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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지 않은 짝퉁/김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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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702회 작성일 12-03-24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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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지 않는 짝퉁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김 현 준 몇 년 전 중국 상해 뒷골목에서 명품시계 짝퉁을 한 개에 만 원을 주고 샀다. 뒤따라오던 일행은 세 개에 만 원을 주었다며 자랑했다. 그 시계를 누구에게 주지 못하고 서랍에 넣어두었는데 몇 달 동안 잘 돌다가 멈추어버렸다. 그 뒤부터 나는 짝퉁을 사 본 적이 없다. 짝퉁은 가짜 혹은 모조품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 있다. 짝퉁 이전에는 '가짜'를 의미하는 '짜가'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짝퉁에는 A급과 B급이 있다고 한다. A급은 진품과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며 가격이 만만치 않다. B급은 격이 떨어지는 모조품이다. 짝퉁이 성행하는 이유는 진품이 비싸고 귀하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진품이 귀한 이유는 짝퉁이 만연하기 때문이라 한다. 내가 이해하기 힘든 것은 여자들의 명품 가방에 대한 애착이다. 명품 가방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것 같다. 그렇다고 아내나 딸, 며느리에게 그런 가방을 사준 적도 없다. 값이 엄청 비싸려니와 진짜라고 해도 믿기 힘들기 때문이다. 유명 백화점에 짝퉁이 없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사실 나의 안목으로는 이를 구별할 수 없다. 가방 하나에 수백만 원씩 하니, 도대체 그렇게 비쌀 이유가 무엇이며, 그렇게 비싼 가방에 담아야 할 물건이 무엇인가 말이다. 이것은 우리나라 여성들만의 일이 아니고 세계적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심리학자들은 남성은 만년필이나 총을 좋아하고, 여성은 지갑이나 가방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나는 그것을 믿을 수 없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 거리에서 십여만 원씩 하는 짝퉁 가방을 사느라 열을 올리는 것을 보면, 짝퉁 가방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얼마 전 경찰은 대규모 루비X 짝퉁 가방 제조, 공급 조직을 일망타진했다. 지금까지 20여 명이 구속되었고 연루된 소매상만 200여명에 달한다고 하였다. 언제쯤이나 짝퉁공화국의 오명을 씻을 수 있을까?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다는 수요공급의 법칙을 생각하면 짝퉁 문제가 쉽사리 해결되지는 않을 것 같다, 명품 가방이라고 해도 사시사철 한 가방만 메고 다닐 수는 없을 것이다. 계절과 장소에 따라 달라야 하리라. 그러니 명품 가방도 한두 개가 아니다. 명품 가방을 걸쳤으니 명품 시계를 차야하고, 구두와 목걸이, 액세서리 등도 구색에 맞아야 한다. 선글라스는 또 어떻고……. 가계는 명품 과소비 때문에 멍이 들 것이다. 명품 가방을 들어야 행세할 사회가 되었으니 짝퉁 가방이라도 메야 한다. 진짜에 가까운 짝퉁일수록 값이 오르고 인기가 높다. 모파상의 단편소설 '목걸이'를 읽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르와젤 부부는 상사의 파티에 초대를 받았다. 부인 마틸다는 부자 친구 잔느의 목걸이를 빌려 새 드레스를 사 입고 참석했다. 집에 돌아온 부부는 목걸이를 잃어버린 것을 알았다. 빚을 내어 똑같은 목걸이를 사 친구에게 돌려주었다. 그 빚을 갚기 위해 십년 동안 비참한 생활을 하였다. 잔느를 만나 그 사실을 고백했는데, 그 목걸이가 가짜라는 것을 알게 된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가짜에 익숙한 삶을 살아왔다. 시장에 나가서 물건을 살 때, 아무리 잘 깎아도 바가지를 쓴 것 같은 기분을 떨쳐버릴 수 없다. 가격 정찰제가 시행된 뒤 물건 사기가 조금은 쉬워졌다. 나는 꼭 소용되는 물건이 아니면 좀처럼 사지 않는다. 집에 돌아와 아내의 지청구를 들을까 염려해서다. 가급적 재래시장에서는 아주머니들이 부르는 대로 사는 편이다. 그러나 아내는 1, 2천원이라도 깎아야 직성이 풀리는가 보다. 사람들 중에도 짝퉁이 있다. 내가 근무했던 고등학교에 친척 한 분이 찾아온 적이 있다. 딸과 사귀는 남자가 이 학교 출신이라고 하니 알아봐달라는 것이었다. 망설이다 찾아보았는데 이름이 없었다. 그 뒤의 일은 알아보지 않았다. 고향 친구는 내가 달고 다니던 대학 배지를 원하여, 그에게 준 일이 있었다. 가짜 대학생이 흔하던 시절이었다. 4월 11일은 제19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거일이다. 또 얼마나 많은 짝퉁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의 표심을 유혹할 것인가. 유권자들은 짝퉁을 가려내고 바른 정치인을 뽑도록 해야 할 것이다. 누가 짝퉁인가? 사이비 애국자, 부정부패한 자, 부도덕한 사람, 말만 앞세우고 실천이 부족한 자, 책임감이 부족한 사람, 리더십이 약한 사람 등이 아니겠는가. (2012.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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