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프 미, 헬프 미/은종삼 Help me Help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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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프 미, 헬프 미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 창작반 은 종 삼
전주한옥마을이 급기야 전국적인 관광명소가 되었다. 연간 100여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간다고 한다.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외국인들도 낯설지 않게 눈에 많이 띈다. 겉으로는 한국인 같은데 중국말이나 일본말을 쓰는 이웃나라 외국인도 참 많다. 바야흐로 전주가 지구촌의 가볼만한 골목길 모퉁이가 된 것이다. 문득 십여 년 전 유럽여행 길이 떠오른다.
IMF 한파가 막 불어 닥치기 직전인 1997년 여름방학 때, 나는 국비로 연수차 유럽 11개국을 다녀오는 행운을 얻었다.
흔히 알프스 하면 스위스가 떠오른다. 알프스 몽블랑 영봉에 오르기 전 입구 매점은 선글라스를 사려는 관광객들도 붐볐다. 만년설을 보기 위해서는 선글라스가 필수품이기 때문이다. 나도 선글라스를 사고 동전 몇 개를 거스름돈으로 받았다. 마침 가이드로부터 유럽지역에서는 동전을 넣어야 화장실 문이 열린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잘되었구나 싶어 지갑에 소중히 넣어 두었다.
몽불랑 영봉은 파란하늘 아래 하얀 눈으로 덮인 그야말로 선경(仙境)이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이 짜릿하여 인간세계가 아니라 선경 같았다. 점심 후 스위스 칼빈대학으로 가는 도중 화장실에 가고 싶었지만 버스가 빨리 도착하기만을 기다리며 참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칼빈대학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화장실부터 찾았다. 그러나 나뿐만이 아니었다. 가까운 화장실은 줄을 서야 했고, 일행에게 양보해야 될 입장이었다. 두리번거리며 여기저기 살펴보니 마침 그곳은 공원이었는데 멀리 레스토랑이란 영문간판이 보였다.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곧바로 뛰어 갔다. 여자 종업원이 분주히 일을 하고 있었다. 서툰 영어로 “화장실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친절하게 알려 주었다. 화장실은 쉽게 찾았으나 가이드 말 그대로 화장실 문은 굳게 닫혀있고 코인(coin)을 넣으라는 표시가 되어 있었다. 다행히 알프스에서 거스름돈으로 받아두었던 동전이 있어 안심하고 그걸 넣었으나 문은 열리지 않았다. 다시 종업원 아가씨에게 가서 동전을 보이고 문이 열리지 않는다고 했더니 프랑스 돈이라며 스위스 돈으로 넣어야 된다는 것이었다. 알프스가 스위스 땅이니 스위스 화폐를 사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깜빡 잊었다. 큰 낭패였다. 버스 안에서 모두 나를 기다리고 있을 터인데……. 궁즉통(窮則通)이라고 했던가. 얼핏 떠오르는 것이 ‘헬프 미(help me)였다. 그 여자 종업원에게 프랑스 동전을 주면서 "헬프 미 플리스(help me, please), 헬프 미, 헬프 미……헬프 미"를 연발했더니 프랑스돈은 받지 않고 스위스 동전 한 개를 거저 주는 것이었다. 나는 졸지에 걸인이 되었다. 거지가 따로 없었다. 순간 나도 거지신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동전을 넣고 화장실 문을 여니 드디어 화장실문이 확 열리는 것이 아닌가. 그 통쾌함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참으로 시원하게 화장실을 사용하고 나왔다. 정말 고마웠다. 나는 "땡큐 땡큐 땡큐!"를 연발하면서 버스를 향해 달려갔다. '스위스여! 종업원 아가씨여! 복을 받으소서.' 나는 마음속으로 감사의 기도를 드렸었다.
나는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전주를 찾아오는 외국관광객들이 편안하게 전주를 구경하기 바란다. 기회가 온다면 나는 그 관광객들에게 "우리나라 좋은 나라, 화장실 걱정 없는 복된 나라, 대한민국 만세!"라고 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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