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실나무야, 고맙다/김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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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나무야, 고맙다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김길남
40년 전에 사둔 고향 앞산에 증조부모 이하 조상들의 묘를 모두 이장했다. 제법 넓은 땅에 묘를 쓰고 나니 반 정도는 남았다. 그 빈터에 밭을 일구어 고추와 고구마, 콩, 들깨 등을 심었다. 그러나 별로 소득이 없어 8년 전에 매실나무 10그루를 사다 심었다. 묘목을 잘 못 샀는지 살구나무인 것과 중간에 죽은 것을 제외하니 3그루만 남았다.
몇 년 전까지는 퇴비도 사다 넣고 풀도 매어주었다. 진딧물이 생기면 약도 뿜어 주었다. 그러나 이제는 나이가 들어가니 하기도 싫고 기운도 없어 방치하고 있다. 올해도 묘 관리를 하러 자주 갔지만 매실나무에는 관심도 두지 않았다. 밑에 수북하게 풀이 자라고 헛가지가 나와도 돌보지 않았다. 자연 그대로 두고 열리는 대로 따려고 했다.
요즘 날씨가 섭씨 30도를 웃돈다. 아내와 같이 아침 일찍 매실을 따러 갔다. 매실나무 밑으로 가니 풀이 자라 허리까지 닿았다. 낫으로 베고 모기장천을 깔았다. 아무도 돌보지 않았어도 매실은 주렁주렁 열었다. 한 알 한 알을 땄다. 보석이 대롱대롱 매달린 느낌이었다. 높은 가지는 손으로 잡아당겨 휘어서 땄다. 촘촘히 난 가시가 자꾸 찔렀다. 왜 내 씨앗을 빼앗아 가느냐고 항변하는 것 같았다. 잎 뒤에 숨어 잘 보이지 않는 놈도 있었다. 먼데서 보면 보였는데 정작 따려면 보이지 않았다. 숨바꼭질 하는 아이들 같았다. 이른 아침이지만 해가 떠오르니 땀이 줄줄 흘렀다. 한 나무를 모두 따서 포대에 담았다. 얼마 되지 않을 것 같았는데 가득 찼다. 매실나무에게 미안했다.
“매실나무야 고맙다. 그리고 미안하다”
아내도 참 기특하다며 나무를 칭찬했다. 우리가 푸대접한 나무인데 이만큼 열매를 맺어 주었으니 어찌 고맙지 않으랴. 다른 때처럼 퇴비도 넣어주고 풀도 깎아주고 했으면 이렇게 미안하지는 않았을 텐데…….
다른 두 나무는 지난봄 옆의 밭에서 밭둑을 태우다 불이 나서 약간의 화상을 입었다. 그래서 매실이 반도 열리지 않았다. 그리고 열매를 솎아주어야 하는데 방치한 탓으로 자잘했다. 나중에 심은 어린 나무 5그루는 처음으로 몇 개만 달렸다. 모두 따 모으니 한 포대 반이나 되었다. 집에 와서 달아보니 35kg이었다. 값으로 치면 6만원어치다. 선물로 나누어 주고 싶었으나 품질이 좋지 않아 그만두었다.
자연은 거짓이 없다. 내버려두어도 자기 할 일은 한다. 사람 같다면 거들떠보지 않았다고 화를 낼 것 같은데 아무 불평도 없이 열매를 선사했다. 아들딸이라 하더라도 무관심하면 싫어할 텐데, 인자하게도 제 것을 송두리째 내주었다. 나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열매만 훔쳐가는 도둑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사도 벼농사를 지어 식량으로 하고, 채소를 심어 반찬삼아 살아가는 시대는 지났다. 이것저것 심어서 먹고 사는 사람이 없다. 요즘은 소득을 목적으로 농사를 짓는다. 한 가지 작물을 대량으로 가꾸어 소득을 올린다. 비료와 농약을 무제한 공급한다. 단기에 큰 이득을 올리려는 것이다. 이렇게 농사를 지으니 농토는 피폐되고 병충해는 더 늘어만 간다. 생산물에 농약 잔유 량이 많아 문제가 되기도 한다. 농사법을 바꿔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점점 원시농법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른바 친환경농법이다. 이제 우리의 먹을거리는 농약을 쓰지 않아야 환영을 받는다. 값은 비싸더라도 몸에 좋은 식품을 사 먹으려 한다. 웰빙식품이 바로 그것이 아닌가. 물 좋다고 하는 식품은 보기에는 좋아도 그 속에는 독소들이 숨어있다. 벌레가 뜯어먹고 좀 작아보여도 자연적으로 자란 것이 선택을 받는다. 생협이 이런 식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데 중개역할을 하고 있다. 아주 바람직한 일이다.
오늘 우리 밭에서 고마운 먹을거리를 얻었다. 품질은 좀 떨어지더라도 몸에 좋은 식품을 구한 셈이다. 엑기스를 빼어 아들도 주고 딸도 주고 이웃과 나누어 먹어야겠다. 매실주도 담가서 친구들을 초대하여 시음하도록 할까?
( 2011. 6. 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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