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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만의 노래교실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김 명 희
3남2녀 중 다른 아들딸들은 모두 결혼해서 분가하고 주말부부인 둘째딸 약사와 법무관 사위와 함께 3대가 살아가는 게 지금의 우리가족이다.
금융기관에서 근무하고 정년퇴직한 남편은 우리 가족의 버팀목이다. 남편은 날마다 집에서 약 5km 떨어진 병원까지 딸을 출근시키고 나와 더불어 아이들을 보살펴 준다. 저녁 설거지를 하면서 오늘 오전에 배운 노래를 연습한다. 일주일에 두 번 나가는 노래교실이지만 나는 사정이 있어서 한 번만 출석한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박자를 맞추고 있을 때 뒤에서
“할머니! 여기 이 대목이 틀렸어요. 보세요. 여기는 음이 높고 가다가 조금 낮아져요. 그러니까 이렇게 불러 보세요. 한 번 따라 해 보세요. '아!' '아!' 할머니, 그렇게 하시지 말고 발성연습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이 노래는 손자 하연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 ‘유치원 재롱잔치’ 때 이 음악에 맞추어 율동연습을 했기에 따라 부르기 쉬울 줄 알았다.
아 이 오 에 우 ~ 낮음.
아 이 오 에 우 ~ 중음
아 이 오 에 우 ~ 약간 높이다.
아 이 오 에 우 ~ 높이다.
종이에다 적어주며
"반복을 해 보세요. 기초부터 터득해 보셨으면 좋을 것 같아요.”
초등학교 2학년 하연이는 피아노를 배우고 있기에, 어느새 할머니의 가르침을 벗어나 막힘없이 빨리 터득한다. 예전에는 할머니들이 노래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어쩌면 저렇게 엉터리로 부르실까, 생각했었는데 이제야 공감이 간다. ‘한 곡이라도 제대로 배워 봐야지’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다시 노래교재를 펼쳐놓았다. ‘울고불고 했던 지난날은 잊고, 지지고 볶고 했던 그 남자는 잊고……’.
애교가 많은 7살 세연이는 우리들 앞에서 교재를 뺏어다 보며 노래와 율동을 하고, 턱밑에 바짝 다가앉은 5살 주연이는 이미 마음속으로 가사와 함께 곡을 외웠나 보다.
“할머니! 날 좀 보세요. 입을 이렇게 오므렸다, 벌렸다, 혀도 이렇게 말아보세요.”
웃음이 온 집안을 요동쳤다. 타고난 재능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관심이 없고, 노력을 하지 않으면서 못한다는 탓으로 돌려버리는 습성 때문일까? 음치탈출을 시도해보지만 아이들에게 웃음만 안겨줄 뿐이다.
이순의 중반에 노래교실에 나가는 것은 그저 재미와 스트레스 해소라고 단정했었다. 그러다가 모임에 가서 노래를 부르라고 하면 알고 있는 노래가 한 곡도 없다. 노래교실에서는 하하 호호 웃으면서 열심히 따라 했건만 집에만 오면 지우개로 말끔히 지운 것처럼 생각이 나지 않는다. 교재를 펴 놓고 연습을 하려고 보니 마음대로 잘되질 않는다.
그동안 손녀들을 기르면서 주로 동요만을 불러 주었다. 분주함속에서 아이들의 세계에 흠뻑 빠져 사는 동안, 어느새 훌쩍 자란 아이들이 할아버지할머니의 말동무가 되어 오늘도 노래를 가르쳐 주겠다며 얼마나 많이 웃겼는지 모른다. 우리 집은 코믹 드라마가 따로 필요 없다. 우리 가족은 이렇게 한바탕 웃으면서 하루를 마감한다.
"우리 외할머니는 노래를 정말 웃기게 부르지?"
아이들이 이런 꿈을 꾸는지도 모를 일이다. 잠자리에 든 아이들의 웃는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혹시 그렇게 꿈을 꾸며 웃지나 않을는지 생각해 본다.
(2011.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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