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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나팔꽃/박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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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594회 작성일 11-09-05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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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나팔꽃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박 병 욱 금년 여름은 장마가 길어서 큰 더위는 모르고 지나가는구나했는데 막판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그래도 처서가 지나서인지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을 느낀다. 여름철이라 꽃구경하기가 힘든 요즘, 나는 서신노인복지관에서 좀 특이한 꽃을 보았다. 흔히 보는 나팔꽃은 지금이 한창이다. 울타리 옆에 있는 조그마한 화분에 꽂힌 대나무 막대를 칭칭 감은 넝쿨이 5지 잎에 둘러싸인 진빨강 꽃을 가지에 매달고 자랑스럽게 나팔을 분다. 그렇지만 하루가 지나면 나팔소리는 멈추고 고개를 숙인 채 뒤이어 필 다음 꽃을 기다린다. 숨이 짧아서일까, 아니면 이들이 가여워서일까. 어느 날 갑자기 복지관 입구 계단에‘천사의 나팔'이란 멋진 이름의 큰 화분이 등장했다. 전에 시공부동아리에서'며느리밑씻개 꽃'이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꽃을 알게 되었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꽃의 색상과 모양은 아름다운데 어떻게 이런 해괴망측한 이름이 붙었을까. 아마도 예나 지금이나 고부간에 서로 밉보이는 감정을 꽃으로 표현한 것이리라. 그런데 이번에는 멋진 이름의 꽃을 알게 되어 반가운 마음으로, 담당직원에게 그 화분의 출처를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전에 복지관을 이용하면서 꽃을 무척 좋아했던, 어느 할머니가 기증한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이 꽃은 남아메리카 열대지방이 원산지로 쌍떡잎식물인‘통화식물목가지과 독말풀 속'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성경에 등장하는 하늘을 나는 천사가 긴 나팔을 입에 대고 부는 모습과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으로‘엔젤스 트럼펫(Angel trumpet flower)'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정식 학명은 Datura suaveolens Humb. et Bonpl이다. 몇 해 전 남아공 월드컵 때 원주민응원단들이 불었던 부부젤라와 비슷하며, 꽃말은‘덧없는 사랑'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진한 향기와 함께 대형 꽃이어서 매우 아름답고 인기가 높아 원예품종으로 많이 개발되어 있으나, 아쉽게도 일반 나팔꽃처럼 개화시간이 짧아 비교적 빨리 시드는 편이다. 대표적인 종류로는 다이아나핑크, 문라이트, 바리에가트, 백화팔중, 산기니아, 오렌지스타, 카멜레온, 핑크펄, 화이트엔젤 등이 있다. 번식력이 강하여 꺾꽂이가 가능하지만, 꺾꽂이할 때 줄기에서 나오는 하얀 진액을 조심해야 한다. 이 액체는 독성이 있어서 피부에 닿으면 피부 염증이 생길 수 있다. 또한 향기에도 독성이 있어서 개화기에는 꽃 주변에 모기나 나방이 잘 접근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마도 장미에 가시가 있듯이 이 꽃도 향기에 독성이 있어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천사가 부는 나팔에서 나온 향기가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마다할 사람이 있을까. 꽃이 내뿜는 아름다움은 천사의 날갯짓이다. 흔히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칭찬을 많이 하라고 한다. 왜일까? 칭찬을 하자면 아름답고 순수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펴보아야 한다. 한데 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칫 꾸밈과 허식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 본의 아니게 위선자나 이중인격자로 오인되기도 한다. 자연의 순리는 그것이 없다. 있는 그대로, 태어난 그대로의 원색이다. 이게 아름다움의 대명사인 꽃이다. 꽃을 보고 예쁘다거나 아름답다고 느끼는 그 순간 이미 우리 마음속에는 천사가 깃들어 웃고 있다. 이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구나 다 알지만 세파에 휩쓸리다보면 순간적으로 깜박거리는 것일 뿐……. 천진난만 한 아기의 웃음을 보라. 그 속에는 숨김도 꾸밈도 없는 순수함 자체만 존재한다. 동심의 세계에서는 천사가 살고 있다. 그 동심을 가지려거든 꽃을 보고 꽃과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거기에 바로 천사가 숨 쉬고 있기에 꽃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악인은 없다고 한다. 보는 사람마다 한꺼번에 여러 송이‘천사의 나팔꽃'이 울리는 나팔심포니를 들으면 황홀삼매경에 빠질 것이다. 사람들의 감탄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아름다운 신부新婦의 자태를 선보이며, 자연의 신비를 인간들에게 무언의 대화로 과시하는‘천사의 나팔꽃'이 어쩌면 이 꽃을 기증한 그 할머니가 천사의 화신인지도 모른다. ‘도테 니슨'은 이 꽃을 보고《쉽게 기르는 실내식물》이란 책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생이지지(生而知之) : 날 때부터 아는 사람 학이지지(學而知之) : 배워서 아는 사람 학이부지(學而不之) : 배워도 모르는 사람 세상엔 이렇게 세 부류의 사람이 있다고 했다. 이 중에서 나는 과연 어떤 것을 선택할까? 꽃의 대화를 엿들어야겠다. 그 대화를 들을 수 있는 안목을 기르면 우주의 만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참삶의 길이 보이지 않을까. 오늘도 나는 학이지지學而知之의 세상을 바라보며 미래를 연다. (2011. 0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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