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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김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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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573회 작성일 12-12-1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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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김 현 준 미국 예일대학 카를로스 에이레 교수는 <빌라도와 예수, 그리고 그리스도교>라는 글을 썼다. 만약에 로마제국의 예루살렘 총독 본디오 빌라도가 나사렛 예수를 십자가형에 처하지 않고 용서해 주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것이 주제였다. 역사에 '만약'이란 가정법은 별 의미가 없다. 나는 지난날을 돌아보며 '내가 만약에 그때 이랬더라면 어찌 되었을까?' 생각해 볼 때가 있다. 무슨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리냐 할 지 모르지만, 그런대로 상상하는 재미가 있다. 내가 만약 가정형편으로 대학입시를 포기하고 고등학교만 졸업했다면,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여 공직자로 진출했을 것이다. 대학에 못 갔다는 자격지심이 있겠지만, 야간대학이나 방송통신대학을 졸업했을 것이다. 가사와 동생들 돕는 일에 힘쓰고 농사일을 병행하며 고향을 지켰을 것이다. 공무원으로 과장까지 승진하고 퇴직했을 것이나, 세상 물정을 익히고 정보에 밝아 지금보다는 형편이 나아졌을지도 모른다. 이것저것 청탁을 주고받으면서 때가 좀 묻었을까, 아니면 청렴한 공무원상을 구현하느라 더 청관을 떨었을까? 육군사관학교에 갔다면, 생도생활에 적응하느라고 힘들었겠지만 퇴교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초급장교 시절 월남전에 참전하여 생사의 기로를 헤매고, 무공훈장을 받았을 것이다. 대령 정도에서 예편하여 진로문제로 고심하고 원칙으로 굳어진 생활 때문에 고적한 날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내가 의대에 진학했더라면, 입주 가정교사라도 해서 전문의자격은 땄을 것이다. 돈과 인술 사이에서 고민도 했을 것이며, 한 번쯤 의료사고로 상처를 입기도 했을 것이다. 형편은 나아졌겠지만 아들이 의대로 진학하지 않겠다고 하여 가족 사이가 원만하지 않았을 것이다. 만년에 아프리카 오지의 의료봉사 생활을 꿈꾸지만 실행에는 옮기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만약 여자로 태어났다면, 고향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어머니를 도우며 살았을 것이다. 친구 따라 도회지 공단에 취업하여 돈을 벌고 고향에 보내주는 또순이가 되었을지 모르겠다. 늦게야 시집가서 고달픈 삶을 이어가고, 지금은 자상한 할머니가 되었을 것이다. 30여 년간 몽고족이 쳐들어오던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의 임진왜란 때, 내가 태어나지 않고, 6‧25전쟁을 치른 세대로 태어나지 않았음을 다행이라 생각한다. 북한 지역에서 태어나지 않은 것은 더 큰 행운이었고……. '만약'을 생각하는 것은 자유이며 그렇게 위안을 삼는 것이 좋을 것이다. 어찌됐건 나는 나의 길을 줄기차게 선택하여 여기까지 왔으니 후회는 없다. 다만 임진년 세모를 맞아 '만약에' 라는 단서를 붙여 소설 같은 스토리를 그려보는 것이다. 만약에 예수께서 십자가형을 받지 않았다면, 죄와 죽음에 대한 구원은 없었을 것이라고 에이레 교수는 조심스럽게 전망하였다. (2012.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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