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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포 나들이/윤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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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594회 작성일 09-12-2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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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포 나들이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윤 재 석 오늘은 우리 모임에서 관광을 가기로 약속한 날이다. 방송에서 날씨정보를 들으니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고 했다. 모처럼 잡은 날인데 걱정이다. 이날도 이 사람 저 사람 사정을 고려해서 어렵사리 잡은 날이다. 전날 밤하늘을 보니 정말로 날씨정보가 맞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에는 자꾸만 까만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나이 든 어른들께서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허구한 날 중에 하루 쓸 날도 없다고 했던가.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날씨정보는 적중했다. 비가 많이 내리고 있었다. 관광버스 승차시간은 아침 7시 30분이고 승차 장소는 전주시청 민원실 앞이었다. 나는 약속된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우산을 받쳐 들고 집을 나섰다. 어린 시절 같으면 학교에서 소풍을 간다면 마음이 들떠서 전날 밤잠을 설치며 빨리 날이 밝기를 기다렸는데, 오늘은 옛날 같은 그런 기분이 아니다. 비 오는 날 관광차림으로 나서는 내 모습을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청승맞다고 할까 아니면 활동적인 노익장이라고 할까? 그래도 나는 즐거운 마음을 갖기로 했다. 내가 즐거워야 세상이 즐거우니까. 오늘은 어떤 사람들과 어울릴까, 궁금하기도 했다. 관광버스는 행선지를 향해 출발했다. 나는 버스의 맨 뒷자리에 탔다. 승차인원의 구성을 보니 젊은 사람은 별로 없고 직장에서 정년퇴직을 한 정도 그 이상이었다. 나이 든 쪽과 젊은 쪽이 반반이었다. 잠시 후 관광버스 안내원의 방송이 있었다. 오늘의 행선지는 계획대로면 경남 통영인데 비가 내리는 관계로 행선지를 바꾸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내용인즉 삼천포로 가야겠다는 것이다. 차는 서서히 시내를 벗어나 소양면, 진안을 경유해서 달리고 있었다. 창밖은 비가 많이 내리는 관계로 어디가 어딘지 통 분간할 수가 없었다. 차안에서는 안내원이 준비해온 음식을 나누어 주는데 닭튀김, 과자 등 안주를 골고루 준비를 했다. 앞자리에서부터 소주를 한 잔씩 권하는 것이었다. 어느 정도 순배가 돌더니 경쾌한 음악을 들려주었다. 차를 탈 때 변변히 서로 인사도 나누지 않았는데 언제부터 그리 친숙해졌는지 음악에 맞추어 춤추는 모습들이 각양각색이어서 불만했다. 한참 구경을 했다. 창밖을 보니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어느새 경남 삼천포에 다 왔다고 했다. 잠시 후 식사를 마치고 유람선을 탄다는 것이다. 차에서 내리니 아주 낯선 풍경이었다. 포구에는 많은 배가 정박해 있었고 깃발은 형형색색 가지가지였다. 비바람에 몹시도 흔들리며 나부끼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상의를 했다. 배를 탈 것인가 말 것인가? 비도 오고 날씨도 불순하니 타지말자고 했다. 비가 오고 날씨가 조금 안 좋으면 어떤가? 인생을 어느 정도 살았는데 무엇이 겁나고 무엇이 아깝다는 것인가? 그래도 목숨은 귀하고 아까운 것인가 보다. 차에서 제공하는 식사는 그만두고 수산시장에서 횟감을 떠서 안주로 하고 뼈는 찌개를 끓여서 식사를 했다. 시간을 보니 여유가 많았다. 멀리는 가지 말고 포구를 한 바퀴 돌며 구경하려고 나섰는데 산자락 끄트머리에 정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그쪽으로 발길을 돌리며 지난날의 이야기며 웃음거리로 흥과 재미를 더했다. 우리 일행 중에 사진작가가 있었다. 카메라를 자기의 분신인 양 어디를 가더라도 언제든지 가지고 다닌다. 어느새 멀리 보이는 항구와 배, 바다를 소재로 촬영을 하고 있었다. 촬영이 끝나는 것 같아 내가 제의를 했다. 여기까지 왔으니 기념사진 한 장 찍자면서 모두 촬영준비를 하던 때 젊은 여자가 우리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머리는 묶어 올려서 나비 모양의 액세서리를 꽂았고 차림새가 몹시도 세련되어 보였다. 우리 일행을 항상 웃기는 유머감각이 뛰어난 한 친구가 우리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자고 했다. 여자는 한마디로 거절했다. 친구가 하는 말이 우리는 전주에서 왔는데 삼천포가 좋아서 비 오는 날 와서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하는데 우리 앞을 지나가니 이 또한 인연이 아니냐면서 다시 권하니 포즈를 취해주었다. 일행은 생면부지의 여인과 사진을 찍게 되었다. 사진을 보내주기로 하고 헤어졌다. 바닷물과 맞닿은 산 끝에 정자가 보였다. 팔각정으로 지은 지가 얼마 안 되는지 아직도 곳곳에 먹줄이 그대로 보였다. 바다를 바라보니 시야가 넓게 펼쳐져 가슴이 탁 틔었다. 멀리 운무(雲霧)에 쌓인 섬들이 드문드문 놓여있고, 갈매기는 짝을 지어 날았다. 오른편은 삼천포항이 한 눈에 들어오고, 왼편으로는 화력발전소가 보였다. 동양에서 제일 크다는 것이다. 휴식을 취하면서 구경나온 삼천포 시민과 우리나라 최대 관심사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하여 이야기도 나누었다. 영남과 호남은 언제부터인가 자주 대립각을 세워왔었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서거에 대해서는 현 정부가 너무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오후에는 다행히도 비가 개어 우리 일행은 버스를 타고 백천사 구경에 나섰다. 그곳에는 SBS에서 방송되는 세상에 이런 일이란 프로그램에 나오는 목탁소리를 내는 소가 있고, 누워있는 부처가 있단다. 사람들은 저마다 서 있는 불상, 누워 있는 불상 앞에 엎드려 소원을 빌고 또 비는 줄은 끝이 없었다. 무슨 소원들을 그리 간절히 빌까? 목탁소리를 내는 소를 보게 되었는데 그곳에도 많은 구경꾼이 몰려 있었다. 소가 정말로 혀를 처서 목탁소리를 내니 신기했다. 소들은 우리 안에 갇혀 있고 옆에는 소를 관리하는 사람이 손짓을 하면서 소리를 내도록 재촉을 하였다. 이 소는 방송에서 목탁소리를 낸 뒤 백천사로 옮겨 놓았다는 것이다. 관광도 좋고 돈벌이도 좋지만 이런 일을 꼭 해야만 하는가? 사람과 동물은 말이 통하지 않는다. 우리 안에 갇혀 있는 저 소가 많은 고통을 하소연했을 것이다. 다만 사람이 못 알아들었을 뿐. 소는 초원을 걷다가 풀을 뜯고, 그 자리에 쇠똥을 누어가면서 사는 것이 행복일 것이다. 내 집 앞만 조금 가려도 일조권침해다 행복추구권이다 해서 소송을 하는 인간들이 아닌가? 소에게 마음을 빼앗겨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차는 전주시청 민원실 앞에 도착했다. 서로들 건강하라고 인사를 나누면서 우리는 헤어졌다. (2009. 0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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