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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사랑/김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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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591회 작성일 11-10-02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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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 사랑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김현준 언제부터인가 나는 외출할 때 꼭 수첩을 가지고 나간다. 그걸 빠뜨리고 나가면 뭔가 허전하고, 기억해야 할 일들이 많을 것 같아 불안하다. 수첩은 윗주머니에 넣을 수 있도록 작은 것이 좋다. 비싸고 잘 만들어진 수첩일수록 활용도가 떨어진다. 손바닥에 딱 들어오면 그만이다. 아들이 첫 월급을 받고 나에게 수첩을 선물했다. 보통 수첩이 아니었다. 잘 디자인 된 악어가죽의 비싼 수첩이었다. 속지만 갈아 끼면 평생 쓸 수 있다. 십만 원이 넘는다고 했다. 수첩을 수백 권이나 살 수 있는 비싼 값이었다. 그렇지만 싫은 내색을 하지 않고 아주 기쁜 표정으로 고맙다고 몇 번이나 말해주었다. 딸네 집에 가면 쓰다만 휴대용 다이어리가 많다. 그냥 굴러다녀서 내가 가져와 다시 활용한다. 주로 일기를 쓴다. 특별한 소감을 쓰는 것이 아니고, 그날그날의 일과를 중심으로 기록하기 때문에 충분히 사용할 수가 있다. 수첩의 앞부분에는 날짜를 적고 매일 매일의 계획과 실천사항을 적는다. 밤에는 수첩을 보면서 다음 날 할 일을 정한다. 일기도 수첩을 보면서 적는다. 수첩의 뒷부분에는 자주 연락하는 이들의 전화번호와 가족들의 생일, 그리고 시내버스 운행코스 등을 적는다. 이메일, 페이스 북, 블로그 등의 주소와 비밀번호를 적어놓으면 편리하다. 그 안쪽에는 올해에 해야 할 일 목록, 고마운 사람, 내가 잘한 일 등을 기록한다. 책이나 신문을 읽을 때 중요한 내용은 수첩에 메모를 해 둔다. 인터넷이나 블로그에서 인용할 것도 적어둔다. 잠자리에서도 머리맡에 수첩을 두고 갑작스럽게 떠오르는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적는다. 뚜렷이 기억나는 꿈의 줄거리를 적기도 하지만 이것은 좀처럼 하기 어려운 일이다. 나는 수첩을 빽빽하게 쓰는 편이다. 사용 중에는 꼼꼼하게 쓰고 확인을 하지만 다 쓰고 표지에 언제 쓴 것인지 날짜를 적고 나서는 한 곳에 모아둔다. 그리고 다시 펴보는 일은 드물다. 나중에 필요할 일이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쓰는 것 자체를 즐긴다. 수첩에 너무 의존하다 보니 나 자신의 기억보다 수첩에 기재된 내용을 더 신뢰한다. 수첩은 기록하는 장소와 시간, 상황에 따라 참[眞]이 아닐 수도 있다. 당시는 옳았으나 시간이 흘러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퇴직을 하고 나서 안골노인복지관에 등록을 했다. 수필창작반에 나가는데 수필에 쓸 글감과 주요 내용을 생각나는 대로 수첩에 적어 놓는다. 수첩이 없다면 떠오르는 좋은 소재들이 순식간에 날아가 버린다. 얼마나 아까운 일인가. 나는 아직 수필에는 초보지만 쓰고 싶다는 마음은 강렬하다. 잘 쓰면 오죽 좋을까. 그렇다고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는 않는다. 하는 데까지 하려고 한다. 하다보면 늘겠지 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새로운 소재를 찾아 글을 쓴다. 한 편의 수필이 탄생하는 데는 몇 권의 수첩이 필요할까? 마음에 드는 작품을 평생 한두 작품이라도 쓴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려면 또 많은 수첩이 필요하리라. 문방구점에 들러 나는 오늘 또 수첩 두 권을 샀다.  (2011.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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