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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이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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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625회 작성일 10-04-08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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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다 림 전주안골노인 복지회관 수필창작반 石河 이 신 구 아내와 같이 집을 나왔다. 나는 버스를 타러, 아내는 친구랑 쇼핑을 간다고 길가에서 기다리고 있다. 한 참을 걷다 뒤돌아 보니 아내는 아직도 길가에 서 있었다. 문득 옛날 약혼한 뒤 모처럼 아내와 데이트 약속을 하고 기다리던 생각이 났다. 기다리는 사람은 잠시가 여삼추 같은데 여자들은 외출하려면 무슨 할 일들이 그렇게 많은가. 약속시간을 훨씬 넘기고도 만나야 할 때가 되었건만 애타게 기다리도록 한다. 어머니는 언제나 기다림에 지쳐 한숨만 쉬시며 사셨다. 첫딸을 나아 결혼을 시켰더니 얼마 안 되어 만주 간도로 이민을 간 뒤, 38선이 가로막혔지, 6ㆍ25가 터졌지, 소식이 끊긴지 40년……, 더구나 의지할 아버지까지 갑자기 병사하시고 의지하며 살려고 했던 큰 아들은 대학 다니다가 졸업을 앞두고 전쟁이 끝나갈 무렵 ‘하루살이 소위’가 되어 최전선 포화속에서 소식마저 끊겼다. 큰딸은 죽었는지 살았는지 소식도 없다. 모습도, 기억도 가물거리는데, 아들은 살았는지 죽었는지……, 불혹에 얻은 막둥이의 손을 꼭 쥐고 밭에서 일을 하시다가도 먼 산에서 꿩이 날아가는 소리만 들려도 깜짝 놀라 일어선다. 우편배달부의 자전거소리만 들어도 혹시나 하며 멀어질 때까지 고개를 돌리지 못하시던 어머니, 그 기다림을 누가 가늠할 수 있으랴. 약속도 없었고, 기약도 없는 기다림, 그래도 기다려야하는 심정을, 그땐 가끔 먼 산을 바라만 보고 서 계신 엄마의 치마끈을 잡아당기면 눈물을 훔치시며, 괜히 신경질만 내시던 기억을 나는 왜 그러신지도 모르면서 짜증만 냈다. 내가 성인이 되어 대학시험을 보고 나오는 자식을 기다리면서야 어렴풋이 그때 엄마 심정을 더듬을 수 있었다. 기다림은 늘 마음을 설레게 하고 고뇌와 사색과 상념을 동반한다. 버스 정류장에 와 보니 이미 몇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고 말없이 기다린다. 모두 버스를 기다리는 눈치인데, 너나 할 것 없이 초조 한 듯 시계를 보고 있다. 옆의 젊은이는 이곳에서 누굴 만나기로 하고 기다리는데 약속시간이 지났나 보다.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거는 등 바쁘다. 연인을 기다리는 것일까, 누굴 만나자 약속하고 가려던 참 인지도 모르지, 택시가 저쪽에서 오고 있다. 시간이 급하거나 지루했던지 젊은이가 손을 들었으나, 그냥 휙~ 지나가 버린다. 젊은이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그 택시도 예약이 있거나 급한 용무가 있는 거겠지. 나도 친구와 약속해 놓고 급한 용무가 생겨 오래 기다리게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핸드폰도 없었지. 시계를 자꾸 들여다보지만 차는 오지 않고 시간은 자꾸 가는데, 차가 한 번 거르는 것일까, 오다가 사소한 사고로 지체 되는 것일까, 혹은 내가 도착하기 전에 이미 지나가 버린 것은 아닐까. 멀리서 차가 오고 있다. ‘이제야 오는구나’ 안도의 숨을 몰아쉬었지만, 점점 가까이 오는 걸 보니 관광 버스였다. 옆에 있던 학생이 주변을 서성이고 있다. 옛 학창시절 시험 보러 가는 날, 기차가 연착하여 가슴 졸이며 서성대던 생각이 난다. 시간은 자꾸 가는데 차는 오지 않고……, 신작로로 나와서 지나가는 트럭이라도 붙잡고 사정 좀 해보려 했지만, 모두 거절당하고 어쩔 수 없이, 지나가는 트럭에 매달렸지만 조수들은 사정없이 손을 떼어 내 달리는 차에서 떨어져 무릎과 팔에 상처를 입은 적도 있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인정사정 모르는 운전수와 겁 없는 소년이었던 것 같다. 구급차가 앵~~ 소리를 내며 쏜살같이 지나간다. 아마 급한 환자가 탔겠지, 그 환자는 얼마나 애타게 기다리다 가까스로 온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가는 중일까? 내가 탈 차는 왜 아직도 오지 않는 것일까, 꼭 내가 기다리던 기회가 가까이 오지 않던 때처럼. 나는 아직도 정유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서 있다. 만날 수 있는 기다림, 만날 수 없는 기다림, 이 모든 기다림은 결국 기다리다 기다리다 마음속에 묻어야할 기다림인지도 모른다. 마음속에 묻어야할 기다림이 있기에 기다림엔 매력이 있다. 그래도 기다림은 마음을 설레게 하고 저버릴 수 없는 것인가 보다. 기다림이 있는 곳에 꿈과 희망이 있고 평온이 있다. 누군가를 평생 기다리다 생을 마감한다면 그 또한 행복을 품고 갈 수 있겠지. 그 기다림 속에는, 연인이나 가족, 친구도 있으리라. 사람들은 ‘만나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기다림 속엔 꿈이 있고 이야기가 있고, 그리고 그 마음속엔 그림자가 있다. 인생사는 마냥 기다리고 기다리는 기다림의 연속이다. 기다림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 2010. 0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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