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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린천/윤석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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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691회 작성일 09-09-24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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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린천(內麟川) -노인들의 여행1-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윤석조 오늘 아침 6시 30분까지 한국은행 앞으로 나오라는 연락을 들었다. 친구들을 따라 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방정맞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만 최선을 다하여 따라가기로 하였다. 지난달 모임에서 H교장의 제의로 우리나라에서 원시림에 제일 가까우며, 희귀식물과 산나물이이 풍부하다는 강원도 점봉산 부근으로 봄나들이를 하기로 하였다. 못 간다는 사람은 사업에 바쁜 한 사람뿐이었다. 작년 이맘때의 교통사고 후유증이 가시지 않고 이따금 찾아와 등산은커녕. 걷기조차 어려워 몸 한 구석이 무너지는 느낌도 들었다. 친구들과 함께하려고 틈만 나면 계속 물리치료를 받아왔다. 학생회관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L교장을 만났다. 항상 모이는 시간보다 앞서 나와 기다리는데 사람들이 오지 않아, 장소를 모르는 것 같아 기다리고 있었단다. 고마웠다. 은행 앞에서 만난 친구들은 G박사와 우리들에게 봉사하겠다는 K교장뿐이었다. 역시 늙은이들의 건강과 약속은 지키기가 어려운 것 같다. 9인용 승합차를 빌려 여행하기로 하였으나, K교장의 승용차 한 대로 여행을 한다고 하였다. 출발하여 가는 도중 H교장이 승차하였다. 먼 길 사흘 동안 다섯 사람이 여행하기에는 자리가 좀 불편하겠지만, 자리를 서로 번갈아 타며 불편을 해소키로 하였다. 안개가 벗어지기를 기다리며 여산 휴게소에서 K교장이 준비한 아침식사를 하였다. 죽암휴게소에서 잠간 쉰 다음 영동고속도로에 들어서니, 강원도 지방을 여행하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원주휴게소에서 쉬려고 하였으나 휴게소로 들어가려는 차가 늘어서 있어서 그냥 달려야만 했다. 피로감에 몸은 쉬어야 했으나, 도로변의 새로운 풍광과 신록으로 마음을 달래며 갈 수밖에 없었다. 만종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로 바꿔 타고 달리는 길은 처음인 것 같았다. 도로 양쪽에 우거진 숲이 지나는가 하면 꼬불꼬불 재를 넘고, 푸른 물이 흘러가는 골짜기로 달리다 홍천으로 빠져 나갔다. 일반 도로에 들어서니 지난날 산악회를 따라 등산 가며 몇 번 드나들던 곳이라, 눈에 익은 지형과 냇가가 눈에 들어와 반가웠다. 연료를 넣지 못 한 채 달리기만 하니 빨간 경고등이 켜졌다. 지나는 길거리에 주유소는 많았으나 가스 충전소를 만나지 못하여 불안하였다. 운전자도 처음 당하는 일이라며, 비상용이 있다고 우리들을 안심시켜주었다. 다행히 인제에서 양양 가는 도로변에 가스 충전소가 있었다. 모두들 반가운 얼굴들이었다. 연료를 가득 주입하고 쉬며 점봉산 가는 길을 물었다. 사무실에 앉아있던 노인이 밖으로 나와, 찾아가는 길을 친절하게 잘 알려주었다. 인제읍을 지나자 수정처럼 맑은 소양강 강물이 우측에서 내려가고 있었다. 내 생전 처음 보는 풍광이라 창밖을 두리번거릴 수밖에 없었다. 천연 원시림처럼 짙어진 신록과 세월이 멈춘 듯 서있는 기암괴석, 은빛 백사장과 자갈밭 위로 물밑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맑은 물이 구불구불 계곡을 따라 흐르면서 신비롭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 감탄사만 절로 나왔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남쪽에서 북쪽으로 흐르는 강이라 하였다. 총 길이 70여 Km를 흐르는 그 이름이 내린천이라는데, 홍천군 내면의 ‘내(內)’자와 인제군의 기린면의 ‘린(麟)’자를 합친 것이라 하였다. 봄에는 철쭉의 군락과 여름의 녹음, 가을 단풍과 겨울 눈꽃으로 사계절이 모두 아름답다 하였다. 전국의 계곡 중 가장 물이 깨끗하다고 소문이 나 래프팅과 가족단위 피서의 낙원으로 알려졌다. 길가 운치 있는 정자에서 자연의 품에 안겨 즐거운 점심시간을 가졌다. 끼니 때 마다 먹을거리를 장만하겠다는 K교장에게 남다른 정이 가고 감사할 뿐이었다. H교장과의 친분이 있는 사람과 몇 차례 전화 연락으로 기린면 진동리 진동분교 근처(너와마을)의 ‘해마루 펜션’을 쉽게 찾았다. 퇴직하고 낙향하였다는 L씨가 친절하게 맞아주어 고마웠다. 우리들이 하룻밤을 지낼 방에 짐을 풀어 놓고 차를 이용하여 산책길에 나섰다. 진동계곡은 이제야 아카시 꽃이 군데군데 하얗게 만발하여, 눈이 푸른 잎을 덮고 있는 듯 보여 반가웠다. 띄엄띄엄 들어선 펜션은 손님을 기다리고 그 주변은 자갈밭인 채 거의 비어 있어, 개발바람이 불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기린초등학교 진동분교 앞 사거리에서 양양양수발전소를 찾았다. 발전기 4기에 100만KW의 설비용량으로 국내 양수발전소 중 최대 규모이며, 물의 낙차(落差)도 동양 최대인 819m라 한다. 둑 양쪽에 풍력발전기 1,2호도 웅장하게 설치되어 있어 바람이 많은 지역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댐 건설을 앞두고 환경평가단원으로 활동 하였던 G박사는 이곳을 자주 왔었다고 하였다. 저수지 둘레를 산책하면서 이 지역의 식물생태계를 중심으로 많은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백두대간의 단목령 쪽으로 가다 길이 좁은 길목에서 걸었다. 냇물을 따라 걷다 보니 잘 건축한 펜션 한 채가 산그늘 속에 있었다. 우리 속에 든 개들이 뛰어 나올 듯 사납게 짓기 시작하여, 산 계곡을 쩌렁쩌렁 울리고 있었다. 그 옆 밭에는 중년여인이 서성이며 도라지들을 보살피고 있었다. 그 지역을 벗어나 오르다보니 해도 저물고, 출입 금지구역 팻말이 우리들의 길을 막고 있어 발길을 돌렸다. 펜션에 들어와 화단에 있는 야생화와 희귀식물들에 대하여 G박사의 강의가 있었다. 주인 사모님도 어느새 참가하여 우리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질문하며 배우고 있었다. 그중의 금강초롱은 우리나라에서만 자란다고 하여 눈길이 오래오래 머물렀다. 노인들의 우정으로 너무 즐거운 하루였다. 신록과 맑은 물로 어우러진 자연의 품속에서, 별들이 반짝이는 산골의 밤은 조용히 깊어 가고 있었다. (2009. 5. 25.) 다달이 모이는 사우회는 입학년도가 같은 대학입학동기들로 거의 40여 년 동안 모임을 해 왔다. 처음에는 열네 명이 1년에 네 차례 부부모임으로 만나 친목을 다져왔다. 퇴직 후에는 남자들만 만나고 부부모임은 연말에 한 번 만난다. 갈아입을 옷과 세면도구, 오래된 인삼주 1병을 챙겨 넣은 배낭을 메고 시간에 늦지 않도록 집을 나섰다. 큰길로 나오니 아침햇살이 참 고왔다. 가로수의 싱싱한 초록 잎과 맑은 날씨로 좋은 여행이 될 것 같아 느긋한 걸음이 되었다. 주변의 아름다움에 취해있는데, 그새 G박사는 나무 밑에 있는 풀잎을 뜯어와 약용 식물학 강의를 하고 있었다. 어느새 정년퇴임을 한 지도 10년이 되어 사우회의 모임에도 변화가 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도 있고, 이사 간 사람, 병으로 누워있는 사람도 있어 다 모여도 열 명이 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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