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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놀라게 하는 것들/한일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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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512회 작성일 10-03-0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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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놀라게 하는 것들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한일신 초등학교 시절, 우리 집엔 도둑을 지키려고 거위 한 쌍을 키웠다. 그런데 이 거위들이 주인집 외동딸도 몰라보고 나만 보면 덤벼들었다. 뒤뚱뒤뚱 달려와서 날개를 퍼덕이며 물어대면 "‘엄마!" 하고 놀라서 엉엉 울어대던 시절이 떠오른다. 전주 두 번째는 서신동에 살 때인데 집 뒤란에는 작은 동산이 있었다. 짚을 때서 밥을 할 때면 부지깽이로 부엌바닥을 토닥토닥 두드리며 노래를 불러대도 누가 탓하는 사람이 없었다. 동네 인심도 넉넉했다. 하루는 왕겨를 때느라 짚 한 줌을 불쏘시개 삼아 불을 피우고 그 위에 왕겨를 한 움큼씩 던져가며 한 손으로는 풀무를 돌렸다. 불 무더기가 제법 커져 불이 활활 타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아궁이 속에서 웬 쥐 한 마리가 화염을 뚫고 푹푹 빠지며 기어 나오질 않는가. 그러더니 냅다 미친 듯이 내 등으로 올라가는 것이었다. 나는 기겁을 하여 폴짝폴짝 뛰며 고함을 치자 부모님이 뛰쳐나왔다. 그때야 불 먹은 쥐가 내게서 떨어져 나갔다.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세 번째는 딸꾹질이 멈춰지지 않았다. 그러자 아버님은 나에게 물을 세 모금 마셔보라고 하시더니 나중에는 어디서 남의 물건을 훔쳐왔느냐며 다그쳤다. 나는 그런 일이 없다며 극구 부인을 하다가 폭폭해서 눈물까지 흘렸다. 그때 갑자기 어떤 차가운 물체가 내 등을 휘적거리더니 아버지가 ‘쥐, 쥐’ 하며 외치셨다. 으악!~~ 얼마나 놀랐던지 딸꾹질이 그만 딱 멈추고 말았다. 그때야 비로소 딸꾹질이 도둑인 줄 알고 한시름 놓자 아버지는 고무신을 넣었다고 하셨다. 아유~ 끔찍했었다. 이번에도 쥐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던 쥐와의 인연이 참 끈질겼다. 직장 때문에 시골집에서 쥐와 고양이, 그리고 내가 함께 살았다. 밤만 되면 찍찍거리는 쥐소리 때문에 ‘쥐잡이용 강력접착제’를 사다 주방 여러 곳에 숨겨 놓았다. 생쥐 잡는 데는 이게 최고라더니 정말 그랬다. 아침에 접착제에 붙어 있는 쥐의 까만 눈망울을 보면 원망을 하는 건지 애원을 하는 건지 안됐다 싶기도 했었다. 하지만 함께 살 수 없는 것을 어쩌겠는가. 어떤 때는 아주 큰놈이 붙잡혀 곁에 가기도 겁이 나서 남의 도움을 청해야 했으니 이도 보통 고역이 아니었다. 그다음에 놀란 것은 고양이 때문이다. 내가 사는 집은 방이 세 개 있었는데 안방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해서 그 방을 사용했었다. 그런데 밤이면 천장을 퉁탕거리며 어찌나 고양이가 울어대던지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하면 고양이를 몰아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하루는 천장을 뚫고 그 속에 백열전구를 넣어 놓았더니 한동안 잠잠했다. 며칠 뒤 이제는 안 오겠지 하고 천정을 막아놓았다. 휴가를 얻어 전주에 다녀와서 방문을 열자 이게 웬일인가? 천정이 다시 뚫린 채 방바닥엔 책들이 너부러져 있고 고양이는 내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 이불에다 용변까지 보아 냄새가 어찌나 독하든지 숨조차 쉴 수 없었다. 일단 몰아내는 게 상책이다 싶어 방문부터 열어놓았다. 멀찌감치 서서 옷으로 나가라며 휘저었다. 그랬더니 나를 노려보는 듯한 그 눈빛이 금방이라도 내게 달려들 것만 같아 잠시 멈추었다. 그랬더니 고양이도 생각이 있었던지 문으로 안 나가고 기어이 천정으로 올라갔다. 휴~ 고양이 때문에 잔뜩 긴장되었던 마음을 풀고 그날 이후 천정을 단단히 막고 그 방을 사용하지 않았다. 또 한 번 놀란 것은 전주 고사동에 사는 친구 집에 갈 때였다. 집 앞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개 한 마리가 길을 막고 짖어댔다. 그러자 그 소리를 듣고 모였는지 순식간에 세 마리가 나를 에워싸고 쾅쾅 짖어대는데 온몸이 다 오그라드는 것 같았다. 친구 집 대문을 불과 20m쯤 남겨놓고 있는 힘을 다해 사람 살리라고 외쳐보았지만 개 짖는 소리에 묻혀 버렸는지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얼마나 무서움과 두려움에 떨며 서 있었을까. 거의 지쳐 있을 무렵,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이 구세주처럼 나타나 개를 쫓아주었다. 그제야 콩콩 뛰던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간신히 친구네 집 대문을 열었다. TV나 신문지상을 보면 가끔 개에게 물려 중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은 보도를 접하게 된다. 알고 보니 개에게 물리지 않는 방법은 도망가거나 비명을 지르며 쫓으려 하면 역효과란다. 눈을 맞추면 도전적으로 보여 위험하다는데 내가 꼭 물릴 행동만 골라서 했던 것 같다. 그런데도 그날 무사했던 걸 생각하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우리나라는 연간 개에게 물리는 사람이 수십만 명에 이르며 절반 이상이 어린이이고 그 중에서도 70%가 10세 미만이란다. 개들도 어린아이가 만만한 모양이다. 앞으로는 개를 키우는 집이나 관에서 방견(放犬) 단속을 좀 철저히 해서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나는 겁쟁인가 보다. 하지만 지금 또 다시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 해도 나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세월이 오래 흘렀건만 왜 나쁜 기억들은 지워지지 않고 더 생생하게 떠오르는 걸까. 이제부터는 좋은 일만 기억하며 살이야겠다. 좋은 사람과 잘 어울리며 행복하게 살 일이다. 봄바람 속에 움터 오는 새싹들의 미소는 언제나 나를 즐겁게 한다. (20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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