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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세판/장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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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692회 작성일 12-07-07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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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세판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장지연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나보다. 나이가 들면 조금씩 욕심을 비우라고 하지만 이리저리 기웃거리니 이를 어쩌랴. 새가 콩밭은 그냥 지나가지 못하듯 노인복지관에 울려 퍼지는 청아한 악기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고 찾아갔다. 작고 깜찍한 새 모양의 악기 ‘오카리나’와의 첫 만남이었다. 그러나 악기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선뜻 다가설 수가 없었다. 몇 년 전 기타를 배우려고 시작했다가 두어 달 만에 손을 들고나니, 방 한편에 세워진 기타가 원망어린 눈초리로 나만 바라보고 있다. 얼마나 갑갑할까? 주인을 잘못만난 탓으로 멋진 연주 한 번 못해보고 검은 천을 뒤집어쓴 채 숨을 죽이고 있다. 어디 그뿐이랴, 하모니카는 배우기 쉽다고 하여 책과 함께 사다놓고 서너 번 입을 맞춘 죄로 케이스 안에서 수절하고 있다. 악기 하나 다룰 줄 알면 좋겠다는 마음 때문에 두 녀석에게 못할 짓을 한 것 같아 마음 한 구석이 편치 않다. 하지만 우리말에 삼세판이란 말이 있지 않던가? 나는 그 세 번째로 다가온 행운을 놓치고 싶지 않아 서원복지관 오카리나반에 등록을 하였다. 처음엔 도, 레, 미, 파를 연습하다 동요를 배우니 음정박자가 중구난방이지만 선생님이 일일이 손 모양을 바로잡아 주어 악기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졌다. 취구에 입을 대고 ‘투’하고 불면 내부 울림에 의해 ‘투’소리가 난다. 진흙으로 만든 악기에서 흙 소리가 아니라 맑고 청아한 자연의 소리가 나는 데 현옥되었다. 입을 쫑긋 내밀고 숨을 불어넣으며 한 곡 한 곡 배울 때마다 산 정상에 오른 기분이다. 높은 산 낮은 산을 오르내리며 삑삑 숨 끊기는 소리를 하면서도 내가 원하는 소리를 만들어 내려는 반복연습으로 하루해가 저문다. 나는 요즘 오카리나와 사랑에 빠졌다. 예사롭지 않은 눈길이 은근슬쩍 머물고, 시도 때도 없이 입 맞추고 싶은 걸 보니 삼세판에 딱 걸린 것 같다. 지난해 초급과정을 마치고 올해 중급반에서 힘겹게 따라 하다가, 지도자반이 개설된다기에 쪼르르 달려갔다. 이 더운 날씨에 그놈의 욕심 때문에 헉헉대며 뛰어다니는 모습이 가관이이다. 하지만, 악보가 차곡차곡 쌓여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늘은 ‘베싸메무쵸’ 악보를 받았다. 경쾌하고 영혼을 뒤흔드는 감미로운 음률에 가슴이 촉촉이 젖어들었다. 집에 오자마자 ‘두, 두, 투, 투’ 입과 눈 그리고 손까지 바쁘다. 며칠 만에 나도 모르게 악보를 외워버렸다. 즉석에서 즉흥연주가 가능한 첫 번째 곡이다. 오랜 가뭄 끝에 장대비가 시원스레 쏟아지던 날, 남편 앞에서 베싸메무쵸를 연주하였다. 남편은 빙그레 웃으며 제법 잘한다며 칭찬을 해 주니 어깨가 으쓱거려졌다. 아직은 서툴지만 삼세판 만에 내가 연주할 수 있는 악기를 만나 행복하다. 손안에 쏙 들어오니 휴대가 간편하고, 가까이할수록 폐활량이 늘어나는 매력도 있다. 또 마음까지 즐겁고 편안하게 해주는 악기다. 인생 황혼녘에 나처럼 오카리나와 동행하며 즐겁게 지내면 어떨까? (2012.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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