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3일의 가족여행을 마치고/임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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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 3일의 가족여행을 마치고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임종우
아내가 태어난 날이 단옷날이라 이름도 '신단오'다. 나 또한 태어난 날이 추석 한가위다. 그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해마다 아내의 생일이면 아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같이 식사를 하곤 한다. 올해에는 단옷날과 현충일이 겹쳤고, 월요일인지라 3일 연휴가 되었다. 큰딸은 일찍이 지리산 가족호텔을 2박 3일 예약해 놓고 아내의 생일 준비를 했었다.
마침내 6월 4일 점심을 마치고 우리 내외는 아들 내외와 한 살짜리 손자와 함께 출발하고 다른 아이들은 가족 단위로 각자 출발하여 가족호텔에 도착하였다. 가족호텔은 지리산 자락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21평 2개와 23평 1개에 여장을 풀었다. 우리 가족은 총 5녀 1남 부부 12명과 나와 아내, 손자 10명이 있으나 둘째딸의 아이 둘이 참여하지 못해 총 26명이어서 집이 3채나 필요했었다.
딸들은 부산하게 저녁식사를 준비하였다. 나는 조금 피곤하여 휴식을 취하며 손자들의 노는 장면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손자 둘을 제외하고 다 모였으니 뿌듯하고 참으로 나는 부자구나 싶었다. 사위들은 오랜만에 만나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아내는 아들이 낳은 손자 동은이를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내도 나이가 들어서 힘들 텐데도 힘든 내색 없이 손자를 키우기에 열심이다. 자식들 6명 중 큰딸의 아이 2명, 둘째딸의 아이 1명, 동은이까지 모두 10명을 키워낸 것이다. 아내의 모성애는 대단하다.
저녁시간이 되어서 온가족이 모였다. 딸들이 준비한 음식으로 즐거운 저녁시간을 보내고 나서 막걸리 파티가 이어졌다. 항상 막내아들은 그 전에 장가도 안 갔고, 세대차가 나서인지는 몰라도 같이 어울리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제법 매형, 누나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도 나누었다. 더할 나위 없이 마음이 흐뭇하였다. 그동안 아들이 어린애 같이 느껴졌는데 이제는 마음을 놓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손자들과 산책을 하고 오니 아침 생일상이 차려져 있었다. 아내와 나는 케익을 자르고 아이들과 손자들은 생일축하노래를 불렀다. 아침식사를 마친 뒤 우리 가족은 두 파트로 나누어서 오늘 일정을 잡았다. 손자들이 어린 넷째와 다섯째, 아들 내외는 지리산 화엄사 드라이브 코스로, 나머지는 지리산 둘레길을 걷기로 하였다. 여기에서 갈 수 있는 둘레길 코스는 주천에서 운봉으로 가는 1코스였다. 아내와 나는 지리산 둘레길로 따라갔다. 차로 주천까지 가서 걷기 시작했다. 날은 무척 뜨거웠다. 한참을 도로로 걷는지라 땀이 비 오듯 했다. 과연 내가 갈 수 있을까 나 자신조차도 의심스러웠다. 큰딸과 둘째딸은 내 옆에 붙어서 나를 격려해 주었고 손을 잡아 주기도 하였다. 드디어 햇빛을 벗어나 산 속으로 접어들었다. 그러면서 오르막길이 이어졌다. 한참 올라가다 보니 둘레꾼들이 많이 모여 쉬고 있는 곳에 다다랐다. 개미정지였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안내판이 있었다. 지리산 둘레길 1코스는 전라북도 남원시 주천면 장안리 외평마을과 남원시 운봉읍을 잇는 14km로 지리산 서북능선을 바라보면서 해발 500m의 운봉고원의 너른들과 6개 마을을 잇는 숲길과 제방길로 구성되어 있다. 옛 운봉현과 남원부를 잇던 길이 지금도 남아 있는 구간으로 남원장을 오가던 큰 길이었다. 개미정지, 솔정지는 조경남 의병장군의 전설이 서린 곳이자 장꾼들의 쉼터다. 사무락다무락은 옛 장꾼들이 안녕을 빌던 곳이다. 앞으로 솔정지, 구룡치, 사무락다무락, 회덕마을까지 가야만 하는 여정이다.
큰애와 둘째가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아버지가 운장산 가셨을 때와 많이 달라지셨어. 그때는 우리보다 앞장서서 안내해 주셨는데 지금은 우리가 아버지를 모시고 가야하네."
운장산 휴양림 갔을 때가 언제였나? 그때도 아마 5년 전 아내의 생일이었을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몸이 예전 같지 않다. 조금만 걸어도 힘들고 숨이 찬다. 아내는 나와 나이차가 5년이나 되어 그런지 몰라도 앞장서서 가볍게 잘도 간다. 너무나 힘들어서 딸애에게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이제는 돌아갈 수도 없으니 끝까지 가야한다고 했다. 조금 가다가 쉬고 또 조금 가다가 쉬고 딸애가 옆에서 물도 주고 보살펴 주지만 힘들기는 어쩔 수 없었다. 한참을 가다 보니 두 갈래 길이 있는데 하나는 내리막길이었다. 내려갔으면 하는 마음 간절한데 딸애는 매정하게도 계속 올라갔다. 어린 손자들도 바람처럼 빠르게 달려간다. 아내는 둘레꾼들과 대화도 나누고 주변에 고사리와 여러 식물들도 관찰하면서 즐겁게 걸어갔다. 어찌 저런 여유도 부릴 수 있단 말인가? 내가 힘들어 할수록 딸애는 안타까워했다. 딸과 손을 잡고 계속 걸어갔다. 가는 길은 매우 아름다웠다. 푸른 숲속 길이어서 모든 사람들이 다 만족해하는 길인 것 같다. 하지만 난 힘들었다. 드디어 솔정지, 구룡치, 사무락다무락을 지났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언제 회덕마을에 도착하나 하는 생각뿐이었다. 왜냐하면 딸애들이 힘들어하는 내 모습을 보고 1코스 완주에서 나를 빼준 듯했다. 회덕마을에서 두 팀으로 나누어가기로 한 것이다. 드디어 회덕마을이 보였다. 회덕마을 간이휴게소를 지나고 도로를 가로질러 큰 정자나무 휴게소로 갔다. 나무 밑 마루에 앉아서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마셨다. 이보다 더 맛있고 시원한 게 있을까? 무사히 도착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우리는 여기에서 준비한 도시락을 먹었다. 시장이 반찬인지라 꿀맛이었다. 점심식사를 마친 뒤 사위 둘과 아내, 나 네 사람은 회덕에서 주천까지는 버스로, 주천에서 가족호텔까지는 승용차로 가기로 하였다. 딸애와 손자들은 1코스 완주에 도전하였다. 숙소로 돌아오니 드라이브 갔던 아이들과 손자들이 돌아오고 있었다. 피곤하지만 의미 있는 하루를 보낸 것 같다.
다음 날 새벽, 큰 외손자와 함께 온천에 갔다. 전날 등산으로 인해서 몸이 아프기도 했는데 온천을 하고 나니 한결 기분이 좋아졌다. 둘째와 아들내외는 바쁜 일정으로 아침 일찍 식사를 마치고 먼저 전주로 출발하였다. 남은 가족들은 아침식사를 마치고 짐을 챙겨서 10시쯤 2박 3일의 가족여행을 마치고 귀갓길에 올랐다. 돌아오는 길에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남원 산동에 사는 친한 친구 생각, 남원 운봉 목장에 있던 후배 생각, 현직에 있을 때 남원 출장 등이 떠올랐다. 세월은 흘렀어도 추억은 녹슬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내년의 2박3일 가족여행을 기대하며 즐겁고 건강하게 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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