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IS MOBILE PAGE (~767)
WEBIS TABLET PAGE (768~991)
WEBIS DESKTOP PAGE (992~1279)
WEBIS BIG DESKTOP PAGE (1280~)

자전거의 두 바퀴/장지연 > 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서브비주얼

도전하는 노인, 함께하는 안골!

  • HOME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 HOME
  • 자유게시판

자전거의 두 바퀴/장지연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594회 작성일 10-02-24 14:33

본문

자전거의 두 바퀴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차작반 장지연 굴렁쇠를 굴리던 시절, 자전거가 지금의 자가용보다 귀할 때가 있었다. 동네에 자전거 한두 대가 있어서 급할 적 빌려 쓰곤 했었다. 우리 집엔 자전거가 두 대나 있었다. 기름걸레로 박박 문질러 반짝반짝 광이 났던 오빠 자전거는 언제나 출타 중이었고, 뒷좌석에 넓적한 판자를 올려놓은 아버지 자전거는 장날이 아니면 마당 한편을 지키고 있어ㅓ, 여동생 셋과 나의 유일한 장난감이 되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가방을 마루에 집어던지고, 자전거에 올라가 따릉따릉 소리도 내보고, 두 손으로 발판을 잡고 온몸으로 돌리면 쌩쌩 돌아가는 굉음소리가 났었다. 그 소리는 집안을 뱅글뱅글 돌다가 담장을 뛰어 넘어 나갔다. 어느 날 둘째가 엉덩이를 삐죽거리며 발끝으로 페달을 밟자 그 육중한 자전거가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다음날은 첫째가 대문을 나서고, 막내는 삼각 프레임 사이로 다리를 끼워 비스듬한 자세로 조금씩 밀고 다니더니 기어이 해내고 말았다. 마당을 지키던 자전거는 동생들을 태우고 마실 다니기에 바빴고, 나는 자전거 꽁무니를 따라 달음박질을 하기에도 숨이 찼다. 매운바람이 몰아치던 날, 동생을 강제로 내리게 한 뒤 안장에 올랐다. “밀어!” “진짜 밀까?” “빨리 밀어!” 동생들이 밀자 자전거는 신작로 길을 술이 취한 듯이 달려가다 살얼음이 언 방죽으로 굴러 떨어졌다. 그 순간, 자전거와 나는 진흙 머드팩을 한 채 꼼짝 달싹도 할 수 없었다. 그날 이후 자전거에 대한 외상 때문에 두 바퀴와 결별을 선언하였다. 그러나 흘러 흘러 반세기가 훌쩍 지나가 버린 지금, 매연을 뿜어대는 자동차는 홍수를 이루고, 자전거는 친환경 교통수단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 환경오염을 예방하고, 고 유가시대에 에너지 절약과,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주는 자전거, 여러 종류의 자전거가 생활 속에 레포츠로 다가서고 있다. 브레이크와 핸들도 없이 균형감각과 집중력으로 묘기를 연출하는 외발자전거, 편하고 빠르며 안전하게 누워서 타는 자전거 리컴번트, 짐을 운반하는 삼륜자전거, 시장바구니를 부착한 여성용 자전거, 하이킹과 출근족들을 위한 산악자전거 등등, 모두가 환경과 건강지킴이로 자전거에 대한 예찬론이 펼쳐지고 있다. 건들바람 소리에 살그머니 베란다 창문을 열었다. 달짝지근한 향기가 와락 달려들어 얼굴을 간질였다. 눈을 지그시 감고 고개를 쑥 내밀다, 간드러진 웃음소리에 깜짝 놀랐다. 헬멧을 쓴 새댁 셋이 아파트 마당에서 자전거경주를 하고 있었다. 동그란 바퀴에는 은빛 햇살들이 모여앉아 빙글빙글 물레를 돌리고 있었다. “아~재미있겠다.” 정말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재빨리 내려가서 “아주 멋져요. 나도 배우고 싶은데.” “경기장에 가면 무료로 가르쳐줘요. 오후 2시부터 시작하니 지금 가면 되겠네요.” 곧바로 올라와서 점퍼차림에 운동화 끈을 졸라매고 경기장을 찾았다. 노란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어쩜 아기 병아리들이 날갯짓을 하는 것 같아, 고향집 앞마당에서 노닐던 병아리떼 생각이 떠올랐다. 스스로 알에서 깨어나 물 한 모금 먹고 하늘 한 번 쳐다보며 엄마 모습을 닮아가던 병아리들, 노란 티셔츠를 입고 보니 나도 병아리가 된 것 같았다. 걸음마부터 시작하여 이십여 일이면 전 코스를 마칠 수 있다고 하니, 알에서 병아리로 부화하는 기간과 비슷하다는 생각에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처음엔 자전거에 대한 안전수칙과, 바른 자세로 끄는 것부터 시작하였다. 양손 잡고 가기, 한 손으로 끌고 가기, 두 손도 힘들어 진땀을 흘렸다. 둘째 날은 왼쪽 발은 땅에 대고 우측 발은 페달을 밟으며 끌고가다 자전거와 넘어져 버렸다. 지나가던 아가들이 “어~어른이 넘어졌어! 나는 자전거 타도 안 넘어 지는데.” 하며 깔깔 거렸다. “넌 세 발 자전거잖아?” “우리 엄마는 안 넘어지고 잘 타요. 아줌마는 왕 초본가 봐.” “그래, 왕 초보다!” 옷을 툴툴 털며 일어섰다. 사흘을 비뚤거리며 끌고 다니다 뒤에서 잡아준다기에 안장에 올랐다. 오른쪽 페달을 위로 올리고 힘차게 밟으면서 왼쪽 발을 올리라고 하였지만, 왼쪽발이 올라가기도 전에 핸들이 휙 꺾이면서 가랑잎처럼 굴러 떨어졌다. 저 멀리 봐야지 왜 땅을 보느냐는 질책에 부스럭거리며 일어났다. 다른 사람들은 이삼일이면 타는데, 나는 일주일이 되어도 끌고만 다녔다. 자전거에 오르면 무서워서 온몸이 후들거려 넘어져버린다. 양쪽 다리에 퍼런 멍이 훈장처럼 늘어만 갔다. 그냥 포기해버릴까? 심난한 마음으로 자전거를 끌고 오는데 머리가 허연 할머니 한 분이 자전거를 배우러 왔다. “옛날에는 조금 탔는데 될른지 모르겠슈.” “옛날?” 빛바랜 세월 저쪽에서 지난날이 부스럭거리며 다가왔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자전거를 바라보았다. 순간, 동생들이 웃으면서 달려오고 있었다. “그래! 나도 할 수 있어!” 안장에 올라 몸의 균형을 잡고 페달을 힘껏 밟았다. 자전거가 꿈틀꿈틀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어~어, 가네, 입이 함박만해지는 희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앞만 보고 두 발을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렇게 꿈적 않던 자전거가 나를 태우고 굴러갔다. 육십여 년을 쳐다보기 만하던 자전거에 앉아 경기장을 한 바퀴 돌았다. '아! 드디어 해냈어!' 쏟아지는 햇살 아래 두 손을 쭉 펴고 인어처럼 뛰어 올랐다. 자전거는 넘어지면서 배운다더니, 수없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터득한 철학이다. “중심! 중심이야!” 인생길도 언제나 중심을 잡고 살면 넘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야 알겠다. 살아오면서 힘들고 괴로울 땐 주저앉고 싶을 때도 많았다. 진작 자전거를 배웠더라면 그 숱한 굴곡도 슬기롭게 넘겼을 것을, 오직 앞만 보고 달려가는 두 바퀴가 스승으로 다가왔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FLOAT LE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