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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봉에 올라/윤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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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495회 작성일 10-01-04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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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봉에 올라 전주안골복지관 수필창작반 윤재석 무상한 세월의 흐름 속에서 2009 기축년 한 해가 저물어간다. 가는 해가 아쉬워서인지 아니면 시기인지 12월 마지막 날 저녁 눈이 소리 없이 내려 온 천지를 하얗게 덮고 말았다. 아침에 일어나 사람이 다닐 곳 내 집 앞을 쓸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삽과 비를 들고 나섰다. 마당에서부터 대문으로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계단을 거쳐 골목길을 쓸었다. 너무 많이 내린 눈이라서 비로는 쓸 수가 없었다. 삽으로 눈을 치웠다. 약 60-70미터의 골목길을 치우고 나니 추운 것도 잊어버렸다. 오늘 내가 치운 이 눈길을 다른 사람이 편안히 걸을 걸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웠다. 2층 계단이며 옥상을 쓸고 나니 저절로 아침운동이 되고 말았다. 차에 쌓인 눈을 쓸어내리면서 보니 20센티는 족히 온듯했다. 기축년의 마지막 날을 이렇게 보냈다. 내일이면 경인년 새해다. 경인년은 백호 띠의 해란다. 백호 띠 해의 밝은 태양을 맞는 해돋이를 구경하고 싶었다. 그러나 길이 너무 미끄럽고 조심스러워 잠시 뒤로 미루었다. 점심식사를 하고 난 뒤 3시경에 기린봉 등산준비를 했다. 아이젠도 챙겼다. 기린봉 입구인 벽송암에 도달하니 산길이 미끄러워 준비해온 아이젠을 매고 등산을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의 아이젠은 고무줄 끈이 있어서 깔끔했다. 내 아이젠은 약 20년 전 것이다. 맬 끈이 허리띠 모양으로 되어 있어서 너덜너덜하다. 아이젠도 세대차가 나는가 싶다. 눈길에는 그래도 아이젠이 최고다. 넘어지는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으니까. 기림봉 중턱에서 정상을 보니 어느새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눈길이 팍팍하고 힘들었다. 그곳 정상에 도착하니 겨울 찬바람이 불어 왔다. 정상에 앉아 전주 시가지며 이곳저곳을 둘러보니 모두가 눈으로 덮인 설원이었다. 몸은 기린봉에 앉아 있는데 마음은 고향으로 달려갔다. 내가 나서 자라던 그 고향도 눈으로 산야가 뒤덮여 있을 것 같다. 눈이 내린 날이면 눈을 돌돌 뭉치고 굴려서 눈사람을 만들어 눈썹과 수염은 솔잎 가지로, 눈과 코 그리고 입은 숯으로 만들어 붙이고 나면 손이 시리다. 얼른 안방으로 들어가 이불 밑에 손을 넣으면 따뜻했었다. 눈을 꽁꽁 뭉쳐 눈싸움을 하던 추억도 아련하다. 그때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하면서 뛰놀던 고향 친구들은 지금 모두 어디로 가고 나 혼자 기린봉에 올라 겨울바람을 맞으며 그들을 그리워하고 있는가. 고향 친구들도 이제 나처럼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가 되었으리라. 세월은 너무 빠르다. 어릴 적 나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나는 벌써 할아버지가 되었다. 그 할아버지가 기린봉 정상에 앉아 2010년 경인년 새해의 소망들을 가슴에 새겨 보았다. 1), 우리 식구들의 건강을 맨 먼저 생각했다. 건강이 있어야 다른 일들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늦게 뛰어든 수필공부지만 지도 교수님의 열성과 주위 좋은 분들이 많으니 열심히 해야겠다. 3,) 붓글씨 연습과 문인화도 배우고 때때로 익혀 그치지 말고 천천히 해도 중단하지 말자. 나는 눈 덮인 설원 기린봉에서 이렇게 새해 다짐을 했다. 이 다짐들이 꼭 이루어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다. 지난날에 대한 회상과 새해 다짐을 하고 나서 기린봉 정상에서 다시 한 번 이곳저곳을 둘러보니 눈앞에는 눈 동산뿐이었다. 차가운 바람이 내 얼굴을 스쳤다. 기린봉에서 내려오려니 길은 미끄러웠지만 아이젠 덕으로 별 어려움 없이 내려 올 수 있었다. 선린사 옆에는 여러 중류의 운동기구가 있다. 내려오는 길이라 운동을 하려고 그곳에 들렀다. 어떤 학생이 어머니, 동생들과 어우러져 눈싸움을 하고 있었다. 한 학생이 던진 눈덩이가 내 얼굴을 향해 날아오고 있다는 직감과 함께 거의 반사적으로 왼손을 들어 그 눈덩이를 막아냈다. 내가 막지 않았다면 그 눈덩이는 나의 얼굴을 명중시켰을 것이다. 하마터면 새해 벽두에 안전사고가 날 뻔했다. 학생과 어머니가 미안해하면서 사과를 했다. 나는 괜찮다며 안심을 시켰다. 내심으로는 아직 내 동작이 느린 편은 아니라며 스스로 위안을 했다. 오늘 기린봉 정상에서 다짐하고 소망했던 일들이 다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2010. 01.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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