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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값/정장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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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563회 작성일 09-12-1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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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값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정장영 난생 처음으로 외상값을 짊어진 적이 있었다.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속담처럼 당장 부담을 면하기보다 궁지에 몰려서 궁여지책으로 외상을 진 것이다. 세상사 다급하면 외상 못할 일이 어디 있겠는가? 때는 육군 갈매기소령(1954)때다, 입대한 뒤 처음으로 휴가를 다녀가서 겪어야 했던 일이었다. “정 일병 휴가 다녀왔으니 한 턱 내야하지 않겠는가? “아! 지난번에 휴가 다녀왔지?” “그럼 그렇지!” “……” “오늘 저녁이 좋겠는데!” “예? 그래야지요!” 어느 토요일 오전 근무가 끝날 무렵에 오간 말로 엉겁결에 응답한 내용이다. 한국전선이 3년 만에 휴전협정이 체결돼 포성이 멈춘 지 얼마 뒤, 나는 12월에 입대했다. 전후반기 신병훈련을 마치고 이듬해 초봄, 춘천 〇보충대를 거처 〇〇야전공병단 본부 부관부에 배속되어 행정병으로 근무 중이었다. 그러니 참전했던 고참병들은 고운 눈초리가 아니었다. 한편 고참병을 제외하고는 선병들이 반공포로(북한인민군) 출신으로 다시 입대한 처지에 독신들이라 휴가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부모슬하를 떠나온 지 이미 4~5년! 고향에 부모형제가 계셔 휴가를 다녀온 처지가 매우 부러운 처지였을 것이다. 그날 저녁 동료 사병 십여 명이 화천읍 소재 어느 중국요리 집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총성은 멈췄지만 밤낮으로 훈련하는 포성이 들려 전투가 끝난 것인가 의문스러운 분위기였다. 따라서 민간인 주택과 영업점포가 아직 드물었다. 물론 모처럼의 외출에 오랜만의 회식이 된 셈이었다. 휴가는 다녀왔지만 가정형편상 왕복 경비를 쓰고 난 뒤 호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못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나의 처지를 이해해주고 사절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며 더욱 자존심상 엉겁결에 자초한 일이었다. 화기애애하고 즐거운 시간은 어느새 지났다. 동료부대원은 돌아가고 결산을 하고보니 예상외로 많은 금액이었다. 호주머니를 탈탈 털어 있는 대로 치르고 나머지는 외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별수 없이 신분증을 맡기고 양해를 구했다. 외상값은 3분의 1정도 남은 셈이었다. 다음에 갚기로 약속을 간청하니 다행히 문제 삼지 않아 부대로 돌아 올 수 있었다. 얼마 뒤의 일이다. 분주한 생활에 깜박 잊고 있던 차 부대 위병소에서 면회 요청이 왔다. 나가보니 지역 파견 정보부대 요원이었다. 상담내용은 지난번 회식 경비내력이었다. 사실을 모두 시인하고 전후 사정을 말하니 이해한 듯 빠른 시일에 처리하라고 하며 맡겨 두고 온 신분증을 돌려준 것이 아닌가? 지금 생각하니 그 외상값을 갚았는지 안 갚았는지 기억조차 없다. 한 때 다급한 형편을 면할 수 있었으니 그래서 외상이 좋은가 보다. 지난날 장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외상값 때문에 장사를 못해 먹겠다는 것이다. 한 친구는 장사를 하는데 상호를 아주 ‘현금상사’로 내걸고 하더니 잘 되었는지 안 되었는지 얼마 뒤 문을 닫고 말았다. 외상없는 장사는 있을 수 없는 것 같다. 돈 없이 낯모르는 가게에서도 큰소리치며 물건을 가져 올 수 있는 세상이다. 변해도 많이 변했다. 현금이 없을 때에는 절대 외상으로 물건을 사지 않은 것이 나의 신조였다. 그러나 이제 신용경제 세상으로 카드결제 없이는 불편하고 상업이란 말이 살아남을 수가 없다. 국세청은 세원포착을 위해 현금거래보다 카드결제를 권장하고 있으니 카드거래만이 국가경제를 지켜주는 초석이 된 것 같다. 한때 카드대란을 초래하듯 신용카드 한두 장 없는 이는 현대인이 아닌 것 같다. 전자화폐 세상에 소비가 아무리 미덕이고 신용경제라지만 꼭 절제가 절대적으로 뒤따라야 생존할 수 있는 사회다. 신용카드보다 직불카드만이 절제력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카드다. 외상은 역시 상업의 수단이요 방법을 면치 못하는 것 같으니 현대인들은 모두 외상값 갚는 기계인간 같다고나 할까? (2009.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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