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한낮에 나가지 마세요/김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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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한낮에 나가지 마세요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김길남
전화가 울려서 받았다. 경기도 광명에 사는 막둥이 손자의 안부전화였다. 초등학교 2학년짜리다. 가끔 안부전화를 해주어 귀여워하는 손자다. 오늘은 날씨가 너무 뜨거우니 한낮에 밖에 나가지 말라는 부탁이었다. 날씨가 원체 뜨거우니 멀리 사는 할아버지가 걱정이 된 모양이다.
올해의 여름 날씨는 정말 뜨겁다. 10여 일 간 36도를 오르내린다. 어제 강원도 영월의 기온이 섭씨 38도였다니 놀랍다. 사람의 체온보다 훨씬 높지 않은가. 가끔 소나기라도 한 줄기 내려주면 고맙겠는데 비 소식은 없다. 밖에 나가면 불을 담아 붓는 것 같아 나가기가 싫다. 오늘 친구들과 만나 당구를 치기로 한 날인데 가다가 돌아왔다. 햇볕을 받으며 걷다가 손자의 부탁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한계를 넘는 폭염이 계속되니 여러 가지 피해가 이어진다. 8월 2일 현재 양계장의 닭 10만여 마리가 죽었다 하고, 오리는 7천여 마리, 돼지가 81마리 손실을 보았다 한다. 온도를 내려 보려고 물도 계속 뿌리고 양계장 천장을 천으로 덮어도 어쩔 수 없다. 큰 선풍기를 대고 계속 돌려도 기온 자체가 높으니 효과가 없다고 울상이다.
부안의 바닷가 양식장에서는 바지락 150톤이 죽었다 한다. 뜨거운 햇볕으로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고, 노출된 갯벌이 너무 뜨거워 바지락이 살 수 없었던 모양이다. 몇 년간 애를 써서 양식한 바지락을 모두 버렸으니 주인의 마음은 얼마나 타 들어갈까. 십년공부 나무아비타불이 되었다.
과수원의 피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햇볕이 너무 뜨거우니 과일이 익어 물러버렸다. 노출된 곳이 갈색으로 변했다. 추석에 내다 팔려고 가꾼 사과가 그 모양이 되었으니 어찌할꼬. 어떤 포도밭은 잎이 모두 말라버렸다. 바스락거리는 잎을 보니 농사짓는 사람의 마음을 알 것 같다. 잎이 싱싱해야 영양분을 만들어 포도를 영글게 할 터인데 그렇게 말라 버렸다. 어찌 수확을 기대할 수 있으랴. 타들어가는 것은 포도 잎뿐만 아니라 농장 주인의 마음이다.
이렇게 뜨거운데도 밭에서 일하다 돌아가신 할아버지할머니들이 여럿이다. 경상북도 어는 곳에서는 내외가 하우스에서 일하다 가셨다. 몸에 이상이 있으면 피해야 하는데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더 하다가 일을 당했다. 일사병과 열사병이 농민들을 안타깝게 한다. 햇볕에서 일하면 먼저 체온이 올라간다. 이어 땀을 많이 흘리고 맥박이 빨라진다. 더 심해지면 어지러움 증이 일어나고 두통이 오며 구토를 하게 된다. 점점 탈진상태가 되어 정신이 혼미해져 쓰러진다. 만약 이런 상태가 되면 빨리 그 장소에서 떠나야 살 수 있다.
태풍이라도 불어오면 뜨거운 열기를 식힐까 했는데 중국 쪽으로 가버려 당분간은 기대할 수 없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움직일 줄 모르고 제자리를 지킨다. 고기압이 태풍도 밀어냈다니 그 힘이 얼마나 센가. 제발 물러가 주었으면 좋겠다.
밤에 열대야가 계속되어 잠도 설친다. 더위를 잘 견뎌 여름에도 문을 닫고 자는 체질인데 올해는 문을 열고 자도 땀이 난다. 낮에도 여러 차례 샤워를 해야 견딜 수 있다. 거의 80평생을 살았는데 이런 더위는 처음이다.
더워야 좋아하는 곳이 있다. 해수욕장이다. 전국의 해수욕장이 만원이라 한다. 사람들이 빈틈없이 들어차 사람들의 열기로 덥지 않을까 싶다. 뉴스에서 보면 사람으로 꽉 찼다. 그 정도면 바닷물도 사람 열기로 덥혀질 것 같다. 그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고, 먹고, 마시니 주변의 상가와 여관들은 한 몫을 단단히 챙겼으리라.
나도 젊다면 바닷가로 나가고 싶다. 그러나 우리 같은 늙은이가 해수욕장에 간다면 웃음거리가 될 것 같다. 빼빼 마른, 주름투성이 늙은이가 주책이라고 손가락질을 당할 게다. 해수욕장을 구경한지 몇 년이 되었는지 생각도 나지 않는다. 천막을 치고 야영하던 그 시절이 좋았다.
손자가 챙겨주니 고맙다. 더위를 조심하여 건강한 여름을 보내야겠다. 아무리 덥다한들 계절의 힘은 어쩔 수 없는 것, 입추와 처서가 지나면 더위도 한풀 꺾일 것이다.
“사랑하는 손자 지훈아, 할아버지를 생각해 주어서 고맙다. 너도 더위 조심하고 건강하게 여름 잘 보내기 바란다.”
( 2012. 8.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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