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의 허실/은종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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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의 허실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은 종 삼
“여론조사 조작 이정희 혼자가 아니다” “우리만 그런 것도 아닌데” “여론조사 조작 잘못 책임져야”
4•11 총선을 앞두고 야권 후보 단일화 경선 여론조사 과정에서 조작 사건이 터지자 언론들이 장식한 제목들이다. 결국 여론조사에서 승리한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는 정의로운 여론의 심판에 따라 울먹이며 낙마하고 말았다.
“나이 속여 답하라” 여론대상자 중복, 차떼기, 투신자살 등 여론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비열하고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곳곳에서 일어나 국민들로 하여금 심히 우려를 자아내게 했다. 비단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1997년 제15대 대통령 선거 때도 있었고, 2008년 미스코리아 인기투표 때도 여론조사 조작 파문이 있었다. 일본 언론인 ‘이시카와 시카에’는 《여론조작 위기의 시대》라는 책에서 대중 언론매체가 여론을 왜곡 조작하는 폐해의 심각성을 고발하고 있는 걸 보면 우리나라만의 일도 아니 듯싶다.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하는 인간사가 가엾을 뿐이다.
한국교육신문 1998년 12월 7일자에 아래와 같은 필자의 칼럼이 실렸다.
『나는 특별활동 등산부 지도교사다. 지난 11월 말 토요일은 전일제 특별활동 시간이었다. 날씨도 춥고 하니 영화감상으로 돌렸으면 좋겠다고 대표학생이 말했다. 누구의 뜻이냐고 물었더니 등산부 학생 대다수의 의견이라고 했다. 지도교사로서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학생들의 의견을 따르자니 등산부 본래의 교육목적에서 일탈하는 것이 되고, 그렇다고 수요자 중심 교육을 강조하는 요즘 세태에 학생들의 의견을 전혀 무시할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잠시 후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안 돼, 등산부는 등산을 해야지.” 학생들은 등산을 마치고 상쾌한 기분으로 귀가하였다.
교육은 교육목적에 충실해야지 여론에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부는 최근 교원 정년 단축 등 교육현안 문제 결정 과정에서 학부모 등의 여론조사를 크게 부각시켰다. 여론이란 이해관계 집단에 따라서 진리를 덮어버리는 우상이 될 수도 있다. 재판관이 여론에 밀려 재판을 한다면 이미 재판관임을 포기한 것이다. 단 한 사람이 반대하는 것도 진리일 수 있고, 백 사람이 찬성하는 것도 오류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교육이 바로 선다.』
당시 교원정년 단축을 위해서 여론조사를 했었다. 다분히 정년단축 명분 쌓기 용이라는 것을 삼척동자라도 다 알만하지 않은가. 결과는 뻔했다. 여론조사의 허실이 여기에 있다. 당시 교원정년이 65세에서 62세로 단축되었지만 대학교수는 제외되었다. 그 이유가 뭔가. 석연치 않다. 교원이라면 대학교수도 포함해야지 않은가. 그런데 여론조사는 목적에 따라서 정의로운 논리는 묵살되고 만다.
여론조사란 사회 문제나 특정 쟁점에 대해 사회 구성원들이 어떠한 의견이나 태도를 가지고 있는가를 알아내는 통계적 조사 예문 검색결과라고 사전에 풀이되어 있다. 곧 사회가 바르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필수적 방법 중 하나다. 그런데 칼은 그 쓰임에 따라 이기(利器)도 되고 흉기(凶器)도 된다. 여론조사도 본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지만 조작 왜곡되어 특정집단의 이기적 칼날로 전락되기도 한다. 이게 여론조사의 큰 병폐다.
민주주의는 여론정치다. 여론을 담당하는 기관이 언론이다. 그래서 입법 사법 행정부와 더불어 국가권력의 제4부라고도 한다. 그만큼 언론의 책임이 무겁다. 언론이 철권을 무너뜨리는가 하면 생사람을 잡기도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4월5일부터 총선과 관련한 후보자 또는 정당별 여론조사결과의 공표나 인용보도가 금지된다고 밝혔다. 여론조사의 허실을 잘 알고 대처한 것이라고 본다. 매우 다행스러운 조치다.
‘아침엔 웃다 저녁엔 울다․․․ 엎치락뒤치락 여론조사 왜?’ ‘조사기관마다 결과 달라’
최근 한 중앙일간지 기사 제목이다. 모름지기 언론이 여론몰이에 가세하지 말아야 하고 유권자가 현혹되지 않는 명철함이 절실한 시점에 서있다. 일찍이 공자는 “모든 사람이 좋아 하더라도 반드시 살펴야 하며 모든 사람이 미워하더라도 반드시 살펴야 한다.(衆好之必察焉 衆惡之必察焉)”고 가르쳤다. 여론조사 홍수시대 새겨볼만한 명구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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