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제주도 여행/한숙자
페이지 정보

본문
아름다운 제주도 여행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한숙자
아침 일찍 일어나 밥을 짓는데 전화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제주도 여행을 떠나자는 친구 전화였다.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는 일이다. 한 달 전부터 여행 가방을 꾸리기 시작하며 즐거웠다. 고향친구들과 같이 떠날 준비를 하니 마음은 벌써 제주도로 달려갔다.
5월 22일 1시 30분, 군산비행장 가는 버스를 타고 가서 4시 30분 제주도 비행기를 탔다. 날씨가 흐려져 비가 오기 시작했다. 하느님이 우리를 시샘하나 보다.
오후에 구경을 가기로 했는데 비 때문에 못하고 숙소에서 여장을 풀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니 방이 따뜻하고 넓어 좋았다. 2시간정도 하기로 하고 3천 원씩 내놓고 게임을 시작했다. 게임은 많든 적든 서로 열을 올리며 웃고 떠드니 즐거웠다. 이날 모인 돈이 7천원이었다. 참으로 재미있는 게임이었다.
이튿날 일어나 보니 여전히 궂은비가 내리고 있었다. 야외 구경을 접어 두고 실내구경으로 대처했다. 코끼리 쇼와 기마병 싸움을 관람했다. 저녁에 또 게임을 해서 7천원을 모아 14,000원이 되었다. 이틀을 이렇게 보내고 3일째 되는 날, 비가 개어 야외구경을 할 수 있었다. 미술관과 분재를 구경했다.
미술관을 관람하는데 김홍도와 신현복 등 대가들이 인간의 본능을 해학적으로 적나라하게 그림으로 묘사해서 웃음도 나고 부끄럽기도 했다. 남자 관람객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마음껏 떠들고 웃었다.
분재를 구경하는데 너무 잘 관리를 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인간의 재능은 무한한 것 같았다. 700년 된 분재, 150년~250년 된 분재 등이 모두 장관이었다. 어떤 분재는 20억 원을 호가한단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다음날은 일찍 일어나 한라산을 끼고 돌기 시작했다. 비가 와서 목욕 한 것처럼 맑은 한라산은 마치 푸른 초원에 머리를 푼 나신(裸身)처럼 누워있는 여인의 모습 같았다. 한라산은 우리를 좋아해 온종일 웃으며 따라왔다.
가파도 올레길로 가고자 배를 타고가 올레길 7코스를 가는데 키 큰 친구들은 앞장서 성큼성큼 걸어갔다. 키 작은 우리는 그 뒤를 따라 가느라 구경도 제대로 못하고 땀만 흘리며 바빴다. 키 큰 친구들이 조금 배려했으면 좋았을 텐데, 가이드가 너무 빨리 왔다면서 마라톤선수들이냐고 해서 우린 서로 웃었다.
올레길은 계절이 좀 늦어 이미 청보리가 익어 황금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저녁 식사 때 제주도 특산품이라는 가이드의 추천에 딸 말고기를 먹기로 했다. 우리는 생전 처음 먹어보는 고기라 거부감이 들었다. 돈이 조금은 아까웠다. 친구들은 어찌나 알뜰한지 남은 밥을 모아서 숙소에 와 누룽지를 만들어 먹었다. 나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다. 그 어느 간식보다 맛이 있었다. 비가 와서 회를 먹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우리는 서로 나이를 잊은 채 어린아이마냥 실수를 연발하며 마음 놓고 웃고 떠들 수 있었다. 38년이나 된 모임이라 모이면 목소리 큰 사람이 제일이다. 모두 정겨운 친구들이다.
친구 하나가 요즘 몸이 조금 불편해서 걱정이다. 이번 여행에 같이 동행을 못할 줄 알았는데 함께 참가해줘서 기뻤다. 빨리 회복하길 기원한다. 가장 허물없는 친구들이다. 이제는 황혼이 들었는데 소리는 변하지 않았다. 다음 달에 모이면 얼마나 소리들을 칠까? 게임에서 모은 돈으로 먹고 떠들며 1년 내내 여행이야기로 즐거울 것 같다.
(2012. 3. 23.)
.
- 이전글사라지지 않은 짝퉁/김현준 12.03.24
- 다음글전북일보 보도 12.03.23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