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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신호등/김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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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578회 작성일 10-03-09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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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난 신호등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김상권 경찰서에서 통지서가 날아왔다. 뜯어보니 신호위반 범칙금 통지서였다. 내 차량번호가 선명히 찍혀 있었다. 네거리에서 빨간불을 무시하고 급히 달리다가 단속 카메라에 잡힌 것이다. 경찰서까지 가서 범칙금을 물었다. 돈도 아깝거니와 기분도 씁쓸했다. 신호등은 대개 교차로에 설치돼 있다. 이는 교통안전과 교통의 흐름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 설치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광복이후 미군이 들어오면서부터 오늘날과 같은 신호등이 세워졌다. 신호등은 하나의 약속의 상징이며 규칙이다. 정지, 진행, 주의 등의 약속이 깨지면 교통의 흐름은 혼란에 빠지고 만다. 교통규칙은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누구나 지켜야 한다. 정해진 규칙을 지키지 않을 경우 법의 제재를 받게 되어 있다. 신호등이 설치돼 있는 곳은 안전한가?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오히려 신호등이 설치된 교차로에서 사고가 나는 경우를 가끔 본다. 오늘 아침에도 신호등 바로 앞에서 승용차 두 대가 추돌사고를 냈다. 신호등을 무시한 탓이다. 인명사고도 주로 횡단보도에서 일어난다. 횡단보도가 가까워지면 서행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속력을 낸다. 빨간불이 켜지기 전에 빨리 지나가고 싶은 조급성 때문이다. 보행자도 다를 바 없다. 보행자는 녹색불이 들어왔다고 해서 서둘러 건너지 말고 좌우를 일단 살핀 다음 건너야 사고를 당하지 않을 수 있다. 운전자든 보행자든 느긋한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한 번은 출근길에 신호등이 고장 나 교통대란이 일어난 적이 있었다. 네거리에서 서로 빠져나가려고 야단법석이었다. 서로 양보를 하지 않으니 결국 한 대도 빠져 나가지 못했다. 질서가 무너져 버린 것이다. 이때 신호등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결국 뒤늦게 도착한 경찰관의 수신호와 호루라기로 교통정리를 했다. 신호등이 고장 나니까 바로 질서가 무너졌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보행자가 우선이다. 그런데 운전자들은 보행자들을 배려하지 않고 지나간다. 계속 차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주춤주춤한다. 운전자와 나는 신경전을 벌인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는 건너기가 힘들고 두렵다. 보행자에게 먼저 건너도록 양보하면 마음이 뿌듯할 텐데 말이다. 우리나라의 교통문화를 이곳에서 엿볼 수 있을 성싶다. 코아백화점 앞 2차선 도로에 신호등이 있다. 나는 이 횡단보도를 건너야 환승 정류장에 갈 수 있다. 늘 빨간 신호등에 걸린다. 주로 코아백화점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녹색불을 기다리고 서 있다. 빨간불인데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건넌다. 서 있는 사람의 반 이상이 건넌다. 교복을 입은 학생도, 심지어 아이의 손을 잡은 엄마도 건넌다. 나도 그들과 함께 건너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건너면 바로 버스를 탈 수 있지만 녹색불이 켜진 뒤 건너면 오래 기다려야 한다. 건널까, 말까 망설인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기가 지루해지면 아까 빨간불이었을 때 건넜으면 좋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본다. 규칙을 지키는 것이 손해 보는 것일까? 살다보면 인생의 삶에서 항상 파란불만 켜지는 게 아니다. 괴로움과 고통, 슬픔과 절망 그리고 질병 등 빨간불이 켜지기도 한다. 이때 그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면 파란불이 될 것이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빨간불로 바뀌어 버릴 것이다. 행과 불행은 본인의 마음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스포츠나 국가도 신호등이 있다. 스포츠는 심판이, 국가는 국민이 신호등인 셈이다. 신호등이 자기역할을 제대로 못하면 어떻게 될까? 신호등은 규칙이며 서로의 약속이다. 신호등대로 따라하는 사람이 손해를 보거나 비웃음거리가 되고, 바보취급을 당하는 사회나 국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신호등대로 하는 사람이 존경받는 사회야말로 일류국가일 것이다. 신호등이 고장 나면 도로는 마비되고 질서가 무너진다. 그러면 차들은 움직이질 못하고 제자리에 멈추게 될 것이다. 사회나 국가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2010.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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