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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한일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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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589회 작성일 10-02-03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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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한일신 비가 내린다. 옛말대로 대한(大寒)이 소한(小寒) 집에 가서 정말 얼어 죽었는지 포근한 가운데 겨울비가 내린다. 비는 겨우내 도로에 얼어붙은 얼음과 골목길 구석구석에 쌓인 눈을 모두 녹여주고 있다. 내 마음속에도 무언가 모를 덩어리가 함께 녹아내리는 것 같다.  올겨울은 연초부터 유난히 눈도 많이 내리고 강추위가 전국을 얼어붙게 했다. 서울은 100여 년만의 기록적인 폭설을 보였고, 강원도 철원은 기온이 영하 26.3도까지 내려갔다. 기상청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극단기후(extreme weather)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온난화와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우리나라 삼한사온은 다 어디로 갔는지. 소한 때를 전후하여 바깥 날씨가 연일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더니 오늘따라 영상 15도까지 올라갔다. 오늘을 위해서 그동안 그리도 추웠는지, 우산에 떨어지는 잔잔한 빗소리를 들으며 팔을 쭈욱~ 뻗어보았다. 손으로 내리는 비를 맞아 보았지만 별로 차갑지도 않았다. 공원에 들어서자 눈이 녹아서 그런지 땅이 푹신푹신하여 촉감이 좋았다. 추운 겨울 동안 혹독한 칼바람을 맞으며 눈꽃을 피우던 초목들은 부슬부슬 내리는 비에 온몸을 맡기며 허기진 배를 채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땅바닥에 어지러이 흩어져 있던 낙엽들도 비에 젖어 미동도 하지 않는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나뭇가지마다 금세 연초록의 새순이 파릇파릇 돋아날 것만 같다. 모처럼 내린 겨울비로 말끔해진 도로와 물기 머금은 나목들을 바라보니 움츠렸던 내 몸과 마음조차 활짝 펴진 듯했다. 오랜만에 가뿐한 발걸음으로 아침 산책을 마치고 돌아왔다. TV를 켰더니 마침 서울에서 희생자 유족과 시민단체, 일반시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용산참사 1주기 추모문화제'가 열리고 있었다. 떠나고 보내는 사람들의 아픔과 슬픔을 하늘은 아는지. 그들의 뜨거운 눈물이 비가 되어 이렇게 하염없이 내리는 것일까. 지금도 비는 내린다. 하루 내내 내린다. 거실 쪽 베란다 유리창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물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 빗물은 어디로 갈까? 무엇을 할까? 빗물은 땅속으로 스며들기도 하고 나머지는 물길을 만들어 흘러갈 것이다. 흐르다가 웅덩이를 만나면 잠시 고였다 다시 흐르고, 앞이 막히면 옆으로 돌아서 흘러갈 것이다. 목적지에 도달할 때까지 유유히 흘러 강을 이루며 바다로 흘러 갈 것이다. 고인 물은 썩지만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 생명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겨울비야 내려라. 헐벗은 나무와 메마른 대지를 적시고 빈 구석을 채우며 더러움을 씻어주고 만물에게 생명을 주는 비, 흠뻑 내려서 봄으로 이어지는 길을 트고 내 마음에도 내려서 흥건하게 적셔다오. 나도 빗물처럼 낮은 곳으로만 흐르면서 빈 곳은 채워 주고 모난 부분은 품어주며 막아선 자 있으면 돌아서 가리라. 모든 것은 순리를 따라 배우고 자연이 주는 대로 받아 들여서 봄이 오는 길목에서 다시 너를 맞으리라. 봄을 재촉하는 겨울비는 아직도 내리고 있다. (201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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