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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돌린을 치는 여자/김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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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686회 작성일 12-07-06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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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돌린을 치는 여자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김 현 준 아내는 악기를 좋아한다. 신혼시절 단칸방에 아리아 오르간을 들여놓고 너무 즐거워하였다. 살림살이가 나아지면서 오르간을 피아노로 바꿨다. 간간이 기타를 즐겨 치기도 했다.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하고서는 피아노를 처분하고 전자 오르간으로 바꾸었다. 한동안 이 악기를 치더니 언제부턴가 만돌린을 배우기 시작하였다. 만돌린은 이탈리아 튜드족의 작은 현악기인 만돌라를 변형시켜 만든 악기다. 만돌린은 4쌍의 2중 금속현을 바이올린 음과 같이 조율하여, 음높이가 같은 한 쌍의 줄을 피크로 빠르게 뜯어 독특한 트레몰로 음을 내는 악기다. 지난해 10월 어느 토요일 오후, 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만돌린 앙상블 정기연주회가 있었다. 다문화가정과 연주자 가족, 친지들을 초대한 음악회였다. 단원은 아내를 포함한 중·장년 여성 30명이었다, 나는 모처럼 연주회에 참석했다. 딸과 손녀의 학예발표회 때 말고는 그런 자리에 가본 적이 없었다. 그만큼 연주회 분야에는 문외한이랄까,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단원 중에 제2 만돌린을 맡은 아내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내는 팸플릿을 돌리며 가족들에게 꼭 오라고 신신당부를 하였다. 나는 아내의 성화로 현직에 있을 때 6개월 동안 드럼을 배웠다. 술을 마시며 젓가락장단을 치던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그렇게 수월한 일은 아니었다. 전근을 가면서 중단했다. 퇴직을 한 뒤 드럼 연수를 알아보고 있는데, 좀처럼 기회가 닿지 않는다. 아내의 성화 때문에 시작을 미룰 수 없을 것 같다. 연주회는 성황을 이루었다. 2백여 객석이 가득 찼고 분위기도 엄숙했다. 부드러운 지휘자의 손의 움직임에 따라 현악기 특유의 음색이 살아났다. 간간이 콘트라베이스의 장중함과 클라리넷, 플루트의 리드가 더해졌다. 클래식기타와 만돌린의 하모니가 잘 이루어졌다. 두 시간 동안 10여 곡을 연주하였다. 청중의 갈채를 받은 성공한 발표회였다. 며느리가 꽃바구니를 전하자 아내는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가족들과 함께 인근 식당에서 외식을 하였다. 아내는 몇 차례 봉사활동 삼아 연주를 한 경험이 있지만, 그날처럼 정식으로 연주회를 가진 것은 처음이어서 상기된 얼굴이었다. 나는 오래 전에 '육체의 길'이란 영화를 감명 깊게 관람한 적이 있었다. 배우 김승호와 김지미가 주연을 맡고 신성일과 고은아가 출연한 영화였다. 화목했던 한 가정의 가장이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온갖 고초를 겪고 폐인이 되었다. 말년에 자기의 옛집을 찾아가 보니 사랑하던 아내와 성장한 자식들이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자신의 처지가 너무 부끄러워 가족들 앞에 나타날 수 없었다. 끝내 참회의 눈물을 흘리며 정처 없는 방랑의 길을 떠난다. 그에겐 자녀들과 바이올린을 켜면서 행복했던 지난날의 추억이 있었다. 나는 그 영화를 보고 나서 바이올린을 좋아하게 되었고, 영화에서 들었던 '타이스의 명상곡'을 즐겨 듣게 되었다. 악기를 배울 기회는 없었지만, 여흥시간에 나는 맨손으로 바이올린을 켜는 흉내를 내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아내와 아이들이 함께 악기를 연주하는 ‘가정음악회’를 갖는 것이 나의 오랜 꿈이었다. 아내가 악기를 좋아하고 꾸준히 연습하 것을 지켜보고 있다. 그것도 하나의 큰 기쁨이다. 아내는 지난 주말 경희대에서 개최한 '대한민국 만돌린 페스티발'에 한울림앙상불 단원으로 참가하여 실력을 겨루었다. 며칠 뒤엔 숭실대학교에서 음대생들과 1박 2일의 특별 연수과정을 이수하기도 하였다. 실력에 앞서 열심히 배우려는 그 자세가 아름답다. 아내는 좋은 점이 많은 사람이다. 가족사랑은 어느 엄마나 할머니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자기관리에 철저하고 대인관계가 원만하다. 경우에 밝고 분수를 지키며 금전관계가 분명하다. 내핍과 절약에 철저하며 현실에 잘 적응한다. 음식솜씨가 좋아 나는 아내가 요리한 음식은 무엇이라도 잘 먹는다. 아내는 참 좋은 여자다. 만돌린을 이만큼 치는 여자도 드물 것이다. 그렇지만 아내가 프로 연주자가 되는 건 싫다. 평생 살아가며 익히고 즐기는 아마추어가 좋다. 조금씩 틀리기도 하면서 말이다. 몇 년 전에 구입한 만돌린 값이 이제 세 배나 올랐다고 좋아한다. 나는 아내 복이 많은 사람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영락없이 팔불출이다. (2012.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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