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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맞이 풍경/한일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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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614회 작성일 09-10-07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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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맞이 풍경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한일신 추석 이틀 전 나는 전주중앙시장에 가보았다. 버스에서 내리자 사람들로 북적이니 추석분위기가 완연했다. 시장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과일가게에는 작황이 좋았는지 때깔 고운 사과와 배 상자가 수북이 쌓여 사람들로 붐볐고 건어물, 나물, 채소, 고기, 생선가게 앞에도 사람들로 웅성거렸다. 오랜만에 보는 상인들의 환한 표정과 사려는 사람들의 훈짐으로 재래시장이 활기를 찾은 듯하였다. 나는 값싸고 좋은 상품을 고르려고 한바탕 돌아다니다 결국은 중앙 성당 앞 노점상에서 밤, 감, 대추와 배추를 사가지고 버스를 기다렸다. 우리 아파트는 다른 건 다 좋은데 버스가 90분 간격이라 대중교통이 좀 불편하다. 집에서 나갈 때는 시간을 맞추어 나가지만 돌아오는 시간을 맞추기는 쉽지 않아 자칫하면 무한정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승강장 한쪽에 60대 중반쯤 보이는 여자도 도토리를 사가지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요새는 집에서 도토리묵을 만들어 먹는 게 흔한 일이 아닌지라 금세 사람들이 울타리처럼 둘러섰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은 양은 얼마며 값은 얼마냐고 묻자 한결같이 900g이며 3만 원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만들 줄 아느냐며 저마다 한마디씩 거들었다. 어떤 분은 20년 경력자라며 처음부터 과정을 죽~ 설명해주자 듣고 묻는 광경이 마치 친 자매지간처럼 무척 정겹게 보였다. 이 광경을 지켜보며 이분이 정녕 묵을 만들어본 경험이 없다면 어찌 비용도 많이 들고 손이 많이 간다는 묵을 만들려고 덤빌까. 이 분이야말로 진정 잘할 수 있으면서도 사람들의 말을 겸허히 귀담아듣는 그 모습에서 겸손의 미덕을 배울 수 있었다. 나라의 지도자들도 이 분처럼 자신을 떠나 국민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준다면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으로 변해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는 오늘에서야 이 분 덕에 도토리와 상수리를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버스를 기다리던 분들은 하나 둘 떠나고 나는 아직도 그 자리에서 애꿎은 버스 시간표만 보았다. 30분이나 지났으니 아무래도 타려던 차는 놓친 것 같고 다음 차를 타려면 시간이 많이 남아서 다시 시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번에는 신발, 그릇, 옷가게 앞으로 가 보았더니 그곳은 한산했다. 예전 같으면 애들에게 때때옷을 입히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내 어릴 적엔 명절이 돌아오면 농속에 넣어 놓은 꼬까옷을 입어보다 넣어두고, 새 신을 신다가 씻어서 방에 들여놓으며 명절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추억이 아련하다. 요즈음 아이들은 평상시 옷이나 신발들이 많아서 굳이 명절에 옷이나 신발을 살 필요가 없어진 게 아닐까. 앞으로 이 아이들이 크면 명절날에 대해 어떤 추억들을 간직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최근 젊은 엄마들은 차례음식을 인터넷으로 주문하여 택배로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과는 무관하게 내 나름대로 이것저것 챙기다 보면 힘들고 고달파서 때로는 짜증스럽기도 하다. 그럴 때면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부처님의 설법을 떠올리며 며칠간 ‘즐거운 피곤 속에서 살아보자,’라고 나 스스로를 달랜다. 내 어린 시절 어머니의 물 마를 날 없는 손끝에서 가족의 건강과 행복이 피어나던 소담한 추억을 상기해 보면서 말이다. 추석 명절은 햇곡식과 햇과일로 조상에게 차례를 올리고, 가족들이 한데 모여 화목을 다지며, 이웃끼리 서로 정도 나눈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에 따라 차츰 핵가족화 되고 개인화 되면서 우리 주변엔 소외되고 외로운 분들이 많아졌다. 이에 각계각층에서 온정의 손길을 보내고 있지만, 이제는 우리가 모두 이들을 내 식구처럼 사랑하고 배려하여 따뜻한 추석을 함께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2009.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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