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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소욕탕/이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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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540회 작성일 10-02-12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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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소욕탕 (石窯浴湯)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이 신 구 아침부터 쾌청한 날씨에 더위도 한 풀 꺾인 듯하다. 금년휴가는 고적답사기행을 테마로 정했다고 한다. 내 의견을 반영한 것 같다. 어렸을 적에 수학여행을 앞두고 설레던 기분을 느끼며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고 길을 재촉했다. 아무리 일찍부터 서둔다 해도 여럿이 움직이니 어느새 오전 8시가 넘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산 넘고 재 넘어 꾸불꾸불 힘겹게 지나던 길이 지금은 고속도로와 긴 터널로 훤히 뚫렸다. 이 육십령고개를 넘으면 바로 경상도 땅이다. 내가 젊었던 시절, 방학만 하면 초등학생이었던 꼬맹이들의 손을 이끌고 여정도 없이 무조건 집을 떠나 완행열차에 시달리다가 먼지를 뒤집어쓰고 달리는 완행버스로 바꿔 타고 부여, 경주, 부곡온천 등 고적과 관광지를 헤매고 다닌 적이 있었다. 일주일이 가까워져 아이들이 “아빠, 나 집에 가고 싶어!” 하면 그때야 집으로 향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내와 나도 여행을 즐겼다. 애들이야 어쨌던 그 덕으로 매년 한두 차례 강원도 속초와 홍천 비발디파크를 찾아다녔다. 그런데 이번엔 ‘잘 먹고, 잘 보고, 잘 자는 여행’을 하기로 했기에 가는 곳마다 이름난 먹을거리를 찾고, 명승고적과 역사 탐방, 그리고 이름난 콘도에서 머무니 좋았다.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다가 휴게소에 들러 커피 한 잔에 목을 축이고 나서 달리다보니 차가 밀렸다. 대구에 가까운 모양이었다. 오늘 점심은 영덕 대게를 먹고 백암온천에 짐을 풀겠다고 했다. 시원한 바다! 동해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걸 보니 포항을 지나고 있었다. 영덕에 가까워지자 대게의 집산지라는 강구항으로 갔다. 입구에서부터 커다란 대게의 조형물이 여기저기 세워져 관광객들의 시선을 끌고, 식당들은 저마다 관광객을 유치하느라 바빴다. 게의 형상도 각양각색이어서 어떤 게는 집게를 크게 벌려 소름이 끼칠 정도로 섬찟한 느낌을 주는가하면 어떤 형상은 긴 게발 틈새로 관광객이 지나다니도록 하여 실감나게 해 주었다. 이곳 인근 울진, 영덕, 구룡포가 서로 대게의 본고장이요 집산지라는 홍보전이 치열했다. 우리나라 서쪽 끝에서 동쪽 끝까지 가로 질러 왔는데 4시간 남짓 걸렸으니 참 좋은 세상이다. 강구항 동광어시장에서 구입한 게를 삶아서 모처럼 푸른 바다를 배경삼아 포식을 했다. 속살이 쫄깃쫄깃하고 담백해서 맛이 좋았다. 옛날 임금님에게 드리는 진상품이었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다리가 대나무 같이 곧아서 대게로 부른다는 이야기였다. 그 맛도 일품이었고 알에 밥까지 비벼 주니 그 또한 별미였다. 후포항을 거쳐 88번 지방도로로 접어들자 석 달 열흘동안 화사한 꽃이 피고 지기에, 만당화 또는 자미화라고도 한다는 배롱꽃. 그 배롱나무(백일홍) 30리 꽃길을 따라 여덟 구비를 돌고 돌아 백암온천 한화콘도에 짐을 풀었다. 콘도 건물 뒤편 ‘온천학습관’ 황토마루엔 천연 온천수와 족탕이 있는데 그곳엔 온천의 유래가 자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신라시대 한 사냥꾼이 창으로 사슴을 잡았는데 창이 꽂힌 채 사슴은 도망갔단다. 그 사슴을 쫒다가 날이 저물어 이튿날 갈대숲에 누워있는 사슴을 발견하고 쫒아 가니 사슴이 누웠던 자리에서 뜨거운 온천수가 솟아오르고 있었다고 한다. 그 뒤 백암사 주지와 현감이 약효가 영험한 이곳에 석소욕탕(石窯浴湯)을 설치하고 환자를 치유했다고 한다. 섭씨 53도의 라듐성분을 함유한 천연 알카리성 온천으로 최상의 수질을 자랑한다고 한다. 그때 그 사슴이 우리나라 최고의 온천을 점지해 주고 저도 치유되어 멀리 도망갔으리라. 더욱이 하루의 피곤을 푸는데 한 몫 한 것은 ’드림 풋‘ 발맛사지를 하고, 한두 차례 온천수에 몸을 담그니 몸이 날아 갈듯 가벼워짐을 느꼈다. 발은 12경락이 시작 되는 곳이요, 36개 혈을 자극하고 1㎞ 걸을 때마다 12t의 압력으로 발의 피를 심장으로 뿜어 준다니 족욕과 맛사지가 필요한 것 같다. 새벽 6시, 백암산 아래 금강계열 강송산책로엔 벌써부터 아침운동을 나온 관광객들이 많았다. 허리운동을 하려고 등받이의자에 누워 하늘을 보니, 파란 하늘엔 흰 솜털구름이 흘러가고 있어서 마음에 평온함을 안겨 주었다. 늦게 아침식사를 끝내고 배롱나무와 칸나가 눈부신 꽃길을 뒤로 하면서 옛 조선 초 재상 강희안이 배롱나무를 보며 ‘비단 같은 꽃이 노을빛에 곱게 물들어 사람의 혼을 빼앗는 듯 피어있으니 품격이 최고로다’하였다는 고사가 생각났다. 동해안은 오늘따라 쪽빛 바다물결에 흰 거품이 일고 하늘과 맛닿은 곳에는 파란 하늘에 흘러가는 솜털구름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 2009. 8.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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