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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보는 세상/이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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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734회 작성일 09-09-12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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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보는세상 전주안골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이의민 마음이 편치 않을 때 나는 간단한 등산복 차림으로 소주 한 병, 물 한 병, 야채, 빵 두어 개를 짊어지고 더 깊은 산으로 숲을 찾아간다. 평소 늘 운동을 다니던 산을 버리고 나 혼자 좀 더 큰산 아직 길이 나지 않은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가 보면 완연히 다른 세상을 만나게 된다. 햇살도 잘 들지 않은 깊은 숲은 한없이 고요하고 심오하다. 그곳에는 아름드리 나무와 잡목 이끼, 곤충들과 눈에 보이지 않은 연대를 이루어 공존한다. 나는 움직임을 멈추고 헝클어진 숲, 사람이 한 번도 밟지 않은 낙엽에 앉아 모든 생명의 하모니를 온몸으로 느끼노라면 이곳도 하나의 우주라는 걸 깨닫게 된다. 옆 잡목 우거진 숲 안에 주먹만한 새 집이 보인다. 어찌 그리 잘 엮어 만들었는지, 작은 새가 어떻게 가는 나뭇가지로 만들었을까 생각하며 그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점박이 하얀 새알 너댓 개가 오밀조밀 놓여 있었다. 참으로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삶의 현장이 보였다. 아름드리 나무라고 잡목이나 잡풀을 무시하지 않고 수적으로 우세하다고 열세의 생명을 무시하지 않으며 어우러지는 숲의 세계에는 차별이 없다. 서로 살아가는 방법은 당연한 이치로 받아들이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을 형성한다. 문화도 제도도 없는 생명의 보고인 숲은 우리가 잃어버린 세상의 원형을 잘 보여준다. “사람 사는 세상도 어울림의 숲이다.” 사람은 혼자는 못 사는 게 아닌가, 그런데 인간세상에서는 차별과 차등, 갈등과 투쟁이 끊이지 않아 아우성이다. 숲은 서로 다름을 당연한 이치로 받아들이지만 사람 사는 세상에서는 서로 다름을 앞세우려 한다. 많이 가진 자, 권력 있는 자, 힘센 자, 목소리 큰 자가 이긴다고 믿는 세상에서는 날이면 날마다 소음과 비명과 쟁투의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는다. 나눔과 공존에 대한 생리가 부족하고 헌신과 배려, 이바지의 미덕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숲에서 난 것들은 모두 숲으로 돌아가고, 그 숲에다 바쳐 이바지한다. 낙엽이 떨어져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고 등치 큰 나무도 늙어 죽으면 다른 생명의 거름이 된다. 그렇게 주며 개체들이 하나로 어우러지면서 숲은 스스로 하나의 생명체를 이루며 산다. 또 숲은 자체만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이 지구상 모든 생물체에 기여하는 생명의 근원이 된다. 숲의 생리가 그러하니 숲에서는 모든 것이 영생이고 모든 것이 불멸이다. 하나로 태어나 하나에 기여하고 하나로 환원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우리가 흉내 내지 못하는 자연의 생리, 자연이 우리에게 일깨우는 완전한 공동체의 생리이다. 한낮에도 깊은 숲에서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정밀한 고요기 느껴진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정적이나 침묵이 아니라 차별화된 소음이 없는 숲의 고요, 그것은 정밀한 화음으로 이루어진 생명의 물결이자 함성이다. 우리네는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세상을 생각하며 숲속에 있을라치면 절로 숙연해 진다. 이세상은 우선 나부터 남보다 많이 가지려 하고 더 잘 살려고 하고 남보다 더 잘한다는 소리를 들으려 하고 남을 이기려는 욕심으로 사는 우리도 숲을 보고 배워야 할 것이고 모두 다르면서 결국 하나로 이루는 숲에서는 날마다 축제가 이루어지듯 우리네 인간세상에서도 어떻게 하면 남을 즐겁게 할 수 있을까 무얼 해야 남을 위한 일일까 염두에 두면서 숲과 같은 삶을 살면 어떨지? 어느덧 해가 저물어 석양에 노을이 붉게 물드니 숲은 더욱 어두워지면서 나를 일깨운다. 초가을 깊은 숲이 나한테 가르쳐 준 세상살이를 많이 배우고 좋은 공기를 실컷 마시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 지고 몸도 가벼워져 천천히 숲을 벗어났다. (200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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