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여인 오은선, 신의 영역에 들다/김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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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여인 오은선, 신의 영역에 들다
전주안골 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야간반 김길남
남자도 못하는 일을 여자가 해냈다. 그래서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이 붙었나 보다. 그의 이름은 오은선! 우리 고장 남원이 나은 여걸이다. 죽음이 넘나드는 빙벽에서 영하 30도의 혹한과 칼바람을 이기고 8천m보다 높은 산봉우리를 14개나 올랐다. 등반사상 여자로서는 첫 번째 완등이다. 세계 등반사를 다시 써야할 쾌거를 이룩한 날은 2010년 4월 27일 오후 6시 16분이었다.
안나푸르나 정상을 마지막 5~6m 남겨놓고 그의 발은 천근만근이었다. 한 발을 떼어놓기가 그렇게 무겁고 힘들 수가 없었다. 숨은 가쁘고 힘은 없고 그 자리에 주저앉고 싶었다. 13시간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한 발 한 발 올라온 길이었다. 생사의 고비를 넘고 넘어 온 고행의 길이었다. 대한민국의 딸이라는 자부심과 세계 최초의 14좌 완등이라는 목표가 없었다면 그냥 무너졌을지도 모른다. 태극기를 꺼내 드는 순간 가슴에서 뜨거운 무엇이 올라왔다. 5천만 국민의 염원이 생각났다. 새로운 힘이 솟아 마지막 발걸음이 빨라졌다. 드디어 정상에 섰다. 태극기를 흔들며 “국민과 기쁨을 나누겠습니다. 고맙습니다.”를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복받치는 기쁨과 벅찬 감격이 뒤범벅이 되어 부르짖었다. 얼마나 바라고 기다리던 소리였던가?
나는 그녀의 정상 등정 모습을 가슴을 조이며 바라 보았다.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에서 조마조마했다. 작년에 산화한 고미영 대장의 조난이 떠올라서였다. 신이 허락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허사가 되는 예가 많았었다. 천만다행으로 히말라야의 신은 그녀에게 길을 열어주었다. 중간에서 만난 눈사태도 무서운 속도로 그를 둘러쌌지만 엎드려서 피했다. 몇 m만 더 나아갔어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수직 얼음벽을 오르면서도 한 치의 실수가 없었다. 그것은 인간의 힘만으로는 할 수 없는 하늘의 뜻이었다.
오 대장은 별명이 '수원대 날다람쥐'라 했다. 얼마나 번개같이 산을 올랐으면 그런 별명이 붙었을까. 산악마라톤에서는 항상 우승을 했고, 산에 붙었다 하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했다. 그는 산을 오르려고 태어난 사람이었다. 1997년에 가셔브롬Ⅱ를 오르기 시작하여 그동안 13좌를 성공했다. 에베레스트와 K₂봉을 빼고 나머지 산은 모두 무산소등정에 성공한 베테랑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알피니즘 속공등반이었다. 이것은 남이 닦아놓은 길을 가지 않고 새 루트를 속공으로 등반하는 방법이다. 남이 올라간 길을 따라가면 편하고 쉬울 텐데 어렵고 위험하며 몇 배나 힘겨운 등반을 선택한 것이다. 그동안 에베레스트에서는 탈진하여 죽음의 고비를 넘기기도 했고, 시샤팡마에서는 굴러온 얼음덩어리에 맞아 갈비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기도 했었다. 정상을 공격하다 고지를 목전에 두고도 어렵고 위험하다 싶으면 6회나 돌아서는 결단력도 있었다. 이러한 시련을 딛고 이룩했기에 환성을 지르며 축하해 주고 싶었다.
세계에서는 20번째이고 우리나라사람으로는 4번째다. 여성으로는 첫 번째지만 스페인사람 에두르네 파사반이 마지막 봉우리를 남겨 놓고 쫓아오고 있는 상황이다. 목숨을 건 등반이라 그동안 히말라야에서 돌아오지 못한 사람이 수십 명이며 우리나라 사람도 여러 산악인이 만년설 속으로 사라졌다. 그래도 해마다 많은 사람이 도전하고 있다.
목숨을 건 등반을 왜 하느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영국의 전설적 등반가 조지 말러리는 “산이 거기 있기에 나는 산에 오른다.”고 했다. 산이 없으면 누가 갈까. 맞는 말이다. 높은 산에 올라 짜릿한 성취감을 맛보려는 도전정신이라 생각한다. 세계에서 제일 높은 산을 올라야겠다는 도전정신이 있었기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도전정신은 고귀하다. 인류의 문명은 도전정신의 산물이다. 제일 낮은 곳을 가보려는 도전자는 바다 속 깊이 들어가 탐사하고, 하늘을 날아가려는 모험가는 비행기를 만들었다. 달나라에 가고 싶은 도전정신이 없었다면 누가 우주선을 만들었을까. 아주 작은 알갱이를 찾아 원자와 전자를 발견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생명체를 연구하여 바이러스를 찾아냈다. 지구촌 여러 곳에서 도전하는 학도들은 밤을 새워가며 연구에 골몰하고 있다. 빙산을 오르고 극지를 탐험하는 철인이나 연구실에서 머리를 싸매는 학자들이나 모두 인류를 행복하게 해 줄 도전자들이다.
오은선 대장은 대한민국을 빛낼 큰일을 해 냈으니 건강한 몸으로 돌아와 그 정신을 길이길이 이어가기를 바란다. 나도 젊다면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 2010. 4. 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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