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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김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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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615회 작성일 12-07-21 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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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김 명 희 질곡의 병원생활, 그리고 나의 집. 2박 3일의 입원기간을 뒤로한 채 산모퉁이를 돌아 먼 길을 달려온 듯한 작은 쉼터다. 창문을 활짝 열어놓은 우리 집은 조용하고 시원했다. 그간에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화분 몇 개와 일찍이 거실에 자리 잡고 있던 텔레비전은 금년 새 학기부터 책상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우리 집의 꿈나무들을 위하여 거실을 공부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그 덕에 텔레비전 보는 시간이 눈에 띄게 줄어들어 책을 많이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거실은 이미 헌책이 되어버린 동화책과 위인전들이 도열하듯 가지런히 꽂혀 있다. 그토록 자랑삼아 이야기하는 여섯 살 주연이가 그린 그림들이 한쪽 벽면에 가득 전시되어 나를 반겨준다. ‘아, 나는 해냈다. 그 두렵던 수술을 해냈어!’ 하늘을 날아오르는 기쁨과 환희로 벅차오른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집이 편하고, 그립고, 소중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재작년, 남편의 칠순기념으로 서유럽 7개국을 다녀왔을 때보다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된 것처럼 느껴졌다. 무겁게 짓누르던 마음의 짐을 덜어냈다. 한 동안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을 집중할 수 없었다. 텔레비전, 컴퓨터, 책읽기. 서예 등 일상에서 탈출이었다. 내가 오로지 할 일이라고는 라디오 듣는 일뿐이었다. 약은 하루에 3가지씩 3시간, 하루에 6번 눈에 넣었다. 그리고 2주 동안은 반듯이 누워 있어야 했다. 밖에서 시끌벅적한 아이들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번호 키를 누르는 소리가 났다. 현관문이 열렸다. 시계를 보니 오후 4시 30분이었다. “할머니!” 세 아이들이 소리치며 반겼다. “할머니, 많이 아프셨지요?” 나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 괜찮아.” “할머니! 저희가 할머니의 퇴원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노래를 들려드릴게요.” 잠시 후 핸드폰에서 다운받은 음악을 여섯 살 손녀가 들려주었다. 결혼식에서 축가로 많이 나오는 곡으로 성악가 김동규와 조수미가 함께 부른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였다.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노래다. 멋지게 흐르는 선율 뒤로 함께 따라 부르는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들렸다. 눈을 뜨기 힘든 가을보다 높은 저 하늘이 기분 좋아 휴일 아침이면 나를 깨운 전화 오늘은 어디서 무얼 할까 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한 걸 우리 가족들은 이 노래를 참 좋아한다. 어린 손녀들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엽다. 흐뭇한 노랫소리와 음악을 들으며 사랑스러운 손녀들을 두 팔로 꼭 껴안았다. 날이 갈수록 기쁨과 웃음의 대화를 만들어 주는 손녀들은 내게 키운 보람을 종종 느끼게 하곤 한다. “정말, 오늘 너희들이 세상에서 최고로 멋지고 예뻤어! 사랑해. 내가 99살까지 산다 해도 이 순간을 결코 잊지 않을 거야!” 나는 엄지손가락을 힘차게 펴 보였다. 아름다운 삶 속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집안 가득 퍼져나갔다. ‘역시, 내 쉼터는 나의 집이야!’ (2012.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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