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은 새로운 시작/이의민
페이지 정보

본문
이별은 새로운 시작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이의민
세상 만물은 태어나면서부터 이별을 전제로 한다. 그러므로 세상살이는 수많은 이별을 낳고 새로 시작하며 살아간다. 이별하고 새로 시작하고, 시작한 뒤 한 바퀴 돌고 나면 또 이별이 온다. 봄에 새싹으로 시작하여 가을에 씨를 만들고 단풍으로 곱게 이별하고서 하얀 겨울이 지나면 또 이듬해 봄에 새로 시작하듯이. 이별이 이루어져야 비로소 의미가 생기는 것이다. 그러니 이별이 나쁜 것만은 아닌 듯싶다.
만남은 이별을 약속으로 생성하는 것이 아니던가? 이별하면서 자신이 남기고 가는 모든 것과의 관계를 낱낱이 더듬어 어린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그것을 통해 인생 전체가 하늘의 별처럼 많은 만남과 이별로 이어진다는 걸 나는 늦게야 깨달았다. 아버님과 어머님도 그랬고, 어머님과 아버님의 형이나 동생도 그렇게 이별했으며, 앞서 가신 조상님들과도 다 그렇게 이별을 했다. 이별이 이루어진 뒤에야 우리는 대상의 부재를 통하여 소중함, 빛남, 눈부심. 반짝임 같은 것이 벅차올라 세상 전체가 부재의 공간처럼 한없이 허전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유명한 화가나 서예가 등 예술가는 죽음이란 이별을 맞아야 작품이 빛나고 값이 올라가는 게 아니던가?
사람들은 누구나 이별을 두려워한다. 나 역시 우리 가족이나 친구들과 더불어 오래오래 살다가 이별했으면 한다. 죽음이란 이별이 모든 일의 끝인 줄 알기 때문이다. 불교에서는 무엇이든 미워하지 말고, 살생을 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겪어보지 않고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는 일이지만, 미워하면 세상과 이별한 뒤 저 세상에 가서 환생할 때 미워했던 것이 된다던가? 이를 테면 소를 미워하면 소가 되고, 개를 미워하면 개로 환생한다고 한다. 만물을 사랑하라는 종교적인 가르침일 테지만 나는 그 가르침을 믿고 싶다. 그래서 우리 인생 행로를 놓고 보면 이별은 아주 작은 과정에 지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 이별과 시작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각자의 삶을 짜내는 것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산다는 것은 최선을 다해 과거나 미래에 매달리지 말고 지금 이 시간에 모든 걸 걸고 열심히 이 순간을 살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 이별이 올 때쯤에 후회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별이 없으면 새로운 시작도 없을 것이다. 이별은 항상 새로운 시작이므로 죽음이란 이별도 어렵게 생각하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슬퍼하지도 말 일이다. 지금 이 순간을 열심히 사는 사람이 되어야 하리라. (2009.11.5.)
- 이전글고등학교 작문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 09.12.04
- 다음글고구마/양희선 09.12.02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