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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배구/김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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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846회 작성일 09-09-0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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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배구 전주안골노인복지회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야간반 김길남 “호르륵, 18대 16” 배구장 심판의 판정 소리다. 1957년도에 사범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이 배구시합을 하는데서 나는 소리다. 매월 셋째 토요일 오후 2시부터는 틀림없이 들을 수가 있다. 10년 전에 시작하여 한 번도 빠진 일이 없다. 올해로 나이는 72세다. 평균 나이가 그렇고 71세부터 76세까지다. 영감들이 편안히 쉴 일이지 무슨 배구를 한다고 나대는지 분수를 모르는 것 같기도 하다. 옛날 같으면 뒷방 신세나 지고 골골하면서 지낼 나이인데 주책이지 싶다. 그래도 펄펄 날며 뛰는 것을 보면 무언가 그 용기가 가상하다. 황혼의 배구를 시작한 것은 10년 전부터다. 10여명이 등산을 하고 돌아와 점심을 먹으며 배구 이야기가 나왔다. 대부분 찬성하여 하기로 했는데 장소가 문제였다. 마침 내가 교장으로 있는 전주 화산초등학교가 알맞다 싶어 자원하였다. 2000년 1월 20일에 처음으로 배구를 했다. 눈이 많이 내려 하늘이 우리의 행사를 축하해 주는 듯하였다. 날씨가 춥고 길이 미끄러운 데도 15명이 참석했다. 간단히 준비체조를 하고 5세트를 하였다. 쉴 때마다 미리 준비한 돼지고기 찌개와 마른 안주로 막걸리와 소주를 마시며 즐겼다. 뛰고 나니 몸이 가뿐하고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시작한 게 강산이 한 번 변할 만큼의 세월이 흘렀다. 그 당시도 전주사범학교 기별 배구대회가 있었는데 우리가 매번 우승을 할 만큼 실력이 있었다. 그것은 학교 다닐 때 전국을 제패한 선수들이 우리 동기들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 때 선수들 몇 명이 유명을 달리했지만 아직도 그 실력은 남아 있는 것 같다. 9인제 배구를 하는데 환상의 콤비가 있다. 할 때마다 구성원이 바뀌기도 하지만 대개 짜여 있다. 상대가 서브를 넣으면 김 교장이 받아 올리고 최 교장이 알맞게 띄워준다. 그 때 송 장로가 하늘 높이 솟아올라 힘차게 내려치면 받을 사람이 없다. 받더라도 빗나가고 헛수고만 한다. 상대편 한 팀은 다른 김 교장이 올리고 오 교장이 띄우면 오 회장이 친다. 거의 90%는 성공한다. 가끔 커버에 걸리면 의기소침해지기도 하지만 대단한 공격이다. 그래도 잘 받아 다시 공격을 하여 성공하면 그 기쁨이 두 배였다. 10년 전 배구를 시작할 무렵에는 잘 못하던 친구들이 점점 기량이 향상되어 이제는 제법 잘 한다. 오늘도 양지초등학교에서 만났다. 기온이 33도를 넘어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는데도 16명이 나왔다. 간단한 체조를 하고 시작했다. 처음에는 몸이 풀리지 않아 싱겁게 한 세트를 마쳤다. 두 번째 세트부터는 열전이 벌어졌다. 몸이 풀려 원만한 공은 다 받아 올렸다. 넘어갔다 넘어왔다 여러 차례 되풀이 하였다. 점점 재미를 더했다. 기어이 이기려고 안간힘을 썼다. 오 교장은 슬라이딩하여 받으려다 얼굴을 조금 깎였다. 이 교장은 삼단차기를 하다 넘어졌고, 전 교장은 어깨를 삐끗하여 고통을 받았다. 대단한 열정들이다. 5세트를 뛰고도 저녁 먹기 이르다고 3세트를 더 하였다. 배구가 끝나면 꼭 저녁밥을 먹는다. 운동 뒤에 소주 한 잔 마시며 먹는 저녁은 꿀맛이다. 거나하게 취하여 웃기는 이야기를 하고 즐긴다. 이 맛에 20여명이 참석한다. 회비는 조금씩 내지만 성금을 내는 친구들이 있어 자금 운영에 어려움이 없다. 추진하는 오 회장이 매번 수고를 한다. 아무리 배구가 재미 있어도 서로의 마음이 합해지지 않으면 벌써 깨졌을 것이다. 다행히 우리 친구들은 모난 사람이 없고 서로 협력하는 마음이 있어 불평 없이 이어오고 있다. 집에서 우두커니 있는 것보다 모여서 웃으며 뛰니 몸이 건강해지고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니 얼마나 좋은가. 그 맛에 모두 나온다. 다른 선후배들이 그래서 우리들을 부러워한다. 나는 배구를 잘 하지도 못하지만 무릎이 안 좋아 참가하여 심판을 본다. 그래도 만나는 기쁨과 즐겁게 뛰는 것을 보는 재미로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운동은 타고난 소질이 있어야 하고, 많은 연습을 해야 잘 한다. 소질도 없는데다 못한다고 연습도 안하니 더 못할 수밖에 없다. 진화론에 용‧불용설이 있다. 생물은 자주 쓰는 기관은 발달하고 사용하지 않는 기관은 쇠퇴한다는 것이다. 우리들이 배구를 하는 것을 보아도 맞는 이야기 같다. 늙었지만 배구를 계속 하니까 고희를 넘겼어도 용감히 뛰게 되고 기량이 줄지 않는다. 아직까지 다른 질병으로 나오지 못하는 친구가 몇 있기는 하지만 힘이 없어서 못 나오는 사람은 없다. 이대로 나간다면 80까지도 하지 않을까 싶다. 고희를 넘긴 사람들이 배구를 한다 하면 믿는 사람이 없다. "정말이야, 그것이?" 한다. 기적 같은 일을 우리 동기들이 하고 있다. 얼마나 더 이어질지 모르지만 오래 오래 지속되기를 바란다. “호르륵 18대 17” ( 2009. 8. 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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