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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가락과의 입맞춤/장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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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710회 작성일 12-06-04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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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가락과의 입맞춤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장지연 봄볕이 하얗게 부서져 내리는 한낮에 초록공기를 마시러 학산(鶴山)을 찾았다. 진입로엔 찔레꽃이 활짝 피어 후각을 자극했다.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심호흡을 하다 통통하게 올라온 찔레 순을 꺾어 아작아작 깨무니 그때 그 맛이 입안을 맴돌았다. 한 걸음 한 걸음 산길을 오르니 수령이 꽤 됨직한 소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짙푸른 숲 사이로 송홧가루가 남실거렸다. 그윽한 솔 향에 마음을 내어주고 산중턱에 마련된 의자에 앉았다. 쪼르르르 어디서 나타났는지 다람쥐 한 마리가 달려가다 뒤돌아보고 입을 쫑긋쫑긋한다. 한참을 바라보니 저절로 내 입이 간지러워졌다. 학산은 학이 날개를 펼쳐 평화동을 품고 있는 듯하다. 봉긋봉긋한 봉우리들이 훠이훠이 날갯짓을 하는 학의 형상 같다. 나도 한 마리 학이 되어 춤이나 추어볼까? 팔을 양옆으로 펼치고 발을 쫑긋 세우니 신발 속에서 발가락이 꼬물꼬물 아우성이다. 이 더운 날 맨발로 걸어가면 오죽 시원하겠느냐고 시위라도 할 모양이다. 산책로를 따라 꼬불꼬불한 산길을 오르면 발가락을 드러낸 소나무들이 턱 버티고 서있다. 내 팔뚝보다 굵은 발가락이 이리저리 뻗어 흙과 바위를 껴안고 사랑을 나누고 있으며, 반들반들 윤이 난 발가락사이로 바람 한 줌 들락거리며 숨바꼭질을 한다. 손으로 발가락을 만져보니 소코뚜레처럼 단단하다. 발가락 주인을 찾아 위를 바라보니 소나무가지에 걸터앉은 낮달이 꾸벅꾸벅 졸고 있다. 한 고개를 넘어가면 운동기구가 마련된 쉼터가 있다. 새벽부터 해넘이까지 인적이 끊이지 않는다. 내 나이 비슷한 소나무들이 친구가 왔다고 반겨주는 것 같아 난 여기에 머물기를 좋아한다. 이곳의 소나무 중에 유독 한 그루의 소나무가 뭇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어떤 아저씨는 “영자 씨, 잘 잤어? 나보고 싶었지?” 소나무를 쓰다듬으며 등과 배를 쿡쿡 찧는다. 다음은 할머니가 그 다음은 아줌마의 꿍덕꿍덕 방아 찧는 소리에도 소나무는 끄떡도 하지 않는다. 학산의 소나무들은 하늘을 향해 쭉쭉 뻗고 있다. 나도 여기에 서있으면 키가 더 커질까? 내 친구 계숙이는 어릴 적 키가 작아 신발에 거름을 채워놓았다고 한다. 신발에 거름을 주면 키가 클 것이라던 그 친구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늦봄 따사로운 햇살에 소나무의 새순은 쭉쭉 솟아오르고, 애기솔방울은 솔잎 속에서 빠끔히 얼굴을 내민다, 내 마음도 활짝 열고 보여줄까? 등산화를 벗어들고 내 발가락과 소나무 발가락과의 입맞춤을 하며 산길을 걸었다. 진즉 벗을 걸. 내려올 땐 학소암 쪽으로 내려오다 경사진 곳을 썰매 타듯 달렸더니 상쾌한 기분이 등을 적신다. 나의 청춘을 돌려주는 학산, 오늘처럼 내일도 푸름에 젖어 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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