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게 물든 단풍처럼/김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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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게 물든 단풍처럼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김 명 희
햇살을 가득 머금은 청아한 가을하늘처럼 곱디고운 단풍들이 화장을 한다. 오색찬란한 계절의 조화를 그려낸 풍광에 감탄하며 손녀 주연이랑 전주천변 산책로를 걷고 있을 때,
“할머니! 누가 저렇게 예쁜 그림을 그렸을까요? 정말 풀잎에 곤충이 붙어 있는 것 같아요.”
내 얼굴을 올려다 보며 방긋 웃던 다섯 살 꼬마는 버려진 쓰레기를 보는 순간 얼굴을 잔뜩 찌푸린다.
“어떤 사람이 쓰레기를 함부로 버렸을까요? 지구가 아파요.”
집에서 유치원까지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다. 그래서 햇볕도 쬐고 걷기운동도 할 겸 날마다 걸어간다. 햇볕이 강한 어느 날, 유치원 가는 길에 인도를 조성하느라 꽃나무 몇 그루를 뽑아놓아 잎이 시들어가는 것을 본, 세연이와 주연이가
“사람들은 참 잔인해요. 나무들이 불쌍해요. 그리고 우리가 사람으로 태어나길 참 잘한 것 같아요. 왜냐하면 만일 사람 아닌 다른 동물로 태어났으면 우리도 이미 사람들에게 잡혀 먹혔을 것 같아요.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이예요?”
몹시 신중한 표정을 지으며 엉뚱한 질문을 하여 곤혹스러울 때도 많다.
모든 꽃 중에서 인간 꽃이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아이들이 떠들며 놀고 있는 가운데 행복감을 느낀다. 간식을 날마다 바꿔주면 주연이는 간식을 먹으면서 "언니들, 분리수거해야지!" 하며 포장지에 있는 비닐을 벗겨 분리한다. 스마트 폰을 만지작거리기를 몇 번 기계도 빨리 익숙해지는가 하연, 책에서 눈을 떼지 않는 세연, 임기응변이 좋은 주연, 머리회전이 빠른 아이들에게서 오히려 어른들이 배워야 한다.
‘인생 100세 시대’라고 하고 ‘90세에 죽으면 조기사망’이라고 한다던가?
요즈음 노인들 사이에서 주고받는 이야기가 그렇다. ‘방콕대생, 예일대생, 하버드대생' 등 3가지로 분류하는데 그중 방콕대생은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고 방안에만 꼭 틀어박혀 있는 사람이고. 예일대생은 일하며 보람을 찾는 사람을 일컫는다. 하버드대생은 열심히 배우러 다니는 사람을 말하는데 이들 세 가지 중 나는 예일대생이 되고 싶다.
소일거리 없는 노인들보다 아이들을 보살펴 내 작은 힘이라도 사회에 기여했으면 한다. 지난 9년 동안 외손녀들을 기르면서 참으로 어려움도 많았지만 보람 또한 컸다. 이젠 할아버지 할머니는 육아뿐만 아니라 교육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많은 경험을 밑바탕으로 교육의 지침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아이들 보는 앞에서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 틈나는 대로 전주안골노인복지관에서 '수필과 서예'를 배우며 열심히 학업에 정진하고 있다. 목표를 세우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인내하면서 꿈을 이룰 수 있는 그날까지 열심히 노력할 것을 아이들과 약속을 했다. 손자, 손녀들이 언제나 늘 건강하게, 씩씩하게, 밝게 잘 자라 주었으면 한다. 다소곳한 삶으로 손자와 손녀들을 잘 키울 수 있도록 봉사하면서 곱게 물들어가는 단풍이 되리라 다짐해 본다.
(2011.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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