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거짓말쟁이(2)/정성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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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거짓말쟁이(2)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정성려
4월의 꽃들이 울긋불긋 온 천지를 환하게 만들었다. 엄마는 추운 겨울에 삭막하고 답답한 좁은 병실로 들어가셨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왔건만 엄마의 병은 낫기는커녕 점점 더 악화되고 기력이 떨어져 애를 태웠다. 꽃을 좋아하는 엄마는 따뜻한 햇볕도 생동감 넘치는 봄의 아름다움도 보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자식들의 정성이 부족한 탓이었을까? 무서운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우리는 엄마를 하늘에게 빼앗기고 허탈감에 빠져 멍하니 남아 있다. 자식들과 친척들은 물론 마을사람들 모두 가지 말라고 붙잡을 수 없어 오열하며 보내드릴 수밖에 없었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 거라는 자식들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하늘로 승천하셨다.
어릴 적, 둘째 여동생이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그때 당시 나는 중학교 2학년이었다. 동생 옆에서 잠을 자던 나는 동생의 울음소리에 잠에서 깨었다. 곤히 잠을 자던 동생이 잠결에 훌쩍 훌쩍 이불을 들썩이며 울기 시작했다. 꿈을 꾸며 울고 있었다. 지켜보는 나는 곧 그치겠지 했지만 점점 울음소리가 커졌다. 차츰 차츰 울음소리가 더 커지더니 마침내 벌떡 일어나더니 두 발을 동당거리며 엉엉 소리를 내어 울기 시작했다. 다른 방에서 피곤에 지쳐 깊은 잠을 주무시던 엄마가 깜짝 놀라셔서 우리 방으로 달려 오셨다.
“아가야! 왜 그러냐. 아가야! 왜 그래?”
애타게 달래는 엄마를 보면서도 동생은 잠이 덜 깼는지 엄마의 말은 들은 척도 안하고 그대로 울기만 했다. 한참 울더니
“꿈에 엄마가 돌아 가셨어.”
라며 또 엉엉 소리 높여 우는 것이었다. 엄마는 동생을 안아 달래주었지만 동생은 엄마 품에 안겨서도 꿈속에서 엄마를 잃은 슬픔이 너무 컸던지 마구 소리 내어 큰소리로 울었다.
“아가야! 엄마 여기 있잖아? 아가야! 울지 마라. 엄마가 오래 오래 살려고 꿈속에 그렇게 보인 거란다. 울지 마라. 엄마는 오래오래 살 거야.”
하셨다. 그 말에 동생은 울음을 뚝 그치고 나 역시 엄마의 그 말을 믿었다. 쉰이 넘은 지금까지도 엄마의 그 말을 믿었고, 오래오래 사실 거라 생각하며 살아 왔다. 우리 엄마는 정말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실 거라고…….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아버지의 몫까지 오래 사실 거라고……. 건강을 조금도 의심해 본 적이 없어 오래 우리 곁에 있으실 줄 알았다. 그런데 75세, 하늘나라로 가시기엔 너무 이른 나이다. 애지중지 키운 자식들을 두고 어떻게 가셨을까. 엄마를 본받아 착하고 예쁘게 살고 있는 자식들보다 하늘나라가 좋으셨단 말인가? 따뜻한 봄날 힘없이 잡고 있던 자식들의 손을 놓고 ‘잘 살아라’라는 마지막 한마디 말을 남기고 그렇게 떠나셨다.
엄마는 당신 몸에 이상 신호가 오는 것을 모르셨을까? 아마 나이가 들면 이곳저곳 아프다더니 나이든 탓으로 여기고 계셨을 것이다. 힘든 농사일에 아무리 피곤해도 밤에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거뜬하다고 하셨다. 엄마는 특별히 약이 필요 없었다. 잠이 약이었다. 이토록 건강하다고 믿었던 엄마가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갈 때까지 엄마 자신도 우리 자식들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아니, 엄마 몸이 그 지경이 될 때까지는 통증도 있었으리라. 하지만 고통을 참고 견디며 자식들을 속였을 게 분명하다. 자식들의 마음이 아플까 봐 설마하고 지켜보고 계셨을 것이다. 엄마의 병을 조금만 일찍 발견했더라면 이렇게 허망하게 하늘에 빼앗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동생이 엄마가 돌아가시는 꿈을 꾸고 40년이 지났다. 엄마는 우리에게 오래 오래 살려고 꿈에 그렇게 보였다는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왜 하셨을까? 지금까지 40년을 우리 엄마는 오래오래 살 거라 믿고 살았다. 단 한 번도 몸이 아파 누워 계신 적이 없으신 분이기에 이렇게 빨리 우리 곁을 떠나실 줄 몰랐다. 엄마는 그때 한마디 하신 말씀으로 우리는 40년이나 속아 살았다.
어릴 적 엄마의 그 말씀이 지금도 귓가에 쟁쟁하게 들리는 듯하다. 우리는 엄마의 말씀과 행동을 곧 하늘처럼 믿고 살았다. 늘 말씀과 행동이 일치하고 살아가는데 본이 되었던 분이셨기 때문이다. 하늘은 좋은 사람을 더 빨리 데려가는 것일까?
(2012.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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