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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과 졸/김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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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627회 작성일 09-12-12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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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과 졸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야간반 김길남 전쟁에서 승리의 월계관을 쓰는 것은 장군이지만 전투에서 목숨을 걸고 싸운 것은 졸병이다. 수많은 졸병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싸웠기에 승리한 것이다. 장군은 작전계획을 세우고 전투를 지휘하여 승리로 이끄는데 중추적 역할을 한다. 그 밑에서 참모들이 장군의 작전에 자료를 제공하고 전쟁 물자를 조달하여 원활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소대장들은 졸병을 이끌고 실전에 임하여 작전계획대로 싸운다. 한국전쟁 때 인천상륙작전에서 유엔군은 크게 이겼다. 미군과 한국의 해병대가 인천에 상륙하여 서울을 되찾는 큰 싸움이었다. 이 전투에서 목숨을 걸고 싸운 것은 해병대의 졸병들이었다. 구축함에서 내려 고무보트를 타고 물밀듯이 상륙을 했다. 적의 저항이 심했지만 죽기를 각오하고 밀고 나가 성공하였다. 그동안 수많은 졸병들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그러나 그 공은 맥아더 장군에게로 돌아갔다. 싸우다 죽은 졸병들은 이름도 없다. 60년이 지난 오늘날도 맥아더 장군만 이름이 남아있지 그때 산화한 졸병들의 공은 어느 누구도 말 한마디조차 내놓지 않는다. 전쟁을 본 딴 놀이에 장기가 있다. 초나라 패왕 항우와 한나라 왕 유방이 중국을 차지하려고 싸웠는데 그 모습을 본 따 만들었다 한다. 파란색의 초나라와 붉은 색의 한나라가 포진하여 싸운다. 내 편의 장을 지키고 상대의 장을 잡으면 이기는 게임이다. 장을 지키려고 모든 졸병들은 목숨을 건다. 무엇을 이용하여 적을 공격할까? 적의 포화를 무엇으로 막을까? 그것은 장의 작전에 달려있다. 졸은 필요하면 아무 때나 나가 싸워 죽도록 한다. 졸은 장을 지키거나 이기기 위한 작전의 소모품이나 마찬가지다. 나도 옛날에 많이 가지고 놀았던 게 장기다. 장기를 두기 시작하면 작전을 세운다. 면포를 할 것인가, 면상을 할 것인가, 양귀마를 할 것인가를 결정하고 전쟁에 임한다. 작전이 잘 맞아 떨어지면 이기고 상대에게 말려들면 진다. 몇 수 앞을 내다보고 두어야 승산이 있지 코앞만 보고 두다가는 지기 마련이다. 넓게 보고 죽일 것은 죽이고 살릴 것은 살려야 이길 수 있다. 장이 위급해지면 아무리 좋은 졸도 희생시킨다. 장이 최후까지 살아남아야 하니까……. 이런 작전 앞에 졸은 장을 보호하고 적을 공격하기 위한 도구일뿐이다. 사람의 삶도 장기판과 닮았다. 크고 작은 집단에서 장은 항상 모든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구성원은 장의 뜻에 따라 움직이고 일을 해야 한다. 이러라면 이렇게 해야 하고, 저러라면 저렇게 해야 한다. 뜻에 반하는 일을 하면 안 된다. 공동의 목표를 향해 일사불란하게 일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그 집단의 성공은 모든 성원이 장을 중심으로 얼마나 굳게 뭉쳐 일하는가에 달려 있다. 장은 졸을 잘 만나야 일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고 졸도 훌륭한 장을 만나야 보람된 일을 할 수 있다. 명장 밑에 명 졸이 있다. 영국의 넬슨 제독은 명 장병들이 있어 프랑스와 스페인의 연합함대를 물리칠 수 있었다. 유럽을 휩쓴 나폴레옹을 트라팔가 전투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전 장병이 제독의 지휘 아래 굳게 뭉쳤기 때문이다. 이순신 장군이 왜적과의 전투에서 모두 이길 수 있었던 것도 장군과 병졸이 서로 믿고 가족 같이 뭉쳤기 때문이다. 장과 졸이 마음이 합해져 그 힘이 몇 배로 커졌기에 이겼던 것이다. 젊었을 때 군대에 들어가 1년간 복무했다. 교사라고 특혜를 주어 1년만 복무했는데 중대장이 밥값도 못하고 나간다고 미워했었다. 엎드려뻗쳐라는 벌을 받기도 하고, 태어난 뒤 처음으로 엉덩이를 두들겨 맞기도 했다. 내가 자리에 없을 때 대대에서 온 전화를 보급계를 맡은 병장이 받았다. 담당자가 없다고 하면 될 것을 거짓으로 나라고 하고 업무를 잘 모른다고 했다. 그것을 중대장이 테스팅이라는 유선전화로 듣고 더욱 나를 미워한 것이다. 사실대로 말하면 그 병장이 벌을 받아 곤란하게 될 것 같아 둘러쓰고 말았다. 졸병은 이런 일도 당하며 견뎌야 한다. 교직에 있을 때는 절반이 넘도록 졸 노릇을 했다. 졸은 공동의 목표를 향해 자기 할 일을 열심히 하면 되었다. 학생들 성적을 올리려고 밤늦게까지 수업을 했고, 전문서적을 읽어 교수법을 깨우치기도 했다. 연구학교를 맡아 추진하여 결과를 발표한 일도 있고, 시범수업을 맡은 일도 있었다. 졸로서 집단을 도우려고 한 일이다. 이런 졸들이 있었기에 장이 빛을 낼 수 있었다. 졸 노릇을 할 때가 마음이 편하고 책임감도 없어 좋았던 것 같다. 내가 맡은 일만 성실히 하면 장의 인정을 받고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었으니까. 지난 일이지만 그 때가 좋았던 것 같다. 뒷날 나도 장 노릇을 해 봤지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좀 더 잘 해 보려는 마음으로 항상 부담이 되었다. 집단의 모든 책임을 다 져야 하니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어린이들 교육은 첫째이고 학부모들의 도움도 받아야 했다. 교육행정청과도 잘 통해야 한 가지 예산이라도 더 타 올 수 있었다. 교원들의 성취욕을 높이려면 연구학교도 추진해야 했다. 이런 어려운 일을 앞서서 해내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일을 성공적으로 이루지 못했을 때 책임은 장이 져야했다. 실패했을 때의 비난도 성공했을 때의 희열도 모주 장의 몫이었다. 장의 공적과 명성은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높은 이름 밑에는 어려운 고비가 굽이굽이 숨어있다. 일을 성공시키려고 밤새워 짜낸 고뇌가 서려있다. 역사적으로 이름을 남긴 훌륭한 장들의 업적을 쉽게 얻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평생 그 분야에서 노력한 대가다. 졸도 물론 훌륭했다. 졸 없이 장이 혼자 이룰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 많은 졸의 이름을 모두 남겨 주기는 어려운 일이 아닌가. 장이 있는 곳에 졸도 있어야하고 졸이 있는 곳에 장도 필요할 것 같다. 장만 있어도 안 되고 졸만 많아도 쓸모가 없을 것 같다. 장과 졸이 알맞게 자리를 잡고 마음을 더해 나아갈 때 일이 잘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나는 지금도 졸이기를 바란다. ( 2009. 11. 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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