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의 발상과 표현/박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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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의 발상과 표현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박 병 욱
나는 컴퓨터에서 ‘소안등단’이라는 카테고리를 운영한다. 현재까지 45편 정도의 수필과 30편의 시가 담긴 내 서고書庫이다. 나의 글들이 여기에 입적하기 위해서는 수십 차례에 걸쳐 나 스스로 작품성을 검증한다.
한 편의 글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머나먼 미로를 걷게 마련이다. 나의 경우는 가장 손쉬운 지름길을 선택한다.
불과 2~3초의 찰나 속에 머물다 사라지는 글귀들. 그 순간을 잡지 못하면 어디에서도 다시 찾을 수 없다. 그러기에 두 쌍의 내 분신들이 동고동락하면서 교대로 24시간 보초근무를 선다.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찰나의 착상을 메모하기 위해서다.
그 분신의 하나는 육신과 내통하는 돋보기와 보청기요. 또 다른 하나는 심성을 담을 지필묵과 메모지이다. 이들이 서로 교감을 나누어 내 글의 생명줄을 밀고당겨가며 이끌어 준다.
일단 픽업된 글귀들은 적당한 주제와 조화를 이룬다. 그리고 바쁜 손가락 리듬 속에 컴퓨터 자판의 사이골에서 창조적인 산물로 승화되어 주제의 들러리를 선다. 그러면서 이들은 한 땀씩 바느질하는 손길을 따라 형형색색으로 물들여져 한 편의 글을 수놓는다.
전에는 볼 것 없던 미물의 존재였지만 평범 속에서 찾은 비범의 만상萬象들에 의해 화려한 빛을 발한다. 나는 이 빛의 밀도와 농도를 조절하여 소재의 무한성에 도전하면서, 글 쓰는 묘미를 터득하고자 역주하는 것이다.
이제 갓 태어나 여린 발걸음으로 문단에 첫발을 내 딛는 글들을 나는 뿌듯한 눈길로 감싼다.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이리저리 다듬는다. 이윽고 혼을 엮은 찰나의 꾸러미들이 수필의 세계를 향하여 닻을 올리고 머나먼 항해를 시작한다.
며칠 뒤 써놓은 글들을 다시 읽어본다. 생각의 리듬이 엇갈리면서 바람직한 글로 다시 탄생한다. 이러기를 여러 차례 반복하며 완성된 글들이 내 이력에 등단을 찍는다.
그러나 여기가 내 문도文道의 끝은 아니다. 일상의 그늘에는 또 다른 문재文材들이 항상 잠겨 있다. 수시로 돋보기 너머로 오락가락하며 내 곁을 서성거린다. 휘둥그레진 눈으로 마음의 문을 열고 시야詩野를 물레질하여 뽑아 감는다. 소재가 상념의 텃밭을 쟁기질하며 사색의 촉수를 구하는 것이다.
염두와 심성의 필맥筆脈에서 나온 글의 안목은 소재의 나열들과 함께 글 감각을 이끌어 낸다. 이 감각이 문도文道를 따라 문단의 맥을 짚어가면서 글의 짜임새를 구성한다. 문장의 끝은 그 글의 일고동이요, 성패의 잣대인 것이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수필은 문학으로 도출된 정신적 앙금과 창조력의 산물이다.
창작의 세계는 무한하며 그 가능성의 표현이 바로 글이다. 글은 쓰려고 하는 마음가짐과 자세가 중요하다. 나는 꾸준한 인내심으로 많은 시간을 투입하면서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글을 쓰다 보면 표현력의 한계가 나를 힘들게 한다. 풍부한 어휘 구사력이 아쉽다.
그러기에 요즘은 책을 자주 읽는다. 책속에 담겨진 갖가지 글꼴들을 관조한다. 수많은 어휘들의 나열에 앵글의 초점을 맞춘다. 표현의 구체성과 다양성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글이 써지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나에게 문필의 생명력을 불어 넣어준다.
아직도 갈 길은 멀다. 하지만 필요한 만큼의 어휘들이 나에게 다가온다. 이것들을 소중히 마음에 새기면서 오늘도 나는 글을 쓴다.
(2010. 12. 18. ~ 2011. 01.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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