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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의 오늘 날씨/장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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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503회 작성일 11-06-1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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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의 오늘 날씨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장지연 아침햇살이 창문을 넘어 들어와 거실에 앉아있다. 이런! 주인이 일어나기도 전에 월담을 했구먼. 여름빛이 묻어나는 햇빛을 보니 유록색의 시어나무 숲길이 어른거린다. 재빨리 달력을 보니 남편의 일정표가 비어있다. 야! 지리산 둘레길로 발품이라도 팔러가야지. 라라라, 콧노래를 부르며 서둘러 아침준비를 하였다. 남편이 좋아하는 조기구이에 얼큰한 된장찌개를 올리고 현미밥솥 뚜껑을 열었다. 주걱으로 밥을 섞는 순간 밥알이 주걱에 척 달라붙어 떨어질 줄 모른다. '아이, 이걸 어떡해?' 가슴을 쓸어내리며 식탁에 마주앉았다. “밥이 왜이래?” “조금 질어졌어요.” “원인이 뭐야? 원인이 있을 것 아냐!” “물, 물이 좀 많았나 봐요.” “공식이 있잖아? 밥하는 공식 말이야!” 뇌성벽력 같은 호령에 나는 하얗게 얼어붙었다. ‘둘레길’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한 채 꽁무니를 사리고 줄행랑을 쳤다. 주방경력 40년에 한식요리사 자격증까지도 버젓이 갖고 있는 내가 이럴 수가? 눈을 껌벅거리다 천정을 바라보니 형광등이 배시시 웃고 있었다. '저 녀석이!' 눈에 쌍꺼풀을 세우고 째려보았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남편은 밥을 다 비우고 후식까지 먹은 뒤, “왜 밥 안 먹어? 어디 아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말을 걸었다. '휴~우!' 싱크대 속에 한숨을 토해내니, 그릇들의 비명소리가 집안가득 울려 퍼졌다. 퀭한 시선을 방바닥에 내려놓고 헝클어진 생각들을 퍼즐처럼 맞추고 있을 때, 날씨도 좋은데 소바를 먹으러 가자는 친구의 전화가 왔다. "우리 집 날씨는 맑은 후 안개속이야, 기압골의 영향으로 먹구름 속에 찔끔찔끔 비가 내리고 있어서 나갈 엄두조차 안나." “어머! 네 남편 10초짜리구먼! 번개 칠 때 콩 볶지 말고 피해버려. 그래도 네 남편은 괜찮은 편이야. 우리 남편은 한 달짜리야. 한 달간 스트레스 주는 거. 야, 미친다! 근데 살다보니 요령이 생기더라. 며칠 전 아침부터 부딪쳤어. 그런데 퇴근 때 인터폰을 안 누르고 들어오는데, '아~또 한 달!' 아찔하더라. 그 순간 내 머리를 쥐어박으며, 어서오시와요. 요게 안돌아가서 그만 실수를 했거들랑요?” 연기를 했더니 남편은, “안하던 짓을 하고 그래?” 하며 피식 웃더니 하루 만에 끝났다며 이제부터 자존심 같은 거 개나 물어가라 하고, 요령껏 살기로 했다며 너스레를 떠는 친구가 그날따라 멋져 보였다. 언젠가 ‘부부사이에도 리모델링이 필요하다.’는 책을 읽었다. 하수구가 막혔다고 집 전체를 부숴버릴 수 없듯이, 부부사이에도 문제를 방치하거나 극단적인 방법대신, 예방과 해결법을 알려주었다. 부부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를 변화시키려하기보다 자신이 변하는 것이 훨씬 쉽다고 하였다. 오늘따라 고개가 끄떡여진다. 부부가 긴 여정을 일심동체로 산다는 것이 그렇게 녹록치 만은 않다. 그러나 사랑하면서 살자. 불교에서는 부처 속에도 지옥이 있고, 지옥 속에도 부처가 있다고 하였다.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렸다. 비록 불같은 성격이지만 많은 장점을 가진 남편은 내 휴대폰속의 1번이다. 뉘엿뉘엿 지는 저녁노을이 유난히도 붉은 걸 보니, 내일이면 쨍하고 우리 집에도 해가 뜨겠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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