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IS MOBILE PAGE (~767)
WEBIS TABLET PAGE (768~991)
WEBIS DESKTOP PAGE (992~1279)
WEBIS BIG DESKTOP PAGE (1280~)

인생 정산서/김길남 > 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서브비주얼

도전하는 노인, 함께하는 안골!

  • HOME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 HOME
  • 자유게시판

인생 정산서/김길남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728회 작성일 10-04-12 14:17

본문

인생 정산서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야간반 김길남 s선배의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조문객이 많았고 조화도 줄을 서있었다. 검정 옷을 입은 상주들이 많은 것을 보면 아들 농사도 잘 지은 것 같았다. 나이가 70대 중반을 넘었으니 이만하면 선배는 인생을 잘 사신 게 아닌가 싶다. 나는 그 선배와 교감 강습을 같이 받았고, 정기적인 모임에서 만나 회포를 푸는 관계다. 또 나의 모교에 교장으로 근무하셔서 전 졸업생의 앨범을 만드는데 힘을 보태기도 했었다. 요즘에는 한 달에 한 번 다니는 향촌답사도 같이 다녔다. 항상 밝고 상냥한 모습으로 대해 주어 고마웠다. 그런데 뜻밖의 부음을 듣고 깜짝 놀랐다. 삶이란 무엇인가? 다시 한 번 뒤돌아보았다. 한 평생 살면서 어떤 일을 했고 무엇을 남겼을까. 일생에 얼마나 남는 장사를 했을까. 아직도 갚을 빚이 많은데 빚을 남기고 떠나지나 않았는가. 앞으로 할 일이 많이 남았는데 저승길로 접어드는 것은 아닌가. 여러 가지 상념이 어깨를 짓눌렀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의 혜택을 입고 살아왔다. 아침밥을 먹은 것은 농민이 농사를 지어준 덕이고 차를 타고 수필공부를 하러 가는 것도 버스회사와 기사의 은혜다. 푸른 숲이 우거진 산에 가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웃고 즐기는 것도 친구가 있어서다. 만나는 이웃에게서 은혜를 입고 살았다. 그러나 그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는 별로 생각나는 게 없다. 빚만 지고 산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세상을 떠날 때 빚을 지지 않고 웃으며 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도 없이 조용히 눈을 감는다면 참 행복한 저승길이 될 거라 여겨진다. 공공기관에서는 한 가지 사업을 마치면 정산서를 낸다. 계획서에 따라 예산을 책정하여 일을 추진하고 끝나면 정산서를 제출해야 한다. 거기에는 예산이 어떻게 쓰였으며 어떤 성과를 거두었는가. 영수증을 포함하여 증거물을 내어 놓아야 한다. 통상적인 일은 제외하고 특별한 사업은 크고 작은 일 구분 없이 정산을 한다. 예산이 모자랐으면 추가로 지출하고 남는 돈이 있으면 반납하는 게 원칙이다. 하찮은 사업을 해도 정산서를 내는데 사람이 일생을 살았으면서도 정산서를 냈다는 소리를 들은 바가 없다. 다만 후세사람들이 평가할 따름이다. 언제 갈 지 모르니까 미루다가 갑자기 떠나니 그러기도 할 것이다. 호랑이는 죽으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긴다고 했으니 이름 석 자를 남기고 떠나는 셈이다. 더러는 살아온 일생을 자서전으로 꾸며 남기기도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그 자서전이 진솔하게 씌어져 잘잘못을 모두 들어냈다면 훌륭하겠지만 좋은 일과 잘한 일만 꾸며져 나온다면 무슨 가치가 있을까. 족보에서는 조상들의 돋보이는 일만 기록되어 있지 잘 못했다는 기록을 보지 못했다. 후손이 쓰면서 불경스럽게 흠집을 건드릴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빛나는 정산서를 낸 사람들은 누구일까. 아마도 국가나 사회를 위하여 큰 업적을 남긴 사람들이 아닌가 한다. 우리 역사상 민족의 추앙을 받는 위인들은 많다. 조선시대만 해도 세종대왕과 이순신, 정조 임금이 있고, 한말에 항일 투쟁을 한 안중근, 윤봉길, 이봉창 의사 등은 역사에 길이 남을 어른들이다. 이들은 본인들이 정산서를 내지 않았지만 후세 사람들이 업적을 연구하여 내놓았다. 본받을 만한 일을 했기에 귀감이 되라고 연구하는 것이다. 하루는 길게 느껴지지만 1년은 금방 지나간 것 같은 게 세월이다. 어려서는 '세월아 빨리 가거라. 어서 커서 나도 인생을 참되고 멋지게 살아가련다.' 뭉게구름처럼 피어나는 꿈을 펴보고 싶었다. 그렇지만 시간은 마디기도 했다. 성인이 되어서도 지루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빨리 승진을 하려면 어서 세월이 가야하고 아이들 공부가 끝나려면 고속으로 시간이 흘렀으면 했다. 그러나 사람의 뜻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다 퇴직을 하니 세월이 너무 빨리 간다. 금방금방 지나가는 게 시간이다. 퇴직한 것이 엊그제 같은 데 벌써 10년이 지났다. 점점 유명을 달리하는 사람들이 많다. 항상 만나던 사람도 얼마동안 보이지 않아서 알아보면 저 세상으로 갔다는 것이다. 나도 이제 정산서를 써야 할 때가 되었다. 지금 쓴다면 적자일까 흑자일까? 보나마나 적자일 것이다. 그래도 내가 살아오면서 어떤 일을 했고 아직 이루지 못한 일이 무엇인가를 살펴야지……. 은혜만 입고 갚지 못한 일과 잘못한 행동거지는 얼마나 많은가 되작여봐야겠다. 모두 털어내어 점검하고 밑지는 장사는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리라. 조금이라도 시간 여유가 주어진다면 적자는 내지 않고 떠나려고 힘써야 하지 않겟는가 . ( 2010. 4. 7.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FLOAT LE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