겠지 했으나 실종자 명단을 보고 망연자실했다. 고향에서 운영하던 식당도 문을 닫고 팔아넘겼으며 한 달 동안 기다렸다. 이상희 하사는 일찍 부모를 여의고 동생 둘을 돌보며 사는 모범 청년이었다. 이상민 하사는 누나 셋을 둔 뒤에 얻은 외아들이었다. 가족들은 하던 농사는 뒷전에 두고 아들을 기다렸다. 강준 상사는 5월에 결혼을 앞둔 청년이었다. 혼인 날짜를 받고 동네사람들에게 청첩장도 직접 돌렸다 한다. 착하게 사는 청년이라 고향사람들이 버스를 대절하여 조문을 왔다는 분이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훌륭한 아들들이었다. 시신이라도 수습한 용사는 그래도 나았다. 유해도 찾지 못한 용사가 6명이나 되었다. 폭발 당시 산화한 것으로 보고 유품을 입관하여 화장했다. 마지막 얼굴이라도 보려고 한 달을 기다렸으나 끝내 찾지 못하고 장례를 치르는 가족의 마음은 오죽하랴. 남은 자녀들을 보니 모두 어리다. 5세도 못 되는 어린이가 많은 것을 보니 더 안타깝다. 그들은 아빠의 얼굴모습이나마 기억하겠는가. 남겨진 사진만으로 아빠를 보게 되리라. 조국을 위해 바다를 지키다 갔으니 그 공 위대하다 아니할 수 없다. 정부에서는 전사로 인정하고 화랑무공훈장을 추서했다. 잘한 일이다. 그렇지만 차라리 적군과 싸우다 전사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전투가 벌어진 상황도 아닌데 전사했으니 참 억울한 일이 아닌가. 목숨을 앗아간 원인을 명확히 밝혀야 하리라. 이런 돌발사태가 일어난 책임도 누군가는 져야하고 합당한 응징도 해야 할 것이다. 어물쩍 넘어간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만약 또 일어난다면 누가 정부를 믿고 아들을 군대에 보내겠는가. 이번에 전사한 용사들은 모두 시골 출신이다. 부모가 국회의원이나 장관인 수병이 없고, 의사, 검사, 판사, 변호사의 아들도 없으며, 고급공무원이나 사장의 자식도 없다. 힘없고 못살고 배우지 못한 서민의 아들들만 수병이었다. 왜 하필 이런 사람들만 화를 당해야 하는지 모를 일이다. 우리 사회가 민주화 되어 상하, 빈부귀천의 차별이 없다고 하는데 왜 서민의 아들들만 천안함에서 근무해야 했을까. 잘 살고 높은 지위에 있는 귀족의 자식들은 왜 한 사람도 없을까. 이런 불공평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3월 26일 21시 22분 백령도 근해에서 침몰한 천안함을 한 달 만에 인양하여 평택항으로 옮겼다. 46용사들은 모두 화장하여 4월 29일 해군장으로 영결식을 올렸다. 오후 3시에 대전 현충원에 모시고 유족과 가슴 저미는 이별을 고했다. 이제 남은 일은 천안함 함몰 원인을 제대로 밝히고 전사한 용사들의 원혼을 달래줄 일이다. 안보에 허점은 없었는가, 군 지휘체계에 잘못은 없는가도 철저히 분석해야 할 일이다. 초반 대처를 잘 못한 책임도 물어야 마땅하다. 영영들이여! 바다의 용사 수병들이여! 하늘나라에서 고이 잠드소서. 남은 가족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은총을 내려주시고 꿈에서라도 가족 곁에 머무소서. ( 2010. 4. 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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