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렵/김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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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렵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김 현 준
우리나라는 여름철에 비가 많이 내린다. 지금은 치산치수가 웬만큼 잘된 터라 어지간한 비에는 큰물이 나는 경우가 적다. 그러나 내가 어릴 적, 그러니까 한 50여년 전만해도 해마다 홍수가 나서 물난리에 시달렸다. 지금도 귀에 선하게 들린다. 날씨가 흐리고 큰 비가 올 조짐이 보이면
"삽, 괭이, 삼태기를 들고 남송대 보 막으러 나오시오!"
라는 소리를 밤이 이슥하도록 듣곤 하였다.
큰 비가 오는 것은 아이들 탓이 아니다. 그 뒷감당도 아이들 몫은 아니었다.
큰 비가 내리고 나면 아이들은 소쿠리와 양동이를 들고 냇가로 나오게 마련이었다. 우선 학교 앞 다리가 어쩐지 살펴보았다. 시멘트다리 위로 한 뼘 남짓 북정물이 넘쳐흘렀다. 다리 저편에 나와 계신 숙직 선생님이 우릴 향하여 손을 내저으며 학교에 오지 않아도 된다고 안심을 시켰다. 우리도 다 알았다. 그냥 허실삼아 나와서 물 구경을 하는 것이었다.
다리 건너 학교 쪽에 사는 아이들은 큰물이 질 때마다 매번 실망했을 것이다. 우리들은 그날 신나서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흙탕물에 휩쓸린 물고기들은 물 가장자리로 나오기 마련이어서 풀숲에 소쿠리를 대고 발로 몇 번 짓눌러 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다. 강수량이 많을 땐 발전소 수문을 모두 열어 제킨다. 이때 터빈 등에 상처를 입은 큰 물고기들이 떠내려 오기도 하므로 눈을 잘 뜨고 보면 팔뚝만한 장어도 건질 수 있었다. 두어 시간 가량 물고기를 잡아 돌아오면 어머니는 물고기를 잘 손질하여 시래기를 넣고 통고추, 애호박을 썰어 넣어 자글자글 한 냄비 끓여내셨다. 이 맛을 어찌 표현할까? 아무리 잘 한다는 민물고기 매운탕집을 다 뒤져도 그 맛을 찾을 길이 없다.
날씨가 좋아지고 냇물이 줄어들면 밤고기를 잡으러 출동했다. 준비할 것은 석유와 솜뭉치, 그리고 족대, 톱 등이다. 솜뭉치에 석유를 묻혀 불을 붙이면 활활 타오르는 불빛에 물고기가 환히 드러났다. 밤이 이슥할 무렵이면 물고기들은 움직임을 멈추고 활동이 둔해진다. 몸통이 큰 물고기는 톱 등으로 내리쳐 잡고 족대로 떠서 잡을 수 있었다. 낮보다 짧은 시간에 더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어 어떤 날은 냇가 여기저기에 불빛이 어른댔다. 뭐니뭐니해도 나는 무작정 손으로 잡는 원시적인 방식을 좋아한다. 두 손을 양쪽에서 몰아 큰 물고기를 잡는 것인데 손가락의 감각이 예민해야 가능했다. 모래가 많이 쌓인 곳에서 잘 더듬으면 모래무지나 빠가사리를 잡을 수 있고, 어떤 때는 말조개 터를 만나 신이 나기도 했다. 이도저도 시원치 않으면 작은 수로를 골라 윗부분을 막고 물을 빼어 싹쓸이로 물고기를 잡는다. 잘못하면 논 임자에게 봉변을 당할 수도 있어 조심해야 했다.
돌다리를 건너 전주천을 가로지르면 혼인색을 띤 피라미 수컷들이 바글바글했다. 하천이 조금씩 정화되면서 물고기가 늘어난 것이다. 지금도 나는 가끔 전주천에서 낚싯대를 늘이고 천렵을 하며, 불을 밝힌 솜뭉치를 들고 밤고기를 잡는 꿈을 꾸곤 한다.
(2011.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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