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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과 포장/한일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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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582회 작성일 10-01-2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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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과 포장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한일신 선물을 받으면 제일 먼저 포장(包裝)에 눈이 간다. 정성들여 포장한 선물을 대하면 나를 소중히 여기며 대우해 준다는 느낌이 들어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그런 까닭에 선뜻 뜯지 못하고 아예 한쪽으로 젖혀두거나 한참동안 만지작거리는 때도 있다. 선물 속에서 보낸 사람의 따스한 사랑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포장은 인류가 지구상에 존재할 때부터 시작되었다. 생활을 영위하고자 식량을 운반하거나 보관하려고 나뭇잎, 조개껍질, 동물가죽, 흙으로 빚은 용기 등은 인류가 최초로 사용한 포장재료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고려조에 지소(紙所)라는 관영 제지공장에서 종이를 만들었지만, 1941년 조선포장학회가 설립된 때부터 포장기술이 가능했다고 한다. 당시의 포장재는 토기, 목상자, 목통, 죽제품, 면포대, 새끼 등이었다. 내가 어릴 때는 볏짚을 이용한 계란꾸러미와 볏섬, 가마니 등이 있었다. 초등학교시절에는 보자기에 책과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녔는데 이런 것들이 유일한 포장재(包裝-材) 역할을 했었다. 오늘날은 포장의 종류와 기능이 무척 다양해졌다. 단순한 보관이나 운반이 아니다. 광고나 선전의 효과까지 겸하여 기업의 마케팅과 예술적 디자인까지 갖추어 '침묵의 판매원'이라고 할 만큼 매우 중요시되고 있다. 요즈음 엄마들은 타지에 있는 자녀나 친지들에게 우리 농산물로 만든 신토불이 먹을거리를 직접 보내 준다. 김치는 플라스틱 용기에, 액체는 금속용기에, 쌀은 마대를 이용하는 등 얼마든지 좋은 재료로 안전하고 깔끔하게 포장하여 보낼 수 있다. 몸은 비록 서로 떨어져 살아도 무공해식품으로 엄마의 정성과 손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으니 더욱 행복할 것이다. 부산에 사는 오빠가 최근 몇 년 동안 농사 지은 쌀을 보내 주었다. 택배회사에서 집으로 몇 시까지 배달해 주겠다는 연락이 왔다. 그 시간에 맞추어 대기하고 있으면 마대포장을 하여 집까지 갖다 주니 더없이 편리한 세상이다. 그 쌀을 먹으며 따뜻한 가족애가 느껴져 얼마나 마음이 훈훈했던가. 작년에는 시골에 사는 P씨한테서 갑작스러운 전화가 왔다. 고구마농사를 지었는데 매우 맛이 있어서 보내주고 싶다고 했다. 주소를 알려주었더니 박스 포장을 하여 택배로 보내왔다. 힘들게 농사를 지어 남에게 무상으로 보내준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생일날 꽃바구니를 선물로 받은 일도 있다. 어찌 보면 꽃보다 바구니 포장이 더 아름다운 것 같아 기쁨과 감동이 배가 되었다. 꽃이 다 진 다음에도 리본포장을 버리지 않고 오래 남겨두고 들춰보며 그날의 행복에 빠져보기도 한다. 포장은 이처럼 내용물을 안전하게 지키고 상품의 가치를 극대화 시킨다. 헌데 이게 때로는 겉포장과 내용물의 부조화로 실망을 줄 때도 있다. 과소포장이 되었을 때였다. 내가 칡즙을 택배로 받은 일이 있는데 상품이 여러 개가 터져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또는 내용물보다 포장이 너무 과대하거나 화려하여 상품을 꺼내보고 허탈감에 빠질 때도 있었다. 나는 지금 어떤 모습으로 포장되어 살까? 남에게 예쁜 모습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까? 내 겉모습과 속마음은 과연 적정하게 조화를 이루는 걸까? 많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겉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을 보면 속마음도 그대로 아름다우리라 믿고 싶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 포장 속에 가리어진 가식 앞에 믿음이 깨질 때 심한 갈등으로 고통을 겪기도 한다. 사람들은 왜 그리도 이기적일까? 자기중심적이고. 나 또한 그들 중에 한 사람으로 내가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해 얼마나 안타까워했던가. 마음을 비운다고 되뇌면서도 욕심이라는 포장 속에 갇힌 채 내 것이 아닌 것을 내 곁에 붙잡아 두고 싶어했다. 이제 진실로 거짓과 허식의 포장일랑 벗어버리고 내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자. 아무리 포장문화가 발달했다 해도 그것은 상품에 국한되고 사람은 오직 포장되지 않은 순수 그 자체였으면 좋겠다. (201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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