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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찾은 행복/이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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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518회 작성일 11-06-10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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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찾은 행복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주간반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이 종 희 새벽 4시 모닝콜에 단잠을 깼다. 눈을 비비고 밖으로 나가니 가로등 불빛이 어서 서두르라고 재촉하고 있었다. 아내와 함께 어제 못다 한 밭일을 오늘 하기로 약속하고 모닝콜 시간을 맞춰두었다. 이렇게 새벽에 일을 하러 나가기는 처음 일이다. 눈곱만 대충 씻고 토마토 주스 한 잔을 마신 다음 밭으로 출발하였다. 시내 가로등 불빛을 벗어나니 논밭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일찍 나선 이유는 한낮에는 덥기도 하지만 아내의 얼굴에 이상이 오기 때문이다. 며칠 전 낮에 일을 하고 났더니 아내는 얼굴이 화끈거려 고생을 했었다. 여자들은 얼굴이 생명이지 않은가. 밭에 도착하니 물체도 또렷하게 보이고 덥지도 않아 일하기에 좋았다. 어제 다하지 못한 참깨 솎아주기와 흙으로 북돋아 주는 작업이었다. 한 구멍에 3포기 정도를 남겨두고 솎아낸 어린싹은 가냘프기 그지없었다. 손동작을 잘못하면 부러질 형국이었다. 조심조심 솎아내는 작업은 아내의 몫이었다. 왜냐하면 아무래도 섬세한 작업은 여자인 아내가 나을 것 같아 그렇게 하기로 하였다. 나는 흙을 파서 포대에 담아 밭고랑 중간 중간에 날라다 놓았다. 그리고 북돋기 삽으로 흙을 두드려 고운 가루로 만들어 포기마다 북을 주었다. 이렇게 하는 방법도 모르고 호미로 고랑 흙을 모아 덮으려고 하였다. 그런데 이웃에 사는 고향후배가 자기 집에 있는 북돋기 삽을 가지고 와서 방법을 자상하게 가르쳐 주었다. 북돋기 삽으로 일을 하니 퍽 수월하였다. 어제 일부를 하였는데도 7시가 되어 겨우 끝낼 수 있었다. 솎아주고 북주기를 마친 참깨 밭을 바라보니 그럴듯해 보였다. 옆집 참깨 밭보다 훌륭해 보였다. 고향 후배는 내가 밭에서 일을 할 때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가까이 와서 친절하게 가르쳐 주어 고마웠다. 이렇게 착한 사람이 올봄에 아내를 잃었다. 희귀병에 걸려 어쩔 수 없었다는 후배는 힘이 없어 보였다. 큰딸이 결혼하여 전주에 살고 있으나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듯하였다. 그리고 둘째딸은 중학교 2학년인데 아비가 깨워서 사정을 해야 겨우 밥 한 숟갈 뜨고 학교에 간다는 것이다. 나는 부모의 덕을 보지 못한 사람이 아내 복도 없구나 싶어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고물 수집이며 사촌형님의 전답을 얻어 열심히 살려고 발버둥치고 있어 고맙기도 하였다. 아내도 그 후배가 고마운 생각이 들었는지, “여보, 저 분에게 뭔가 생각해 줘야 되지 않겠어요?” 하는 것이었다. 나도 같은 생각을 하던 터라, “글쎄, 그래야 될까봐.” 하고 응수해 주었다. 반찬이라도 몇 가지 만들어 주자고 해야겠다. 다음은 고추 두렁 중간 중간에 지주를 박는 일이었다. 지난번에 박기는 했는데 내가 경험이 없어 간격이 멀기 때문이다. 엊그제 동서 형님 댁에 가서 60여 개 잘라온 대나무를 박는 일이었다. 새로 산 망치로 두드리니 잘되었다. 어깨와 목도 아팠지만 즐거웠다. 아내는 대나무를 날라주다가 밭고랑에 있는 잡초를 발견하고 북돋기 삽으로 풀을 긁었다. 아내도 농사꾼이 되어가는구나 생각하니 괜히 미안하였다. 내가 농사를 짓지 않았다면 이렇게 험한 일을 하지 않았을 텐데. 한 눈 팔지 않고 잡초를 하나라도 더 없애려고 땀을 뻘뻘 흘리는 아내가 너무 대견스러웠다. 고추밭 일을 마치니 8시였다. 내가 조성한 밭에 줄지어선 참깨 순이며, 하나씩 따먹을만한 고추밭 두렁이 그럴듯해 보였다. 토요일 새벽에 모내기를 한다며 논물을 빼달라는 이앙기 주인의 부탁으로 논에 가서 배수구멍을 열어 놓고 집으로 향하였다. 오늘따라 아직까지도 해가 뜨지 않아 좋았다. 동네 사람들이 일하는 우리 부부의 모습을 보고 한마디씩 건네주는 농담이 듣기 좋았다. “이 양반들, 잠도 안자고 왔나보네.” “이제 농사꾼 다 되었구먼.” “모내기는 언제 하는 거야?” 하면서 관심을 가져주었다. 부모님이 물려준 땅을 잘 지켜서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었다. ‘한 평이라도 더 보태서 물려줘야지!’ 오늘 아침 새벽별을 보고 나온 우리 부부는 몸은 고되지만 흐뭇하였다. 언제 준비했는지 운전하는 나에게 옥수수 한 자루를 내밀었다. 건네주는 아내의 손이 오늘따라 그렇게 고울 수가 없었다. 다음에도 일거리가 있으면 오후 5시 이후나 오늘처럼 아침 일찍 오자고 약속하였다. 바로 이런 것이 사랑이고 행복이 아니겠는가. (2011.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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